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예 웨스트, 우상의 몰락은 현재진행형

이현파 2022. 10. 3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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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지(Yeezy)라는 이름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지는 뮤지션 칸예 웨스트(개명 후 이름 Ye)가 설립한 신발, 의류 브랜드다.

가장 큰 원인은 10월 9일(현지 시각), 칸예 웨스트가 SNS에 게시한 글 때문이다.

칸예 웨스트와 오랫동안 협업 관계를 이어온 아디다스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칸예와 협업한 브랜드 이지(Yeezy)의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 칸예 웨스트와 관련된 업체에 대한 지원도 중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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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혐오' 논란 휩싸인 칸예 웨스트.. 연이어 퇴출 수순

[이현파 기자]

 래퍼 칸예 웨스트가 2018년 10월 1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형사 사법 개혁을 논의하는 동안 연설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지(Yeezy)라는 이름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지는 뮤지션 칸예 웨스트(개명 후 이름 Ye)가 설립한 신발, 의류 브랜드다.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미술적 감각을 패션 사업으로 승화시켰고, 패션의 판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2013년부터 발매된 '이지 부스트' 운동화는 발매 때마다 품귀 현상을 빚고, '리셀(되팔기)' 매물의 가격이 수 백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패션의 거물이기에 앞서, 그는 21세기 가장 위대한 대중음악 뮤지션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다양한 음악을 재조립하면서, 힙합의 예술적 가능성을 무한정으로 확장한 존재다. 2010년에 발표한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2020년 롤링스톤 선정 500대 명반 순위에서 17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시대의 아이콘인 칸예 웨스트의 몰락이 심상치 않다. 그의 커리어는 지난 십수년 동안 구설수로 점철되어 왔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다르다. 가장 큰 원인은 10월 9일(현지 시각), 칸예 웨스트가 SNS에 게시한 글 때문이다. 칸예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유대인들에게 '데스콘 3(Deathcon 3)'를 발동할 것이다. 전쟁 준비 태세를 가리키는 '데프콘'과 '죽음'의 합성어다. 칸예는 이 게시물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그는 진정한 유대인은 흑인이며, 유대인이 KKK단과 야합해 흑인을 조종하고자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반유대주의에 극우 세력인 네오 나치들이 열광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칸예 웨스트와 오랫동안 협업 관계를 이어온 아디다스는 공식 성명문을 통해 "칸예와 협업한 브랜드 이지(Yeezy)의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 칸예 웨스트와 관련된 업체에 대한 지원도 중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아디다스는 반유대적 발언을 비롯한 어떠한 종류의 혐오 발언도 받아들일 수 없다. 칸예 웨스트의 최근 언행은 다양성과 포용성, 상호 존중 등 아디다스가 추구하는 가치에 위배된다'며 계약 해지의 당위를 설명했다.

설 곳 좁아지는 천재

포브스 지에 따르면 칸예 웨스트와 아디다스 간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그는 공식적으로 억만장자의 타이틀도 잃게 되었다. 현재 칸예와 선을 그은 것은 아디다스 뿐만이 아니다. 데프잼 레코딩은 자회사인 칸예 웨스트의 레이블 '굿 뮤직'과의 관계를 청산했다.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 패션 잡지 <보그>, 미국 엔터테인먼트&스포츠 에이전시인 CAA 역시 칸예 웨스트와의 협업을 중단했다. 패션계 인물들과 연예인은 물론, 전 부인이었던 킴 카다시안 역시 그의 발언을 규탄했다. 반유대주의적인 음모론을 주장한 그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으로부터 제재를 당했다. 설 곳이 줄어든 칸예 웨스트는 총 이용자 규모가 5만 명 남짓인 극우 소셜 플랫폼 팔러(Parler)를 인수한 상황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그가 일으킨 구설수는 이외에도 많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두고 '펜타닐 복용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는 낭설을 늘어놓았다가, 플로이드의 유족들로부터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소송 제기를 당하기도 했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은 중요하다)' 운동은 사기라고 주장하더니, 미국의 보수 정치인 캔디스 오웬스와 함께 'White Lives Matter(백인의 삶도 중요하다)'라는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파리패션위크에 등장하면서 더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칸예 웨스트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 소감 도중 무대에 난입했다. 배려가 없고 오만한 행동에 전 세계가 지탄을 보냈다. 위기에 봉착한 칸예 웨스트는 앨범 작업에 모든 동력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이듬해, 명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발표하게 된다.

칸예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위기에 봉착했다. 벼랑 끝 위기가 칸예 웨스트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게 될까. 새로운 명반이 탄생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까, 아니면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의 몰락을 알리는 시발점일까. 그 누구도 그를 붙들어주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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