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블라인드 현장출동했던 경찰관 글 올려
“안간힘 썼지만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
“현장에서 도와주시던 일반 시민분들도 감사해”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구급대원들과 경찰관들 모습. 연합뉴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핼러윈을 앞두고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이 당시의 처참한 상황과 참담했던 심정을 전했다.

30일 새벽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 ‘이태원 현장 출동했던 경찰관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캡처.

글쓴이는 “이태원 관할은 아닌데 타관 내에서 지원 갔다”면서 “아비규환 현장 상황과 사망자들 시신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한 분이라도 더 살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살리지 못했다”며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고생하신 경찰, 소방, 의료진과 저희를 도와주시던 일반 시민분들 감사하다”면서 숨진 사람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 글에는 “경찰관님 잘못이 아니다” “정말 고생하셨다” “현장에서 어쩔 수 없었던 사고, 트라우마 생기지 않길 기원한다” 등의 위로와 안타까운 심정을 공감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의료진들이 부상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밤 핼러윈 행사로 인파가 몰린 이태원 내리막 골목길에서 사람들이 차례로 넘어지면서 2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6시 현재 사망자는 149명으로 집계됐고 부상자는 76명이지만, 부상자 중 중상자가 19명에 달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10~20대였다.

이태원 사고 현장서 구조활동 벌이는 구급대원들과 경찰관들. 연합뉴스

당시 현장 목격자들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내리막 골목에서 제대로 걸을 수 없을 만큼 인파가 몰렸고, 골목 위쪽에서 사람이 넘어지기 시작해 아래쪽 상황은 힘으로 버티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5~6겹으로 깔린 사람들 속에서 이미 혼절했거나 가까스로 손을 뻗어 “살려 달라”며 구조를 청하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끔찍한 현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초반 상당 시간 동안 구급차 등 진입도 어려워 현장에서는 시민들과 경찰, 소방대원 등이 응급상황에 투입돼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104명은 여러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 판정을 받았고, 45명은 현장에서 숨져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으로 시신이 임시 안치됐다가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현장 응급의료소는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앞에 마련됐다. 보건소 신속대응반, 권역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출동해 응급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경기 내 모든 재난거점병원인 14개 병원의 15개 DMAT과 응급의료지원센터가 출동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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