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으로 들어온 부부 갈등…‘오은영 위로’만으로 괜찮을까 [장수정의 장담]
자극적 사연으로 빈축
상담의 목적은 관계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최근 부부 상담 예능에는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심각한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남편의 외도는 물론, 임신한 아내에게 쏟아내는 심각한 폭언과 방송에 담을 수도 없는 수위의 욕설까지.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충격적인 사연들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
부모들을 위해 육아법을 코칭하는 채널A 예능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 활약하던 오은영 박사가 최근에는 부부들의 고민까지 상담해주고 있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고민을 나누는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하 ‘결혼 지옥’)에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결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남다른 통찰력과 날카로우면서도 때로는 따뜻한 조언으로 부모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던 오 박사가 부부들에게는 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었다. 물론 지금도 오 박사의 장점들은 여전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결혼 지옥’이 담고 있는 문제들이 지나치게 심각해 ‘보기가 힘들다’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결혼 기간 중 두 차례나 외도하고, 이를 서운해하는 아내에게 ‘잊어라’라고 말하는 남편. 최근 방송에 담긴 70대 노부부의 사연은 오 박사의 몇 차례 상담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 만큼 심각하고, 또 오래 축적된 갈등이었다. 이 외에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돌변해 아내에게 욕을 하고, 심지어는 폭행까지 하는 남편, 임신한 외국인 아내에게 “(돈으로) 널 사 왔다”는 폭언을 하는 남편 등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사연들이 이어지자 시청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한다.
이미 수년째 갈등을 이어오면서 관계가 심하게 망가진 부부들에게는 오 박사의 솔루션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한 명의 전문가가, 그것도 단기간 내에 해결을 하기에는 다소 심각해 보이는 문제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도되는 갈등 봉합 역시도 시청자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남아있는 문제들을 축소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연예인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을 넘어, 일반인 부부들 간의 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한층 깊은 공감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넘치는 연예인들의 일상에는 공감하기 힘들다는 지적들이 이어지면서 ‘결혼 지옥’은 물론, 10대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고딩엄빠’ 등 일반인 부부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고딩엄빠’ 역시도 ‘결혼 지옥’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10년 넘게 성 착취를 당한 피해자가 등장을 하는가 하면, 출산 후 시댁으로 들어간 한 10대 출연자가 남편에게는 폭력을 시어머니에게 폭언을 당하는 등 갈등 봉합이 아닌, 이혼이나 신고를 권해야 하는 사연들이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다.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리얼리티를 높이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과 한층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눈 뜨고 보기 힘든 사연들을 통해 오히려 불편함을 야기 중이다.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경찰서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심각한 문제들을 예능들이 제대로 다뤄내지 못하면서, 결국에는 이들의 사연에 남는 것은 ‘자극성’뿐이다. 사연자들의 사례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공감하며 배워나가는 것이 상담 예능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지금의 부부 상담 예능에는 ‘욕하며 보는 재미’ 외에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당장에는 이후 전개가 궁금해 채널을 고정하고 있을지 모르나, 이것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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