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정부부채비율, 비기축통화 11개국 평균 이상

천금주 2022. 10. 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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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규모와 비교한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는 일종의 ‘데드크로스’ 현상이 올해 처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가장 중시해야 할 재정 건전성 지표에서 적색등이 켜진 것이다. 한국과 비기축통화국 간 정부 부채 비율 격차는 5년 뒤에 7% 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 등을 살펴보면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전 세계 35개국 중 비기축통화 11개국의 올해 연말 기준 국내총생산(GDP)대비 일반정부의 부채(D2) 비율 평균은 53.5%로 예상됐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D2)은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가채무(D1:중앙정부+지방·교육 지자체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부채다. 국제사회에서 정부 간 비교를 할 때 널리 통용용되는 개념이다. 같은 시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54.1%다.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는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한 것이다.

11개 비기축통화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미국 달러와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등의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를 뜻한다. 비기축통화국은 한국을 비롯해 체코, 덴마크, 홍콩,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몰타,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이다.

이들 국가는 경제규모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50% 안팎에서 꾸준히 관리해왔다. 한국은 2011년 33.1%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2015년 40%대를 처음으로 돌파(40.8%)한 지 6년만에 50%대(2021년 51.3%)로 들어섰다.

비기축통화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일종의 장기이동평균선이라면 한국의 부채 비율이 올해 이를 뚫고 일종의 ‘데드크로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데드크로스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극복되지 않는 구조다.

IMF는 11개 비기축통화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3.5%에서 2027년 50.2%로 5년간 3.3% 포인트 감소한다고 봤다. 같은 기간 한국의 부채 비율은 54.1%에서 57.7%로 3.6% 포인트 상승한다. 한국과 11개 비기축통화국 간 부채비율 격차는 2011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21.5% 포인트(비기축통화국 54.5%·한국 33.1%) 낮았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이 0.5% 포인트 높아진 후 2027년에는 7.5% 포인트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D1)이 각각 144.8%, 150.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부 부채가 비기축통화국을 넘어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판단할 때 국제사회에서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이라는 2개의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비기축통화국은 수요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비기축통화국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기축통화국보다 낮게 관리해야 국가부도 등 위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기축통화국들까지 포함된 IMF 분류 선진 35개국의 올해 GDP 대비 부채비율은 77.1%로 비기축통화 11개국 평균인 53.5%보다 높다. 같은 시점 G20 선진국은 122.9%, G7은 128.3%로 GDP가 높은 기축통화국 그룹일수록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한편 정부는 한국 재정의 이런 구조적인 위험 요인을 해소하고자 재정비전 2050 등 중장기 재정전략을 짜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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