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우려…“참혹 영상·사진 SNS 유포 안돼”

신경정신의학회 “혐오 표현, 자제해야”…복지부 정신건강 상담 1577-0199
트라우마학회 “생존자 불안 공포 분노 당연…심하면 전문가 도움 청하라”

연합뉴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는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30일 성명서를 내고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게 됐다”면서 “이번 참사로 인한 추가적인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에서 여과없이 공유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장 영상이나 뉴스를 과도하게 반복해서 보는 행동은 스스로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제할 것도 권고했다.

학회는 혐오 표현의 자제도 촉구했다. 학회는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유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분들의 트라우마를 더욱 가중시키고 회복을 방해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면서 “이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재난상황을 해결하는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언론의 재난보도준칙 준수도 권고됐다. 학회는 “언론은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 등 개인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고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올바른 정신건강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회는 이번 참사와 관련된 정신심리 상담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 백종우(경희대병원 교수) 위원장은 “이번 참사로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과 지인, 부상당한 분들과 가족, 목격자, 사고 대응인력 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대유행을 비롯한 국가적인 재난상황에서처럼 민간 전문가의 협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 참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학회도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도 성명을 내고 “이제 중요한 것은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그 외 관련된 많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마음의 고통,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생존자는 불안과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 증상 등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은 비정상적 상황에 대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며 저절로 회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는 “단,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라”고 권고했다.

학회는 또 ”유가족은 원망과 가족, 죄책감에 휩싸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이 고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가족과 친척, 친구와 함께 고통을 나누라”라고 권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은 생존자와 유가족을 혐오와 비난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을 비판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지와 위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에 대해선 “신체적 회복과 더울어 정신건강 전문가와 협력해 생존자와 유가족의 정신건강 문제를 돌봐야 한다. 청소년과 청년, 외국인 등 소외되는 사람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회는 “대중의 비난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마음에 더욱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며 “비난을 멈추고 생존자와 유가족이 겪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헤아려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정찬승(마음드림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홍보위원장은 “개인도, 집단도 감당할 수 없는 참변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마음의 고통을 숨기고 혼자 참으려 하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 정신건강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대형 재난사고 겪은 후 스트레스 반응이 심할 때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마음 안정법 몇가지.

1. 심호흡: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하고 소리 내면서 풍선을 불듯이 천천히 끝까지 내쉰다. 가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내쉰다.

2. 복식호흡: 숨을 들이쉬면서 아랫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하고 내쉴때 꺼지게 한다. 이때 코로만 숨을 쉰다. 천천히 깊게, 숨을 아랫배까지 내려보낸다고 상상한다. 천천히 일정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아랫배가 묵직해지는 느낌에 집중한다.

3. 착지법: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것을 상정한다.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발이 땅에 닿아있는 느낌에 집중한다.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는다. 이어 발뒤꿈치에 지긋이 힘을 주면서 단단한 바닥을 느껴본다.

4. 나비 포옹법: 갑자기 긴장돼 가슴이 두근대거나 괴로운 장면이 떠오를 때, 그것이 빨리 지나가게끔 자신의 몸을 좌우로 두드려 주고 ‘셀프 토닥토닥’하면서 스스로 안심시켜준다. 두 팔을 가슴 위에서 교차시킨 상태에서 양쪽 팔뚝에 양손을 두고 나비가 날갯짓하듯 좌우를 번갈아 살짝살짝 10~15번 정도 두드린다.

(자료: 보건복지부 ‘재난 정신건강지원 정보콘텐츠 및 플랫폼 개발 연구’)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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