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세대의 마지막 벨기에, 유종의 미 거둘 수 있을까?
[노성빈 기자]
지난 8년간 벨기에는 황금세대를 앞세워 월드컵과 유로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유럽의 강호로 다시 올라섰다.
그러나 결실은 없었다. 월드컵에선 지난 대회 4강에 오른 것이 전부였고 유로에선 한 차례도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멤버들은 화려했으나 결과물은 부족했던 것.
이런 그들이 이제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있다. 과연 이들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펼칠수 있을까.
▲ 황금세대의 마지막 도전이 될 벨기에의 카타르 월드컵. |
ⓒ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쳐 |
벨기에의 첫 황금기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다. 벨기에 축구의 영웅 엔조 시포를 앞세워 유로 1980 준우승을 이룩한 데 이어 1982년 스페인 월드컵부터 2002 한일월드컵까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뤄낸다. 이 중 1986 월드컵 4강을 비롯해 5차례나 16강에 오른 벨기에는 원조 붉은악마로서 전 세계에 자신들의 위상을 알렸다.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유럽의 중위권으로 전락한 벨기에는 2008 베이징 올림픽 4강 멤버를 비롯해 에당 아자르, 로멜루 루카쿠, 케빈 데브라이너 등 신진급 선수들이 성장한 2010년대 중반부터 다시 강호로 올라서게 된다.
12년 만에 본선에 오른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에 이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역대 최고성적인 3위를 기록한 벨기에는 유로 2016과 2020 모두 8강에 오른다. 이를 통해 한때 FIFA 랭킹 1위까지 차지할 정도로 고공행진을 펼친 벨기에는 최근 메이저대회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우승이란 확실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좋은 선수층을 보유했음에도 감독의 전술부재와 뒷심부족이 겹치면서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 특히 지난 러시아 월드컵과 유로 2020에선 자신들을 꺾은 프랑스, 이탈리아가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그 아쉬움이 더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황금세대들이 하나 둘 떠난 채 맞이하게 될 카타르 월드컵. 이번 예선에서도 벨기에는 강호의 지위를 확실히 지켰다. 선수 개인기량만큼은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 점을 바탕으로 예선 8경기 6승 2무의 성적을 거둔 벨기에는 3회 연속 예선 무패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게 되었다.
황금세대의 마지막,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 필요해
벨기에는 뱅상 콤파니를 비롯해 토마스 베르마엘렌, 마루앙 펠라이니, 무사 뎀벨레등 2014 브라질월드컵부터 지난 유로 2020까지 대표팀을 이끈 황금세대들이 다수 떠났다. 이와 함께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자리를 채워나가는 상황이다.
이런 벨기에의 에이스는 단연 케빈 데 브라이너다. 2022년 발롱도르 3위에 오른 그는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모두 올해의 선수로 선정될 정도로 여전히 정상급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대회까지 에이스였던 에당 아자르가 전성기에서 내려온 현재 데 브라이너는 지난 유로2020에 이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에이스로 팀을 이끌게 됐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플레이메이킹이다. 엄청난 패스능력을 활용해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도움왕을 차지할 정도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며 역습시 돌격대장 역할을 수행해 직접 골을 넣기도 하는 등 직접 해결하는 능력도 단연 일품이다.
그와 함께 공격진을 이끌선수는 에당 아자르와 로멜루 루카쿠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후 자기 관리 실패로 인한 잦은 부상으로 폼이 떨어진 아자르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탈압박 능력은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그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벨기에 역대 A매치 최다득점(68골) 기록을 갖고 있는 루카쿠는 그간 메이저대회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줘 벨기에가 득점을 기대할 수 있는 자원임에 손색이 없다.
수비에도 여전히 황금세대가 남아있다.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토비 알더베이럴트와 얀 베르통언이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제이슨 데나이어, 티모시 카스타뉴가 3백의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중원에는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있는 잉글랜드 레스터 시티 소속의 유리 틸레만스와 수비, 미드필드 모두 활약이 가능한 레안데르 덴동커가 자리하는 가운데 야닉 카라스코와 토마스 뫼니에가 좌우 윙백으로 출전한다. 이밖에 데니스 프라트와 한스 바니켄,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악셀 비첼역시 출격대기중이다.
그리고 이들의 최후방은 세계 최고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가 지킨다. 지난대회 골든 글러브 수상자인 그는 지난시즌 엄청난 선방능력을 앞세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3회연속 월드컵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쿠르투아의 존재감은 벨기에가 기댈 수 있는 부분이다.
벨기에에게 이번 월드컵은 황금세대의 마지막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데 브라이너를 시작으로 루카쿠, 아자르, 알더베이럴트와 베르통언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을 위해서라도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첫 번째는 수비진의 노쇠화다. 알더베이럴트와 베르통언은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탓에 속도와 체력이 떨어지는등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 점은 빠른 역습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캐나다, 모로코를 상대할 벨기에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인해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존재한다.
두 번째로는 공격진의 폼이다. 데 브라이너는 여전히 정상적인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아자르는 기량이 떨어진 지 오래되었으며 루카쿠 역시 올시즌 인테르 밀란 이적 이후 허벅지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두 선수가 얼마나 폼을 빨리 올리느냐가 벨기에의 이번 월드컵 키 포인트다.
이렇게 노쇠화가 진행된 벨기에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르투르 테아트, 알렉시스 살레마커스, 샤를 데 케털라러, 제리미 도쿠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20대 중후반, 30대인 현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20대 초반의 선수들인데 이들이 에너지레벨이 떨어진 벨기에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황금세대의 마지막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벨기에다. 그간 유럽의 강호로 올라섰지만 결과물이 부족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아니면 아무런 소득없이 마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이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 가 될 월드컵이다.
벨기에(Belgium)
FIFA 랭킹: 2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14회(1930, 1934, 1938, 1954, 1970, 1982, 1986, 1990, 1994, 1998, 2002, 2014,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3위(2018)
역대 월드컵 전적: 20승 9무 19패
감독: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스페인, 1973. 07. 13)
*벨기에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4일 04:00 캐나다, 알 라얀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11월 27일 22:00 모로코, 도하 알 투마마 스타디움
12월 2일 00:00 크로아티아, 알 라얀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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