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산악회' 킬리만자로 도전, 준비부터 남다르다
[김상화 기자]
▲ 지난 29일 첫 방영된 tvN '인생에 한 번 쯤 킬리만자로'의 한 장면. |
ⓒ CJ ENM |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 여행 예능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꽃보다 00> 시리즈로 대표되는 tvN 여행 예능을 비롯해서 지난 10년 사이엔 지상파, 케이블 가릴 것 없이 연예인들의 해외 촬영 예능이 기본적으로 편성되곤 했었다.
하지만 2020년 초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으로의 이동 자체가 중단되면서 지난 3년 가까이 미국, 유럽, 동남아 등을 찾아가던 프로그램 제작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다행히 상황이 호전되면서 올해 상반기부터 점차 해외 촬영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여행 소재 예능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명소를 찾아가던 KBS <배틀트립>이 시즌2로 재개되었고 SBS 배우들의 호주 탐방기 <딱 한 번 간다면>을 신설했다.
29일 tvN에서 첫 방영된 <인생에 한 번 쯤 킬리만자로>(아래 '킬리만자로') 역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명산, 킬리만자로산에 오르는 연예인들의 산악 여행기로 그려진 새 프로그램이다. 윤은혜, 손호준, 유이, 효정(오마이걸) 등 특별히 인연이 없는 출연진들로 구성된 '초보 산악회'는 과감하게 해발 5800미터가 넘는 고산 등정에 도전하게 되었다.
▲ 지난 29일 첫 방영된 tvN '인생에 한 번 쯤 킬리만자로'의 한 장면. |
ⓒ CJ ENM |
"이 도전에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윤은혜)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봐야지." (유이)
"한계에 부딪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하나의 벽을 깨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효정)
"인생이라는 거 자체가 저는 혼자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손호준)
첫 만남을 갖기 전 제작진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4인의 산악회 멤버들은 이처럼 각자 나름의 목적을 갖고 쉽지 않은 등정에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어느 카페에 모이게 된 이들은 걸그룹 출신(윤은혜-유이-효정)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딱히 작품 활동을 같이 하거나 사적 친분이라곤 1도 없는, 낯가리는 분위기 속 어색함을 한가득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대화가 시작되면서 낯선 감정을 뒤로 한 채 각자에게 동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산을 많이 올라 본 경험이 있는 막내 효정이 산악대장을, '손언니'라는 애칭을 얻게 된 손호준이 부대장 등 각자 역할을 부여 받고 힘을 모으기로 했다.
▲ 지난 29일 첫 방영된 tvN '인생에 한 번 쯤 킬리만자로'의 한 장면. |
ⓒ CJ ENM |
여타 해외 여행 예능이라면 간단한 사전 만남 정도 후 곧바로 공항에 집결해 떠나는 그림이 그려지곤 했지만 <킬리만자로>는 '사전 적응 훈련'이라는 다른 과정이 추가되었다. 킬리만자로는 워낙 높은 산이기 때문에 초보자가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특히 고산지대라면 늘 뒤따라오는 고산병 등 일반적인 환경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산악회 4인방은 제작진이 준비한 훈련에 임하고 탄자니아로 떠나게 되었다.
이들이 먼저 찾게 된 곳은 강원도 속초에 있는 국립산악박물관이었다. 이곳에서 특별히 제작된 고산체험실을 찾아 실제 산소가 희박한 환경을 경험하면서 고산병에 대한 적응을 시작했다. 그리고 관장님으로부터 아프리카 산악의 특수성 등 현지 등정을 위한 교육도 함께 받으며 준비에 돌입했다.
인근 속초 청대산에 오르면서 가볍게 산에 대한 감각을 익힌 이들은 인근 펜션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팀으로서의 단합력도 함께 키워 나갔다. 여타 방송에서도 이미 인정받은 윤은혜 특유의 요리 솜씨 덕분에 맛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4인의 킬리만자로 산악회는 그렇게 하나의 팀으로 결속력을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이들은 머나먼 아프리카로 큰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 지난 29일 첫 방영된 tvN '인생에 한 번 쯤 킬리만자로'의 한 장면. |
ⓒ CJ ENM |
여행 예능의 가장 큰 장점은 직접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를 화면으로 만나는 대리 체험에 있다. 여기에 향후 이곳을 찾게 될 사람들을 위한 정보 제공까지 곁들어지면 금상첨화다. <킬리만자로>에선 산악박물관 사전 교육 및 청대산 등산으로 멤버들은 몸을 푸는 동시에 제작진은 "실제로 킬리만자로에는 표범이 없답니다" 등 현지 정보 및 각종 등산 관련 내용을 수시로 자막에 담아 내보내는 등 알찬 정보 제공을 병행한다.
"아직 한국 안 떠난 거야?"라는 아쉬움을 가질 법한 시청자들을 위해선 향후 현지에서 벌어질 갖가지 사건, 일 등을 수시로 화면에 내보내면서 이후 방영분에 대한 호기심도 키워준다. 아직 본격적인 아프리카 산악 여행은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사전 준비 과정만으로도 이들 초보 산악회의 여정에 재미와 기대감을 동시에 가져다 줬다.
각종 예능, 작품 활동을 통해 이미 친숙한 인물들이지만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이색 조합은 적응 훈련을 함께 겪으면서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아직 코로나를 100% 털어낸 건 아니지만 이제 예전의 생활로 상당 부분 돌아간 요즘, 해외 탐방에 대한 갈증이 컸던 시청자라면 그리고 한창 제철을 맞이한 등산을 좋아하는 분에게 <킬리만자로>는 반가운 선물이 될 만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