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마크롱도 애도…외신 "세월호 이래 최대 인명피해"
29일 밤 핼러윈 축제가 열린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려 최소 151명이 압사 등으로 숨진 사고를 외신들은 일제히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국 정상들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사고 후속조치에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아내) 질과 나는 서울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면서 "우리는 한국인들과 함께 슬퍼하고 부상자들이 조속히 쾌유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나라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활력이 넘치며 양국 국민 간 유대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미국은 이 비극적인 시기에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한국이 필요한 어떤 지원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도 SNS에 한국어로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인명 사고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저와 미국대사관 직원들은 이 참사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유족들을 비롯한 한국민들, 그리고 부상자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미국 대사관은 30일 한국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성조기를 조기 게양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우리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마주한 모든 한국인과 현재 (참사에) 대응하는 이들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서울에서 있었던 비극적 사건으로 우리 모두 충격에 빠졌다"며 "수많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애도를 전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에 한국 국민과 서울 주민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보낸다"면서 "프랑스는 여러분 곁에 있겠다"고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캐나다 국민을 대표해 한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보내고, 부상자들의 빠른 완쾌를 빈다"고 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우리는 이 힘든 순간에 한국 국민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 정부와 인민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시하고,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30일 SNS에 "일본 정부 및 일본 국민을 대표해 희생된 분들과 유족에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부상 당한 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이 힘든 시기, 귀국(한국) 정부 및 한국 국민에게 다시 연대의 뜻을 표한다"고 적었다.
주요 외신들은 29일 밤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일제히 긴급기사로 타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CNN과 영국 BBC 방송, 일본 요미우리 신문, 프랑스 르피가로, 독일 도이치벨레(DW), 캐나다 CBC 방송 등에선 이번 사건을 홈페이지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일부 주요 외신에선 속보창도 운영했다.
NYT는 "핼러윈 행사를 위해 1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이태원에 모였고, 좁은 골목길이 막히면서 사고가 일어났다"면서 "한국의 평화로운 시기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사고 중 하나"라고 전했다. WP는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고 중 하나"라고 했다.
르피가로는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 이후에 핼러윈 행사가 열리면서 이전 행사 때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태원에 있던 사람들 인터뷰를 통해 "(이태원에) 크리스마스나 불꽃놀이 행사 때보다 수십 배나 많은 사람이 몰렸다"면서 "특히 사고가 일어난 골목길에는 평소보다 최소 10배 이상 붐볐다"고 전했다. TV아사히는 "사고 현장 인근 음식점에 유명인이 나타나서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WSJ은 핼러윈 행사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열렸고, 영업시간 제한이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등 규제도 상당수 해제돼 관계자들은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NYT는 "장기간 홍보됐던 행사였던 까닭에 인파 관리와 계획 등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AP 통신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 당국자들이 공공 안전기준을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세간의 주목이 쏠릴 것"이라고 짚었다.
외신에선 이태원 지역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NYT는 "서울 도심의 인기 유흥지역이자 교통 허브 역할을 해 왔다"며 "서울의 가장 국제화되고 자유로운 동네이자 외국인 거주지"라고 소개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가장 중요한 기지가 있던 장소로 미군 출신 고객이 많았지만, 평택으로 기지를 이전하면서 젊은이들의 유흥 명소가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의소리(VOA)와 요미우리신문 등은 "2020년 방영된 K-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주 무대였다"고 부연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천 덮인 시민들 나란히 누웠다…SNS 속 참혹한 '이태원 참사' (영상) | 중앙일보
- "야, 밀어! 줄다리기하듯 앞뒤로 압박"…유명 유튜버의 증언 | 중앙일보
- The JoongAng Plus 런칭기념 무료 체험 이벤트
- "압사 골든타임 4분…하필 좁은 내리막 비탈길이라 피해 커" | 중앙일보
- "딸 휴대전화 비번 좀 풀어달라" 백발의 아버지는 오열했다 | 중앙일보
- "질식사까지 6분, 서서 숨질 수도"…전문가들이 본 사망원인 | 중앙일보
- 곽도원 '11㎞ 만취운전' 동승자 있었다…밝혀진 그날의 동선 | 중앙일보
- 정부에 SOS 요청도…韓 유일 뇌졸중 치료제 "재고 곧 바닥" 왜 | 중앙일보
-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태원 참사 원인은 청와대 이전" 올렸다 삭제 | 중앙일보
- 30㎝ 붙어서 난다…대통령들도 깜짝 놀란 '블랙이글스' 비행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