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첫 원전은 美에게로…韓은 내일 민간원전 LOI 체결
폴란드의 루비아토브-코팔리노 원전 건설 사업자에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됐다. 한국은 이와 별개로 진행하는 민간 원전 사업에 대한 협력의향서(LOI)를 31일 체결할 전망이다.
30일 폴란드 언론과 원전 업계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 뒤, 우리의 원전 프로젝트에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랜홈 미 에너지부장관도 “폴란드 총리는 원자력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를 선택했다”며 “이는 대서양 동맹이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것에 대항하는 데에 하나로 뭉쳐있다는 것을 러시아에 보여주는 선명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6∼9기가와트(GW)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루비아토브-코팔리노 원전 건설 사업으로 한국의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사업 수주를 놓고 경쟁을 벌여온 한수원은 일단 폴란드 원전 사업 첫 번째 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신 셈이다.
폴란드의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부 유럽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폴란드의 전체적인 안보 구조에 있어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런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원전 업계는 루비아토브-코팔리노 원전 사업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공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세계 1위 원전기업이었으나 1979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지지부진해 현재 독자적인 원전 시공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효율적이고 규격화된 원전 건설 경험이 풍부하고 가격 경쟁력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당 3571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ㆍ양자공학과 교수(신형원자로연구센터 소장)는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6기 사업은 폴란드와 미국의 정부 간 협약으로 민간 업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면서 “현재 웨스팅하우스의 시공 능력 자체가 좋지 않아 원자로나 증기 발생기 등 핵심 기기를 우리가 공급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미국이 원전을 수주한다고 해서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미국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라며 “주요 기기는 국내 기업에서 공급하게 돼있고, 일부 건설도 한국에서 맡아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일 폴란드와 ‘패트누브’ 원전 LOI 체결
이와 별도로 진행하는 민간 원전 협력 분야에선 희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폴란드 언론에 따르면 한수원은 31일 서울에서 폴란드전력공사(PGE), 민간 에너지기업 제팍(ZEPAK)과 원전 건설을 위한 LOI를 맺는다.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 제팍 경영진 수뇌부가 모두 방한해 체결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은 제팍이 2024년 말 운영을 중단하는 폴란드 중부 패트누브(Patnow) 화력발전소 부지에 지어질 계획이다.
LOI 체결이 곧 원전 수주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여타 외국 업체보다 한수원이 먼저 의향서를 맺은 만큼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과 폴란드는 원전사업과 관련해서 긴밀하게 협의해 왔으며, 한국수력원자력은 폴란드 민간 주도의 원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며 “폴란드 대표단이 금명간 방한하는 바, 원전협력과 관련된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범진 교수는 이에 대해 “민간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진 속도는 공공부문(루비아토브-코팔리노 원전)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훈 교수도 “한국 원전의 해외 진출뿐만 아니라, 해외 원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한국 원전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세종=손해용·정종훈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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