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블루스테이트' 뉴욕에 무슨 일이

뉴욕=조슬기나 2022. 10. 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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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호철 뉴욕주지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주는 민주당이 장악한 대표적 '블루스테이트(Blue States)'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성추행 의혹으로 물러난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에 이어 주지사가 된 캐시 호철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그리고 미국은 선거 시 '현직 프리미엄'이 크다. 미국 정치권력을 재편할 11월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작 현재 거주 중인 뉴욕주의 선거에 그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 곳 뉴욕주에서는 2002년 이후 공화당이 주 차원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뉴욕은 민주당 지도부가 일찌감치 11월 선거 참패를 우려하면서도 걱정하지 않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손쉬운 승리'가 점쳐졌던 뉴욕주 주지사 선거는 최근 들어 급격히 치열해지고 있다.

현직 호철 주지사에게 맞선 이는 바로 공화당 소속인 리 젤딘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를 3주 앞두고 공개된 시에나칼리지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전월 17%포인트에서 1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단 4%포인트차에 그쳤다. 심지어 업스테이트 뉴욕에선 젤딘 후보 지지율이 52%로 호컬 주지사(44%)를 8%포인트나 앞섰다.

'이미 잡은 물고기'로 생각했던 뉴욕주에서 공화당이 뒷심을 발휘하자 민주당으로선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며칠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랴부랴 뉴욕주 업스테이트를 찾아 호철 주지사를 지원사격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주가 붉게 물들까. 민주당 지도자들이 뉴욕을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CNN방송 역시 "공화당이 뉴욕주에서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됐다"면서 "붉은 파도가 어떻게 블루스테이트 뉴욕을 강타할 수 있었는가"라고 분석 기사를 내놨다. 호철 주지사의 선거 캠페인 지출이 급격히 늘었고, 경선 당시 경쟁자들에게까지 SOS를 요청했다는 현지 보도들도 쏟아진다.

리 젤딘 공화당 뉴욕주지사 후보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젤딘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다. 다만 뉴욕시를 비롯한 뉴욕주 전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친분이 무조건적인 이점이 되진 못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법 기소 등이 뉴욕주에서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젤딘 후보의 출마를 트럼프 전 대통령 비호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지에서는 그럼에도 젤딘 후보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는 점, 그 지역이 뉴욕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특히 주시해야할 부분은 최근 무당층 사이에서 젤딘 후보 지지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당층의 젤딘 후보 지지율은 호철 주지사와 비교해 퀴니피악대 조사에선 20%포인트, 시에나칼리지 조사에선 9%포인트나 앞섰다.

여전히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호철 주지사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냉정히 말해 뉴욕주에서 공화당 주지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최근 확인된 이러한 판세는 민심이 어디 쏠려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뉴욕주 유권자들은 퀴니피악대 조사에서 가장 우려하는 현안으로 범죄(28%), 인플레이션(20%)을 꼽았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고물가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 뉴욕시의 최대 이슈도 팬데믹 이후 강력범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는 당장 생계와도 직결되는 이슈들이다. 언제까지 지하철을 타며, 거리를 걸으며 혹시나 벌어질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는 거창한 이념 투쟁이 아니다. 서민의 힘든 고통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다. ‘사순(四順)’이 충족돼야 ‘사유(四維, 예·의·염·치)’가 세워진다. 중간선거가 코 앞으로 닥친 이 곳 뉴욕도 다르지 않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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