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 묻기 어려워…너무 안일하게 생각”

염건웅 교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사고, 안전불감증 문제”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 관계자가 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축제였고, 특정 행사를 보기 위해 몰린 인파가 아니었던 만큼 책임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YTN 굿모닝와이티엔에 출연해 “이 사고는 인도에 있던 인파들이 서로 밀리고 깔려 일어난 사고”라며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기 어려운 부분이 보인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좁고 경사진 이태원 지형의 특성과 미흡했던 사전조치, 사고 발생 이후 혼잡한 교통상황으로 인한 대처 지연을 꼽았다.

염 교수는 “골목이 좁고 경사가 진 내리막길에서 한 명이 넘어지고 그 위에 겹치는 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압사 단계에 이른 것”이라며 “결국 자신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재난으로 표현할 만큼 큰 사고”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축제가 벌어진 현장에서 안전 예방 조치라든가, 재난대응 통제 등이 시스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측면들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또 다른 문제는 소방당국이 출동할 때 주변 교통이 너무 혼잡했다”며 “압사 상황에서 쇼크를 받아 심정지가 왔을 때 골든타임은 최대 4분인데, 구조인력이 진입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고 현장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지체돼 피해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서울경찰청이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로 한 것에 대해 염 교수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염 교수는 “주최 측이 어떤 행사를 기획했고, 그 행사로 인해 사람이 몰려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여 있던 인파들이었다”며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밝혀내야 하겠지만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리자면 특정 업체나 개인, 지방자치단체 등 대상을 특정하기 곤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누군가가 위해를 가할 의도로 밀었다고 한다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사고는 자연적인 현상에 가깝다. 어느 한 명이 떠밀려 넘어졌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연거푸 넘어지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 교수는 사전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부분이 안타깝다고 거듭 강조했다.

염 교수는 “전반적 안전불감증이 사고 원인이 됐다는 것은 우리가 당연히 공감하는바”라며 “넓은 광장도 아니고 이태원처럼 좁고 경사진 골목길 지형에선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사고를) 예측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런 안전사고를 통제할 수 있는,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보였다”며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안전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지자체라든지 상인연합회라든지 축제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어떻게든 사람들을 분산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했더라도 피해가 적지 않았을까”라며 거듭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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