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이라도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현장 경찰의 절규
151명의 사망자가 나온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소방관과 의사 등 현장에 나가 사고 수습을 도왔던 이들을 통해 참혹했던 당시 상황이 전해지고 있다.
29일 밤 이태원동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A 경찰관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30일 새벽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블라인드는 글을 쓰면 직장이 표기되며, 이메일을 통해 직장 인증 절차를 걸쳐야 가입된다.
A 경찰관은 ‘이태원 현장 출동했던 경찰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태원 관할은 아닌데 타 관내에서 지원 갔다”며 “아비규환 현장 상황과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 썼지만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이 글에 네티즌들은 “경찰관님 잘못이 아니다” “트라우마 생기실까 봐 걱정된다” “고생하셨다” 등 위로의 말을 건넸다.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참여했던 의사 B씨는 이날 ‘YTN 뉴스출발’ 인터뷰에서 “말하기가 너무 힘들 정도로 환자들 얼굴이 창백했고 맥이 안 잡히고 호흡이 없었다”며 “CPR(심폐소생술)을 바로 진행하였고 그러다가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같은 출혈이 많이 있었다. CPR을 하면서 기도 확장을 한 다음 구강 안에 출혈도 있어서 입 안에 있는 피도 뺐다”고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소방관과 경찰, 의료인력뿐 아니라 환자의 친구와 시민까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에 CPR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현장에 있던 소방관 C씨는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이곳저곳에서 시민 3~4명이 CPR을 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핼러윈을 맞아 10만여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린 이태원동 일대 한 골목에서 발생한 이 날 사고는 29일 밤 10시 22분께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일 오전 10시 현재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나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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