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주행거리 왜 자꾸 늘어?”… 보조금 없어도 울지마, ‘아우디 Q4 e트론 40’
보수적 디자인 변화, 새로운 감성 없는 건 아쉬워
놀랍도록 조용한 실내와 흔들림 없는 주행감
[운전을 할 줄 아는 바람에 어느날 갑자기 자동차 기자가 됐습니다. 그런데 운전‘만’ 할 줄 압니다. 매일 차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일주일에 한 번은 주유소를 들러야 하는 차주로서, 차에 부모님을 태울 일이 많은 딸로서, 전문 용어는 잘 모르지만 차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살폈습니다.]
앞구르기하면서 봐도 전기차, 달리는 열차에서 봐도 전기차. 요즘 전기차는 그렇게들 생겼다. 내연기관 차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소비자들의 통념 속 '자동차'를 깨부수는 디자인으로 늘 파격을 선사한다. 어떤 소비자는 흐름을 즐기고, 어떤 소비자들은 여전히 어쩔 줄 몰라한다. 기자 역시도 후자였다.
두 갈래로 나뉜 소비자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것일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가 내연기관에서 언젠가는 전기차로 넘어가야 할 소비자들에게 ‘생각보다 무섭지 않지?’라며 손을 내밀었다. 기존 내연기관 아우디 차량을 쏙 빼닮은 준중형 SUV 전기차, Q4 e트론을 내놓으면서다.
지난 25일 제주에서 열린 ‘아우디 익스피리언스 미디어 로드쇼’에서 아우디 Q4 e트론과 쿠페형 모델 Q4 스포트백 e트론을 만나봤다. 제주시 한북동에 위치한 스마트아일랜드에서 출발해 약 43km를 달려 서귀포 ‘노바운더리’ 카페로, 이어 서귀포 보목포구(37km 소요)→ 서귀포 1100고지(29km) → 제주시 클랭블루 카페(47km)→ 서귀포 사계리해안체육공원(30km)→ 그랜드조선호텔(21km)에서 마치는 총 207km의 코스였다. 총 주행 시간은 5시간 가량 소요됐다.
각 지점마다 동승자와 번갈아가며 운전자를 교체했으며, 아우디 Q4 e트론 40, Q4 e트론 스포트백 40, RS e-트론 GT 등 총 3개 차량을 운전했다. 기자는 ‘스마트아일랜드~노바운더리’ 코스에서 RS e-트론 GT를, ‘보목포구~1100고지’ 코스에서는 Q4 e트론을, ‘클랭블루 카페~해안체육공원’ 코스에서는 Q4 스포트백 e트론을 운전했으며 나머지 코스에서는 조수석 및 2열에 탑승했다.
‘전기차 맞지? 예쁘다.’ 아우디 Q4 e트론을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이다. 모든 전기차가 못생겼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출시된 수많은 전기차들이 내연기관차와 약 50년은 격차가 벌어진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우디 Q4 e트론의 외관은 기존 내연기관 아우디를 많이 닮아있었다. 길거리에서 본다면 파란색 번호판과 막혀있는 그릴을 보고 나서야 ‘전기차였구나, 어쩐지 뭔가 다르더라.’ 라는 말이 나올, 딱 그 정도의 미세한 차이다.
디자인 측면의 이질감이 작아진 가장 큰 이유로는 기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내연기관 SUV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앞면 때문이다. 그릴(엄밀히 말하면 그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은색과 회색 가로줄이 번갈아 적용된 패턴이 자리했는데, 언뜻 보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비슷해 막혀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확 바뀐 생김새를 하고 출시되는 전기차들에 알게 모르게 부담을 느꼈던 기자 입장에서 Q4 e트론은 꽤 타협적인 선택지로 느껴졌다.
내부 디자인 역시 뚜렷한 변화는 채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의 경우 디자인적인 변화가 거의 없어 조수석 송풍구 아래 적힌 ‘e-tron’ 문구를 보고 전기차에 타고 있음을 되새겨야 할 정도였다.
