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수소트램 산 넘어 산…부정적 시민 의견 많아
광주시가 민선 8기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수소 트램(노면 전차) 도입이 ‘첩첩산중’이다. 시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의견이 훨씬 많았고 자체 예산확보도 여의치 않다.
30일 광주시의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시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램 도입 찬반을 묻는 질문에 반대 28.1%, 매우 반대 16.9% 등 부정적 답변이 45%에 달했다.
찬성은 20.9%, 매우 찬성은 9.4% 등 긍정적 의견은 30.3%에 불과했다. ‘보통’이라고 응답한 중립적 의견은 24.7%로 집계됐다.
트램을 반대하는 이유는 노면에 설치되는 특성상 신호체계 변화와 교통체증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3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정 지원 부담 26.1%, 도시철도 2호선 완공 선결 23.3% 등을 꼽았다. 긍정적 이유는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 28.1%, 도심 경관 향상 24.7%, 가로상권 활성화 20.9% 등의 순이었다.
트램이 운행되면 이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예상외로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응답자 42.5%가 ‘대체로 없다’거나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 매우 있다’거나 ‘대체로 있다’는 32.7%로 파악됐다. 24.8%는 보통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가 향후 트램을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의기관인 시의회와 함께 폭넓은 시민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고 트램의 장점에 관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의회는 앞서 추가경정예산 심의에서 시민의견 수렴 부족을 이유로 시가 요청한 트램설치 타당성 연구 용역비 1억 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자체 예산확보뿐 아니라 시민 공론화 작업도 순조롭지 않다.
시가 28일 시청 무등홀에서 학계와 도시철도 관계자, 공무원,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트램 도입 필요성 정책토론회’에서는 ‘신중론’이 주류를 이뤘다. 부산과 대구, 대전, 울산, 제주 등 다른 지역의 사회적 갈등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박종혁 한경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갈등이 사업 성패의 가장 큰 관건으로 작용한다“며 “시민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갈등 사례로 환경 파괴, 노선 변경, 철도사업과 중복, 국비 지원 부족, 주박지(임시 정차지) 설치 등을 제시했다. 3대 고려 요인은 트램의 대중교통 효과, 기존 대중교통 서비스와 조화, 투자 대비 효과를 들었다.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차세대철도차량본부장도 “트램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기 어렵다”며 “많은 돈을 들여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트램을 도입하느냐는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광주시의 재정적 여건으로 볼 때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앞서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광주시의 트램 추진에 대한 질의는 한결같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국민의 힘 조은희·정우택 의원은 “광주도시철도 2호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1단계 800억 원, 2단계 7640억 원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수소트램 설치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시철도 예산확보도 어려운 마당에 천문학적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트램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시는 트램 설치를 공론화하고 시민 참여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개최한 첫 토론회와 4년 만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부정적 의견이 쏟아지자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도시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도시철도 1, 2호선이 운행하지 않는 농성역~터미널~기아챔피언스필드~광주역 구간에 1단계 2.6㎞의 트램 건설을 추진 중이다.
2단계는 광주역에서 호남선 KTX가 정차하는 광주송정역까지 14㎞에 트램을 도입하는 방안이다.
시는 민선 8기 첫 조직개편에서 군공항교통국 광역교통과에 ‘철도 트램정책팀’을 신설하는 등 트램 도입에 적극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강기정 시장은 “2004년 개통한 지하철 1호선과 현재 공사가 한창인 2호선 도시철도 소외지역을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으로 연결해 시민 편의를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삭감된 트램 연구용역 예산은 내년도 본예산에 다시 편성하고 시의회 동의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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