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위치추적 해달라" 서울에 자녀 둔 부모들 밤새 맘 졸였다

안대훈, 김민주, 백경서, 박진호, 위성욱 2022. 10. 30. 12: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이태원 참사 소식에 30일 새벽 5시쯤 부산에 사는 아버지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에게 한 전화 연락. 사진 김모씨

자정·새벽부터 서울 사는 자녀에게 연락
#4년 전부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모(30·여)씨는 30일 오전 5시쯤 잠결에 부산에 사는 부모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적잖게 당황했다. 김씨 아버지가 “지금 어디냐! 괜찮냐!”고 물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인데 무슨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아버지는 다른 설명없이 연신 “다행이다” “고맙다. 고맙다”를 되풀이했다. 아버지는 딸에게 “이태원에서 큰 사고 나서 너무 걱정돼 전화했다”며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김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원래 어제 이태원에 가볼까 했다”며 “경기도 남양주에서 친한 친구와 약속이 생겨 가지 않았는데, 천만다행이다”고 전했다.

#지난 밤 경남 창원에 사는 이모(46·여)씨는 ‘이태원 참사’ 사고 소식을 접하고 황급히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학생인 딸이 이태원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날 자정이 넘은 시각 딸과 연락은 곧바로 닿지 않았다. 2번째 전화에 전화를 받자 이씨는 “어디니? 괜찮니?"라고 물었다. 딸은 “다행히 중간고사 과제 때문에 핼러윈 행사에 가지 않았다. 걱정말라"고 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처에서 관계자들이 실종자 접수를 받고 있다. 뉴스1

전국서 ‘위치 확인’ 요청 119전화 쇄도
이태원 핼러윈 행사 참사 이후 서울에 자녀를 둔 부모의 문의 전화 등이 전국에서 빗발쳤다. 또 가족에게 단톡방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했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30일 오후 3시 기준 ‘서울 이태원 핼러윈 행사 참사’ 관련 위치확인 요청 등 문의 신고가 53건(이하 중복 포함) 접수됐다. 119신고 내용은 ‘아이가 서울에 학교 다니는데 연락이 안 된다’, ‘이태원에 간 게 아닌가 걱정된다’ 등이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아이 위치확인 요청이 많았다”며 “위치가 확인되는 대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부산(38건), 경북(55건)에서도 주로 ‘자녀가 서울에 있는데 연락이 안된다. 이태원에 간 것 같다’, ‘친구가 이태원에 있는 것 같다’ 등 내용으로 부모나 지인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이외 이날 오전까지 대구(27건)·울산(4건)·강원(13건)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대다수 안전 여부가 확인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명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안전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에도 '실종·신원확인’ 문의 이어져

경찰에도 이태원 사고 관련 실종 및 신원확인 요청 등 112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중복 전화를 포함해 100건이 넘는 지역도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남에서 접수된 ‘이태원 참사’ 관련 112신고는 170건으로 집계됐다. 강원에서도 170건, 부산에서는 12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우리 쪽으로 바로 연락 온 사례는 안전 여부가 거의 확인된 상황”이라면서도 “공식 실종자 접수 번호로 연락하는 경우는 우리 쪽에서 집계를 하지 않아 추가적인 사항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마음 졸이시는 분들도 많다. 오죽 급하셨으면, 실종자 센터 접수번호를 몰라 ‘02-112’로 연락을 취하신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이 서울지역 대학에 다니는 김모(50대·남·김해)씨는 “아침 7시에 일어나 사고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들에게 별일 없단 소식 들으니 다리가 풀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먼 서울에 자녀를 유학 보낸 전국의 부모들 마음이 다 같지 않겠냐”며 “다들 밤잠을 설쳤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 자녀가 있는 수도권 지역 주민들도 가족끼리 전화나 카카오톡 등으로 안부를 물었다. 서울에 사는 정모씨는 가족 단체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물은 뒤 “무사해서 고마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현장에서 소방 관계자가 이동식 침대를 옮기고 있다. 뉴스1

계속 늘어나는 사상자
현재 이태원 참사 관련 실종자 신고는 서울시가 접수해 경찰로 전달하고 있다. 전화 신고는 ☎ 02-2199-8660, 8664∼8678, 5165∼5168 등 20개 회선으로 받고 있다. 120 다산콜센터로도 가능하다.

한편, 이태원 핼러윈 행사 사고 관련 사망자는 늘어나고 있다. 30일 오후 4시 30분 기준, 이태원 사고 사망자는 153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발표 기준 사망자 151명에서 2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사상자도 사망 20명 포함됐다.

외국인 부상 15명을 포함, 전체 부상자도 기존 82명에서 103명으로 늘었다. 사상자 대부분은 10대~20대 청년층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수색은 모두 종료했으며 향후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부산·경남·강원·경북·대구=안대훈·김민주·백경서·박진호·위성욱 기자 an.daeh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