발데스 환상 커브 빛났다… 휴스턴, 필라델피아 잡고 WS 1승 1패
프람베르 발데스(29·도미니카공화국)의 왼 손목이 돌아가면, 삼진이 쏟아진다.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발데스의 호투를 앞세워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2차전에서 승리했다.
휴스턴은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WS 2차전에서 5-2로 이겼다. 1차전에서 5-6으로 졌던 휴스턴은 1승 1패를 만들었다.
3~5차전은 필라델피아의 홈 구장인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치러진다. 3차전은 다음달 1일 9시 열린다. 필라델피아는 랑헤르 수아레즈를 선발로 예고했다. 휴스턴은 랜스 맥컬러스 주니어가 유력하다.
휴스턴은 2차전 승리가 절실했다. 1차전에서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가 5-0으로 앞서다 무너져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는 강속구 투수 잭 휠러를 내세워 2연승을 노렸다.
브라이스 하퍼를 앞세운 필라델피아 강타선은 1차전과 달리 침묵했다. 휴스턴 선발 발데스에게 꽁꽁 묶였다. 발데스는 6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4개, 볼넷 3개만 주면서 1실점했다.
왼손투수 발데스의 빠른 공(싱커) 구속은 평균 93.9마일로 아주 빠르진 않다. 대신 기가 막힌 커브를 구사한다. 회전수(상위 10%)가 높고, 우타자에게는 몸쪽으로 파고드는 듯한 느낌을 줘 결정구로 자주 쓴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커브로 가장 많은 삼진(123개)을 잡은 투수도 발데스였다.
커브는 손목을 비틀어 던져 다른 공과 잘 구분된다. 하지만 발데스의 커브는 공이 손을 떠나기 전까지 싱커나 컷 패스트볼처럼 빠른 공으로 보인다. 그래서 타자 입장에선 속을 수 밖에 없다.
이날 경기에서도 커브가 위력적이었다. 3회 1사 1루 거포 리스 호스킨스에게 두 개 연속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4회엔 하퍼를 상대로 빠른 공만 던지다 커브로 요리했다. 삼진 9개 중 다섯 개를 커브로 이끌어내며 '커브 마스터'의 진가를 뽐냈다.
휴스턴 타선은 공 4개로 휠러 공략에 성공했다. 1회 말 선두 타자 호세 알투베가 초구 직구를 때려 좌익수 쪽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2번 헤레미 페냐는 초구 변화구를 노려 3루수 옆을 꿰뚫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3번 요르단 알바레스도 초구부터 휘둘렀으나 파울. 그러나 2구째는 기어이 좌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만들어 페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휴스턴은 필라델피아 에드문도 소사의 실책으로 1회에만 석 점째를 뽑았다. 이어 5회 말 알렉스 브레그먼이 5-0으로 달아나는 좌중월 투런 홈런을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필라델피아는 7회 1점 만회에 그쳤다. 8회 무사 1루 카일 슈와버의 대형 타구가 홈런으로 선언됐다가 파울이 된 게 필라델피아로서는 못내 아쉬웠다.
휴스턴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내내 상대 팀 야유에 시달리고 있다. 전자기기를 활용한 사인훔치기 사건 때문이다. 2017년 휴스턴 선수단은 리플레이룸에서 상대 사인을 본 뒤, 휴지통을 두들겨 타자에게 이를 전달했다. 2019시즌 뒤 이 사실이 발각되면서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가치도 폄하됐다.
하지만 휴스턴은 꾸준히 강팀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다. 속임수를 쓰지 않고도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멤버 중에선 이제 5명(타자 3명) 밖에 남지 않았다. 휴스턴은 과연 악당 이미지를 벗고 진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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