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사 내년 상반기 만기 5330억…'레고랜드 쇼크'에 돈맥경화 빠지나

성기호 2022.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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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이 내년 상반기 5330억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자동차 부품사 13곳 중 10곳이 내년 상반기까지 533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올(300억원), 서연이화(100억원), 명신산업(100억원), 평화산업(100억원), 티에이치엔(50억), 대유에이택(230억원) 등이 내년 상반기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만기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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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저금리 시대 발행한 물량이 83%
급냉각한 채권시장에 '흑자 도산' 우려도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이 내년 상반기 5330억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건설 시행사가 투자자들에게 빌린 2000억 넘는 규모의 어음을 갚지 못한,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대부분이 이자율이 낮았던 코로나19 시기에 빌렸던 돈이라, 최근 치솟고 있는 기준금리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자동차 부품사 13곳 중 10곳이 내년 상반기까지 533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430억원(83.11%)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발행한 물량이다.

내년 상반기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곳은 현대위아가 2700억원, 만도가 14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2020년 발행한 물량은 각각 2000억원과 1400억원으로 나타났다.

또 두올(300억원), 서연이화(100억원), 명신산업(100억원), 평화산업(100억원), 티에이치엔(50억), 대유에이택(230억원) 등이 내년 상반기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 중 1030억원 규모가 2020년에 발행한 물량이다.

문제는 내년에 돌아오는 만기 물량 중 2020년 발행한 것이 많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금리가 낮았던 시기였다.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2020년 2월 1.25%이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3월 0.75%, 5월 0.50%까지 떨어트렸다. 이후 한동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다가 지난해 8월이 돼서야 기준금리를 0.75%로 올랐다.

이 때문에 당시 회사채 발행 금리는 1% 중반에서 3% 중반 선을 유지했었지만, 최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AA-)는 이미 12년 만에 5%를 넘어섰다. 최근 들어 정부 대책 발표로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전날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연 5.592%로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사들이 한해 벌어 한해 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최근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1296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자동차 부품기업의 비중은 36.6%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보다 이자로 내는 비용이 더 크다는 의미다. 빚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내 흑자 도산 위험이 높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2020년 코로나19로 이 비중은 43.1%로 뛰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비상사태였음을 고려하면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자연의 분석이다.

이항구 한자연 연구전략본부 연구위원은 "경영성과 조사 당시보다 현재 기준금리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국내 부품사들이 이자를 감당 못 해 쓰러질 경우, 글로벌 공급망 충격보다 더 심각한 국내 공급망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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