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 '수원 복덩이' 오현규가 해냈다, 이병근 감독이 끝까지 믿은 이유

오현규(수원삼성).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허인회 기자= 120분간 혈투 끝 주인공은 오현규(수원삼성)였다.

29일 오후 2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을 가진 수원삼성이 연장 승부 끝에 FC안양을 2-1로 꺾고 잔류에 성공했다.

오현규가 결정지은 경기였다. 수원은 전반 16분 안병준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9분 아코스티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팽팽한 1-1 균형을 연장전까지 이어갔다. 승부차기는 변수로 가득하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이병근 감독은 90분 내 승부를 보고 싶어했다. 연장 후반 15분까지 모두 지나간 뒤 오현규가 마침내 골망을 흔들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공을 향해 몸을 들이미는 집념을 통해 이뤄진 골이었다.

오현규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수원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다. 옐로카드와 맞바꾼 세리머니였지만 유니폼까지 벗어 던지며 포효했다. 수원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갈 것처럼 소리쳤다.

이병근 감독은 경기 중 오현규 교체를 생각하기도 했으나 끝까지 믿기로 했다. 후반전에 페널티빅을 따내긴 했지만 직접 골문을 노린 위협적인 장면은 부족했다. 그래도 한 방이 있는 공격수이기 때문에 오현규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봤다. 이 감독은 경기 종료 뒤 기자회견에서 "현규에게 교체 해주냐고 물어봤는데 이겨낼 수 있다고 그러더라. 공격쪽에서 득점이 나올 것이라고 믿고 기회를 주자고 생각했다. 잘 맞아떨어졌다.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머리를 갖다댔다"고 밝혔다.

이어 "현규가 요즘 컨디션이 좋다. 들소 같이 밀고 들어가는 힘이 있기 때문에 믿었는데 마지막에 골이 나와 미치는 줄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현규는 이번 시즌 수원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였다. 팀은 위기였으나 올시즌 13골을 넣고 최근 발표된 한국 남자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이름을 올렸다. 오현규는 "감독님께서 항상 날 믿는다고 부담 주시는데 보답하려고, 골을 넣으려고 한다. 120분 동안 많이 지쳤지만 계속 쥐어짜내면 하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상황을 되돌아봤다.

오현규는 아직 목표가 남아있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입소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참가하는 것이다. "겁 없이 부딪히고 많이 배우겠다. 꼭 월드컵 갈 수 있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