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수출 역대 최대?…사상 최대 실적의 이면은

최동현 2022.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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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중소기업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내오다 3분기부터 ‘환율효과’에도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시장 부진에 이어 미국시장 규제 강화 움직임 등으로 향후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중소기업 수출 실적은 284억1000만달러(약 40조37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0.02% 오르는 데 그쳤다. 2020년과 2021년 수출이 255억달러와 28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6%, 11.5%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수출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3분기 수출 실적이 우려스러운 것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과 고환율로 수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었다는 점에서다. 올해 3분기 수출액 자체로는 역대 3분기 기준 최대치지만 이는 전 세계적 물가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올라 수출액 자체가 커진 것과 고환율에 따른 일부 업종에서의 수출 호조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3분기 중소기업의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각각 9억달러와 11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9.3%, 13.7% 급증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2012년 2분기(7억6000만달러) 이후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러시아와 인근 지역으로 중고차 수출이 증가했다"면서 "자동차부품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개선에 따른 완성차 산업 호조로 미국과 멕시코, 베트남 등에 수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계요소(13.2%), 반도체제조용장비(9.1%), 전자응용기기(5.5%) 등이 전년동기대비 수출액이 늘며 선방했다.

반면 수출액 기준 3분기 중소기업 수출품목 1, 2위인 플라스틱과 화장품은 13억달러와 11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7.3%, 1.6% 줄었다. 플라스틱과 화장품은 그동안 중국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며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을 견인한 핵심 품목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과 제품 자급화 정책으로 최근 수출 비중이 급감하는 추세다. 실제 국가별 플라스틱 수출 실적을 보면 중국은 2억4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9% 줄었다. 화장품의 경우 3억3000만달러로 무려 24.2% 급감했다.

최근 중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기업 임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진출 한국기업 경기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 진출 국내기업의 3분기 매출액 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전분기(76) 대비 하락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출증가(개선)를, 0에 근접할수록 매출감소(악화)를 의미한다. 기업들은 4분기의 경우 매출 BSI가 95로 전분기 대비 18포인트나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미국 등지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A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애국소비 움직임이 일고있어 예전만큼 국산 화장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면서 "또 요즘 엔화가 싸다보니 일본 제품에 가격 경쟁에서도 밀린다"고 전했다.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분기 중소기업 반도체 수출은 8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5% 줄었다. 시스템반도체는 9.1% 늘었으나 메모리반도체가 단가와 수요 감소로 33.8% 급감하면서 8분기 연속 이어지던 수출 증가세가 꺾였다. 특히 중국(-16.4%), 홍콩(-20.4%), 대만(24.9%), 베트남(16.8%) 등 아시아권에서 수출 감소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4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수출 부진과 더불어 마진 감소도 동시에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한창용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통계분석팀장은 "이번 중소기업 수출은 환율상승 영향으로 실제 판매한 수량에 비해 과대 평가된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중국시장 환경 변화와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등에 잘 대응하지 않으면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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