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연 6% 예금에...오전 3시 줄서고 오후 8시까지 연장 영업

김연주 2022. 10. 30. 0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 번호표 배부 끝났습니다. 월요일 오전 6시 전에 오세요.”

지난 28일 1년 만기 연 6.0% 이자를 주는 애큐온 저축은행 강남금융센터점. 번호표 100개는 오전 8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동이 났다. “몇 시에 와야 받을 수 있냐”는 한 고객의 질문에 직원은 “이 상품은 31일이 판매 마지막 날이라 오전 다섯시에는 와야 안전합니다”라고 안내했다.

애큐온 저축은행 강남금융센터점


1년 만기 연 6.5% 금리를 주는 OK저축은행 선릉점 상황도 비슷했다. 번호표 250개가 오전에 동이 났다. 번호표를 받지 못해 지점 안에는 발도 디디지 못한 고객들은 “오는 31일에도 이 금리를 받을 수 있느냐”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는 게 맞느냐” “다른 지점도 마감됐느냐”고 아쉬운 마음에 안내원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고객은 세시부터 줄 서고, 은행은 연장 영업


기다리다 지치거나 이미 다른 저축은행에서 예금 가입에 성공한 고객이 번호표를 양보하는 훈훈한 모습도 보였다. 한 저축은행 170번대 번호표를 가진 노신사는 “이미 다른 곳에서 6%대 예금 가입을 했다. 필요하신 분은 받으시라”며 번호표를 나눠주기도 했다.
1년 만기 연 6.5%금리 주는 OK저축은행 예금 상품 가입을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
지난 28일 오후 저축은행 10여 곳이 모여 있어 ‘저축은행 강남벨트’라고 불리는 강남 테헤란로에는 '금리 쇼핑'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댔다. 고객이 몰리자 OK저축은행 선릉점은 이날 영업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30분으로 연장했다. OK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날 정오 기준 전 지점 평균 90명이 대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잠실점은 오전 3시부터 줄을 섰다”고 전했다.

오프라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건 ‘금리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높은 금리의 저축은행 여러 곳을 다니며 대략 5000만원씩 나눠 예금상품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도 원리금 포함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 또 오프라인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만큼 안내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게 현장 직원의 설명이다.


6%대면 오를 만큼 올랐다?


연 6%대 금리면 이미 금리 꼭지라는 공감대도 고객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날 저축은행을 방문한 김모씨(66)는 “연 6.5%면 이미 높은 금리라고 생각된다”며 “이 이상으로 갈 것 같지도, 또 오래 지속할 것 같지도 않아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수신 경쟁이 잦아들 가능성도 생겼다. 다만 1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라 추가 상승 여지도 있다.

오프라인만 붐비는 것도 아니다. 6%대 금리 등장에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은 접속자가 폭주해 한때 마비 상태에 빠졌다. 하루가 멀다고 높아지는 예금금리를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이 연일 몰리면서다. 결국 저축은행중앙회는 29일부터 서버 증설에 나섰다.

저축은행 예금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11일 새롭게 선보인 ‘369 회전정기예금’이 출시 2주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최소 3개월만 유지해도 4%의 이자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예상보다 큰 인기에, 금리 하루 만에 내리기도


이렇듯 사람이 너무 몰리다 보니 하루 만에 금리를 올렸다 내리는 기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다올저축은행은 지난 20일 연 6.5% 정기예금 상품을 선보인 하루 만에 5.25%로 낮췄다. 다올 측은 “특판상품인데 하루 만에 내부 목표 금액을 조기 달성하다 보니 발생한 사태”라고 설명했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지난 19일 회전정기예금 금리를 연 6.0%로 올렸다가, 이튿날인 지난 20일에는 5.76%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상상인 측은 “저축은행이 높은 정기예금을 내거는 건 수신을 모으기 위해서다. 내부 예대율 상황을 보고 수신이 충분해지면 금리를 조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이 몰려와도 저축은행은 웃지 못하는 상황이다. 높은 예금금리가 ‘제살깎아먹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예금 외에 별다른 조달 수단이 없는 만큼 예금금리가 오른다는 건 조달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대출은 최고금리 상한이 정해져 있어 크게 올리기 어려운 만큼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6%대 예금금리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앞으로 조금 더 올리면 역마진을 걱정해야 할 저축은행도 있을 것”이라며 “시중은행이 빠르게 올리자 고객을 뺏길까 울며 겨자 먹기로 올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