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여자가 겪은 6개의 미스터리한 이야기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씨즌,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볼까 막막한 분들을 위해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이학후 기자]
▲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 시리즈 포스터 |
ⓒ seezn |
10월의 극장가에 호러, 스릴러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외국 영화 <스마일> <할로윈 엔드> <오펀: 천사의 탄생>부터 한국 영화 <미혹> <귀못> <자백> <사잇소리> <기기묘묘>까지 다양한 호러, 스릴러 영화들이 개봉해 관객에게 오싹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각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도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앞두고 호러, 스릴러 콘텐츠를 연달아 내놓는 중이다. 넷플릭스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8) 등을 연출한 다크 판타지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한 옴니버스 호러 시리즈 <기예르모 델 토로의 호기심의 방>을 공개했다. 디즈니+는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를 내놓았다. 국내 OTT 역시 핼러윈 데이에 맞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티빙은 동명의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을 지난 28일 선보였다.
seezn과 지니 TV가 지난 27일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은 '나 홀로 일상'에 내몰린 '6명의 여자'가 겪게 되는 '6개의 미스터리'를 담은 옴니버스다. 제작진은 6개의 에피소드 모두 평범한 일상에 찾아오는 두려움을 테마로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메가폰은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절대악몽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긴 밤>(2020)을 연출한 김정민 감독,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초청'에 오른 <손>(2020)을 연출한 최윤호 감독, <마녀>(2013), <여곡성>(2018)을 연출한 유영선 감독, 제8회 파리한국영화제 '숏컷'에 초청받은 <얼굴>(2013)을 연출한 이정행 감독, <스승의 은혜>(2006), <시간위의 집>(2016)을 연출한 임대웅 감독 등 한국 호러, 스릴러 장르에서 일가견이 있는 감독들이 잡았다.
▲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 시리즈의 한 장면 |
ⓒ seezn |
'홀'(감독 김정민)은 신부(봉태규 분)의 권유로 앞이 보이지 않는 노인(김재건 분)을 돌보게 된 복녀(권한솔 분)가 밤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선을 느낀다는 이야기로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고자질하는 심장>을 원작으로 삼았다. 고립된 고택이 전하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느닷없이 울리는 벨 소리와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 방 창호에 뚫린 구멍으로 새어 들어오는 불빛과 복도 저 너머의 어둠 등 이미지와 사운드를 이용한 효과가 탁월하다. 김정민 감독과 단편 <몬티 쥬베이의 삶과 죽음>(2022)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 봉태규는 '신부' 캐릭터에 입체감을 입혀 극의 흥미를 더한다. 김정민 감독은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감상 포인트를 소개한다.
'홈쇼핑'(감독 최윤호)은 손뜨개 전문가 해옥(장성윤 분)에게 주문을 외우며 인형을 만들어달라는 의문의 의뢰 전화가 오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저주인형은 여러 호러 영화에서 다룬 바 있기에 신선하진 않으나 해옥이 대부분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며 전화, 홈쇼핑, 택배로 외부와 소통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최윤호 감독은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생활에 보다 익숙해지고 있다"며 "혼자라는 자체가 공포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고전적 소재인 저주인형에 단절된 만남, 결여된 사회성 등 현재의 문제를 덧입혀 현대적으로 변주한 셈이다. 한 공간에서 극을 이끄는 장성윤 배우의 열연 외에 괴기한 쇼호스트를 소화한 박성일 배우와 아이돌 출신의 혜빈 배우의 다양한 퍼포먼스도 눈길을 끈다.
▲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 시리즈의 한 장면 |
ⓒ seezn |
'편의점'(감독 이정행)은 점주(김호영 분)가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수현(강미나 분)의 위험을 부르는 관상을 이용해 손님들의 관상을 수집한다는 괴상한 이야기다. 친숙한 공간인 편의점에서 낯선 공포를 만들어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특이한 전개는 <환상특급>의 에피소드를 연상케 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된 업무와 진상 손님 때문에 속앓이하는 편의점 공화국의 현재가 떠오른다. 이정행 감독은 "누구에게나 가장 친숙한 공간이 가장 두려운 공간으로 변모하는 순간을 기묘한 환상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나고>(2021), <미남당>(2022)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혀온 강미나 배우와 놀라운 연기 변신으로 미스터리한 점주를 소화한 김호영 배우의 케미도 이목을 사로잡는다.
'주문'(감독 유영선)은 식당을 운영하는 일본인 쉐프 메이(사쿠라바 나나미 분)가 매일 마감 직전에 음식을 주문한 뒤 평점 테러를 일삼는 의문의 옆집 여자에게 시달린다는 내용을 그린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 배달, 평점 테러 등을 현실적인 것을 소재로 삼되 죽은 사람이 계속 주문한다는 설정이 덧붙여지며 실로 서늘한 이야기로 변한다. 유영선 감독은 사쿠라바 나나미 배우가 연기한 일본인 쉐프를 통해 "낯선 환경과 공간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감정의 깊이보다는 설정과 기교를 내세운 호러 스타일을 추구한 작품"이라 이야기한다.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에서 유영선 감독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와 '주문'을 연출했는데 여러 면에서 상반된 지점이 있어 비교하는 즐거움도 있다.
▲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 시리즈의 한 장면 |
ⓒ seezn |
유영선 감독은 OTT 플랫폼의 장점으로 "외부의 간섭이 적다"는 점을 꼽는다. 특히 호러 장르는 여타 장르에 비해 소재와 묘사가 자극적일 수밖에 없기에 심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반면에 OTT의 검열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사람들이 영상을 소비하는 패턴에 맞춰 숏폼(5~10분), 미드폼(20~30분), 롱폼(그 이상) 등 적절한 길이로 구성할 수 있으며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는 강점도 지닌다.
seezn 오리지널 호러 영화 <괴기맨숀>은 극장 개봉판과 OTT 시리즈(에피소드 2개 추가)의 구성을 달리하는 시도를 했다. 또 다른 오리지널 호러 시리즈 <미드나잇 호러: 6개의 밤>은 각기 다른 감독의 다양한 스타일로 '미드폼' 호러의 가능성을 점친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벌써 새로운 감독들이 참여한 시즌2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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