공조 장치 조절 버튼 역시 물리키로 살렸고,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져 조수석 대시보드가 날렵하게 튀어나온 디자인 역시 기존 내연기관 아우디와 같았다. 그나마 스티어링 휠(핸들)이 묘하게 각져 마치 8각형과 같은 느낌을 낸다는 점 정도가 약간의 세련미를 더했을 뿐이다. 오히려 전기차 SUV로써 아우디만의 새로운 감성을 기대한 소비자라면 조금은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공인 전비 씹어먹는 실 주행 전비… 보조금 못 받아도 살 만하다
다만 기존 아우디 고유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차의 기능적인 면과 아우디 전기차만의 주행 성능을 기대한다면 만족감은 끝을 모르고 높아질 것이 분명했다.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올라선 Q4 e트론은 기자에게 ‘속았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분명 내연기관 같았던 Q4 e트론은 도로 위에서 전혀 새로운 차가 되어 있었다.
엔진이 없으니 모든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조용한 것은 당연하지만 Q4 e트론은 조용함의 끝을 달리는 듯 했다. 하다못해 동승자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탓에, 조수석에 앉았을 때는 운전자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손톱을 뜯다가 멈출 정도였다. 주행감 역시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부드럽게 미끄러지면서 운전의 즐거움을 높였다. 회생제동시 잡아 끄는 듯한 느낌 역시 작았다.
특히 배터리 성능의 경우, 기대 이상으로 훌륭해 운전 중에도 여러 번 눈을 의심했다. 전비는 5.5로 주행하다 우리나라 국도 가운데 해발 높이가 가장 높은 1100고지에 다다르자 4.9로 급속하게 하락했다. 하지만 1100고지를 벗어나면서부터 천천히 오르기 시작해 10분 안에 5.7로 상승했고, 30분쯤 되니 6.3으로, 한 시간 쯤 지나니 7.3까지 치솟았다. 주행거리 역시 전비가 오름과 동시에 계속해서 늘어났다. 운전 습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600km 가까이 달릴 수 있을 듯 했다. Q4 e트론의 공인 복합 전비는 4.3km/kWh, 공인 복합 주행거리는 368km다.
넓어진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전방 유리에 정보를 표시해주는 장치)도 만족감이 컸다. 네비게이션과 연동돼 좌회전, 우회전시 화살표 모양이 회전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마치 3D로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길을 안내했다. 차선 이탈 시에도 HUD를 통해 빨간 선이 표시됐고, ACC(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반자율주행) 기능을 켜둔 경우에는 앞차와의 간격을 가늠할 수 있도록 앞차 뒷면 범퍼 부분에 형광색 실선이 표시됐다.
놀라울 정도로 작은 회전 반경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장점 중 하나였다. MEB플랫폼(폭스바겐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앞바퀴 조향각이 확장된 덕인데, 이는 들었을 때보다 실제 주행하며 느껴지는 편리함이 가히 충격적일 정도다. 유턴시, 좌‧우회전시, 주차시 등 운전하며 부딪히는 많은 상황에서 작은 회전 반경 덕에 무의식적으로 ‘오’ ‘이야’ 하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조금 과장하면 ‘베뉴를 끌고 있는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가 2764mm인 준중형 SUV에서 베뉴의 회전 반경을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결국 아쉬운 것은 가격이다. Q4 e트론의 가격은 5970만원. 기본 가격을 듣고 ‘그래서 보조금 받으면 얼만데?’로 이어지는 것이 전기차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수순임을 고려하면, 더 아쉬워진다. Q4 e트론은 국고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나마 Q4 스포트백 e트론 모델만 289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애초에 스포트백 모델이 Q4 e트론 기본 모델보다 400만원 높게 책정돼 보조금을 받더라도 Q4 e트론보다 110만원 가량 비싸다.
한편, Q4 e트론 40의 주요 제원은 다음과 같다. ▲기본 트림 5970만원, 프리미엄 트림 6670만원 ▲최고 출력 150kW ▲최대 토크 310Nm ▲최고 속도 160km/h ▲배터리용량 82kWh ▲1회 충전 주행거리 368km ▲제로백(0에서 100km에 이르는 시간) 8.5초
▲타깃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전기차같은 미래 지향적 디자인 부담스럽다면
-6000만원대 아우디 전기 SUV 오너가 될 수 있는 기회
▲주의할 점
-전기차 티내고 싶다면 도로 위 존재감은 미미할 수 있다
-보조금 아쉬워도 어쨌든 못 받는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