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대전에서 '구사일생' 수원까지, 승강대전이 남긴 것

이준목 2022. 10. 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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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 대전하나시티즌 대전이 김천과의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득점 이후 기뻐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2022 프로축구 '승강대전'의 운명이 모두 가려졌다. 광주FC와 대전 하나시티즌이 K리그1로 다시 돌아왔고 수원 삼성은 벼랑 끝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반면 성남FC과 김천 상무는 2부리그로 내려가게 됐고 FC안양 역시 마지막 고비를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올해 K리그는 기존의 2팀에서 최대 3팀까지 승격과 강등이 폭이 넓어졌다. K리그1 최하위를 기록한 성남FC, K리그2 우승팀 광주는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고 각각 강등과 승격 직행이 확정됐다.

성남은 2018년 승격 이후 4년 만에 다시 2부리그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성남은 시즌 초반부터 줄곧 최하위권을 맴돌며 김남이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하고 정경호 감독 대행이 그 뒤를 이었으나 이렇다할 분위기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창단 이후 두 번째 강등의 굴욕를 피하지 못했다.

성남은 7승 9무 22패 승점 30점으로 불과 한 계단 위로 역시 강등된 김천(승점 38)에게도 무려 8점차나 뒤졌고, 최저 득점(37골)-최다실점(70골)-최다 공수마진(-33)을 기록할 만큼 철저히 무기력한 시즌을 보냈다. 파이널라운드에서 무려 3경기나 남겨둔 상황에서 일찌감치 조기강등을 확정했을 정도다.

더구나 성남은 시즌 내내 '후원금 의혹' 수사로 곤욕을 겪으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시민구단인 성남FC의 올해 예산은 173억 원이었고 이 중 110억 원은 시에서 지원한 보조금이었다. 사회적 파장이 큰 후원금 의혹 수사에 2부 리그 강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내년에는 지자체 보조금과 기업 후원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신상진 성남시장이 성남FC를 '비리의 대명사'로 규정하면서 매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구단의 존폐조차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때 K리그 7회 우승-아시아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에 빛나는 성남의 찬란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축구팬들에게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김천 상무는 입대와 전역을 반복하는 군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승격 1년 만에 다시 2부리그로 떨어졌다. 2020년 연고지 변경으로 인한 자동 강등을 비롯하여 2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K리그 역대 최다 기록이다.

김천은 올시즌 당한 16패 중 무려 13패가 한 골차 박빙의 승부였다. 여기에 시즌 중반 조규성-정승현 등 팀 주이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전역하면서 발생한 전력 이탈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결국 김천은 대전과의 승강플레이오프에서도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 2차전 합계 1-6로 무기력하게 대패하며 강등을 받아들여야했다.

반면 광주와 대전은 K리그2에서 1부리그로 화려하게 금의환향했다. 광주는 2021시즌 강등된 지 1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K리그2에서는 25승 11무 4패 승점 86점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2위 대전(승점 74)을 무려 12점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4월 23일 선두에 오른 이후 5개월간 단 한 번도 순위표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무려 4경기를 남겨놓고 조기에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2 시상식에서 감독상(이정효)-MVP(안영규)-영플레이어상(엄지성)을 모두 광주가 휩쓸었을 정도다.

대전은 시민 구단이던 2014년 대전시티즌 시절 이후 무려 8년 만의 1부리그 복귀다. 시민구단 시절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어도 '축구특별시'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뜨거운 팬덤을 구축했던 대전은, 2000년대 후반 이후 방만한 구단운영과 내부 비리, 잦은 감독 교체 등을 거치며 부침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2부리그에서도 한동안 중하위권에 머물던 대전은 2020년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돼 기업 구단인 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한 것을 계기로 '2부리그의 맨시티'로 불릴 만큼 막강한 선수단을 만들어나가며 환골탈태했고, 세 시즌만에 승격까지 일궈냈다.

대전은 2020년 정규리그 4위로 K리그2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경남FC에 발목이 잡혔다. 2021년에는 3위를 기록하며 전남과 안양을 잡고 마지막 관문인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강원FC에게 첫 경기를 1-0으로 승리하고도 2차전에서 1-4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또다시 승격 문턱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투자를 이어간 대전은 2022시즌 21승 11무 8패 승점 74점으로 광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팀득점 70골은 올시즌 K리그2 최다 득점이었다. 승강플레이오프에서도 1부리그팀인 김천을 그야말로 초토화시키는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하며 지난 2년간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내고 승격에 성공했다. '도쿄 대첩' 결승골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이민성 감독은 지도자 경력 2년 차에 승격 사령탑으로 우뚝 섰다.

대전은 기업구단 전환 이후 평균 연봉이 1억 6715만 원(2021시즌 기준)으로 K리그2 1위를 차지할 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돋보였다. K리그1과 비교해도 중위권 수준에 해당한다. 여기에 다음 시즌 1부리그로 승격된 만큼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은 승격이 확정된 뒤 "대전하나시티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의 성장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 수원 삼성을 살린 두 주인공 29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안양의 경기. 수원 삼성 첫 번째 골을 넣은 안병준과 두 번째 골을 넣은 오현규가 경기가 끝난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수원 삼성은 올시즌 K리그1에서 강등 위기에 몰린 세 팀 중 유일하게 극적인 생존에 성공했다. 올시즌 10위로 추락하며 구단 역사상 첫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상대는 하필 1990년대부터 '지지대 더비'로 오랜 악연을 이어온 안양 연고의 FC안양이었다. 양팀은 승격과 강등의 갈림길에서 절박함을 드러내듯 1차전에서 사령탑간 '더티플레이 공방'까지 벌어지며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수원은 1차전 원정에서 고전 끝에 0-0 무승부에 그쳤고, 2차전 홈경기에서도 90분간 1-1 무승부 끝에 연장까지 가는 고비를 겪었나, 승부차기를 눈앞에 둔 경기 막바지 오현규의 버저비터 극장골로 짜릿한 2-1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올해부터 승강 PO에서 '원정 다득점 제도'가 사라진 것도 수원에게는 결과적으로 천운이었다.

하지만 수원 입장에서는 극적인 잔류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K리그 우승 4회, FA컵 우승 5회 등 명실상부하게 국내 축구계를 대표하는 명문팀이었던 수원이 승강전까지 추락한 것도 모자라 그것도 연장 막판에서 가까스로 생존에 안도해야했던 것은 씁쓸한 장면이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모기업의 투자가 크게 줄어든 수원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스타군단이나 인기팀이 아니다. 2019시즌부터는 최근 4년 사이에 3번이나 파이널A(6강) 그룹 진입에 실패하고 하위권을 전전했으며 이임생, 박건하, 현 이병근 감독까지 여러 지도자들을 거치며 '감독의 무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까지 안게 됐다.

부진한 성적을 반영하듯 올해 K리그1 홈경기 평균 관중도 5850명으로 급감하며 전체 4위에 그쳤다. 또한 올해는 수원 팬들에 의하여 라이벌팀이던 서울 팬에 대한 폭행 사태까지 벌어지며 팬덤의 이미지까지 바닥으로 추락하는 등 이래저래 최악의 시즌이 되고 말았다.

수원같은 클럽의 장기 부진은 K리그 흥행에도 있어서 악재다. 수원은 1부리그 잔류에 만족할 정도가 아니라 서울, 전북, 울산 등과 함께 K리그의 트렌드를 선도해야 할 클럽이다. 한때 명문이던 성남의 초라한 몰락, 기업구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대전의 비상과 함께, 수원의 부침은 '승부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진리와,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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