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자쥔’으로만 꾸린 中 새 지도부 인선과정 들여다보니…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의견수렴 대상수 대폭 줄이고 당 원로 아예 배제"
천지닝·리수레이·리간제. 떠오르는 中 정치샛별
허리펑·왕이·허웨이둥, 경제·외교·안보 대내총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새 공산당 지도부 구성에 사실상 전권을 휘둘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이번 지도부 인선 과정에서 종전보다 의견수렴 대상을 크게 좁힌 데다 당 원로는 아예 그 대상에서 제외해 그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 명보(明報)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017년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2022년 20차 당대회의 지도부 인선과정을 보도한 내용을 비교·분석한 결과 '시자쥔(習家軍·시진핑의 오랜 측근그룹) 전진 배치'로 요약되는 이번 당 지도부 인선과정에서 시 주석이 5년 전보다 의견수렴 대상을 크게 좁히고, 당 원로는 그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19차 당대회 지도부 인선과정을 소개한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2017년 4∼6월 "현직 당과 국가지도자,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 원로와 개별적으로 접촉해 충분히 의견을 들었다"며 "순차적으로 57명과 대화했다"고 전했다. 반면 20차 당대회 때는 시 주석이 4월부터 "현직 정치국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국가부주석, 중앙군사위원과 개별적으로 대화해 충분히 의견을 들었다"며 "순차적으로 30명과 첩촉했다"고 신화통신은 설명했다. 의견청취 대상은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이고 당 원로는 완전히 빼버린 것이다.
중국 지도부 인선과정은 그동안 당 원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당대회가 열리는 해에 열리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전·현직 지도부 인사들의 휴양을 겸한 비공식 회의)에서는 각 파벌의 '영수' 격인 당 원로와 현직 지도부 사이의 치열한 논쟁과 물밑 교섭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 원로 의견청취 과정이 생략됐다는 얘기다.
더욱이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에 열린 2012년 18차 당대회 때는 투표방식을 뜻하는 '민주추천' 방식으로 지도부 선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으나 시 주석 집권기에 열린 19차 당대회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가 당 전·현직 고위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의견을 듣는 것으로 바뀌었다. 투표방식이 '매표' 등 불법 득표활동을 조장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면담방식으로 변경했다. 면담 대상자가 최고 지도자와 다른 견해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 주석에게 인사권 집중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판국에 의견수렴 대상의 숫자마저 대폭 줄이고 당 원로가 빠졌다면 사실상 시 주석의 현직 부하들 의견만을 청취한 것으로, 다른 견해가 반영될 여지는 거의 없었던 셈이다. 특히 후 전 주석이 당대회 폐막일인 22일 회의에 끝까지 참석하려는 본인 의지와 다르게 ‘반강제적으로’ 퇴장한 상황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20차 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당중앙 정치국은 온통 ‘시진핑 색깔’로만 단장했다. 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거쳐 지난 23일 새로 출범한 20기 정치국위원은 24명이다. 이 가운데 13명이 새롭게 진입했다. 직전 19기 정치국원(25명) 중 시 주석 등 11명이 유임했고, 후춘화(胡春華) 부총리 등 14명은 탈락한 것이다.
정치국원의 연령대는 1950년대생이 14명, 1960년대생이 10명이다. 60년대생은 직전 3명에서 이번에 10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치링허우(70後·1970년대 출생자)'는 정치국 진입은 5년 뒤로 미뤄졌다. 19기 정치국에는 여성이 그나마 쑨춘란(孫春蘭) 부총리 한 명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24명 전원 남성이다.
새로 진입한 정치국원 13명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인물들은 28일 상하이시 당서기로 승진한 천지닝(陳吉寧) 베이징시장과 리수레이(李書磊} 중앙선전부 부부장, 리간제(李幹傑) 산둥(山東)성 당서기다. 이들은 연부역강(年富力强)한 1964년생으로 정치국원 중 최연소자다.
환경 전문가인 천 당서기는 시 주석이 졸업한 칭화(淸華)대 환경공학과를 거쳐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토목·환경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에 칭화대총장에 올랐고 2015년에는 최연소 환경부장에 기용됐는데 당시 최연소 장관이었다. 2017년에는 베이징시 부서기로 기용됐고 이듬해에는 베이징시장에 올라 승승장구했다. 지난 2월에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펼치며 대회 기간 확산을 차단했다.
정치국에 진입하며 중앙서기처 서기(7명)에 오른 리수레이 부부장은 차기 선전부장으로 유력하다.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의 뒤를 이어 시 주석의 책사이자 ‘입’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 문화대혁명 종료 후 대입 시험이 부활한 1978년 당시 14살의 나이로 베이징대에 입학한 ‘신동’으로 유명하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에서 근무하며 2007년 차기 지도자로 낙점된 시 주석이 중앙당교 교장을 맡았을 때 그를 보필했다. 중앙당교는 중국공산당의 싱크탱크이자 고위 간부교육을 담당한다. 국가감찰위원회 부주임을 맡은 후 지난 4월 중앙당교 상무부부장이 됐다. 시 주석의 연설문 집필자로 알려졌다.
승진과 함께 중앙서기처 서기로 임명된 리간제 당서기는 시 주석의 핵심 사업인 환경문제를 총괄해왔다. 칭화대에서 원전 기술을 공부하고 국가핵안전국장을 지냈다. 시진핑 2기에서 생태환경부장(장관)으로 일했다. 2020년 산둥성장이 된 뒤 1년 만에 당서기로 승진했고, 다시 1년 만에 정치국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산둥성 당서기의 경우 톈진(天津) 등 4대 직할시를 한 번 더 거쳐 중앙무대에 진출하는 게 관례인데 이례적으로 초고속 승진한 경우”라고 말했다. 리 당서기는 최고 지도부 아래서 중앙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서기처에서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허웨이둥(何衛東) 상장은 경제·외교·안보 분야의 대내총관(大內總管·대내 업무 총책임자)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시자쥔인 허리펑 주임은 내년 3월 정부 인사가 발표되면 시 주석의 동창인 류허(劉鶴) 부총리에 이어 부총리를 맡을 전망이다. 시 주석이 푸젠(福建)성에 근무할 때 친분을 쌓았으며 시 주석이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결혼했을 때 참석했던 몇 안 되는 하객으로 알려졌다.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 불문율을 뛰어넘은 왕이 부장은 고희(古稀)를 눈앞에 둔 늦깎이로 정치국에 새로 진입하면서 양제츠(楊潔箎)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배턴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대미(對美) '강대강' 기조, 인류운명공동체론, 이념 중심의 소그룹 반대 및 다자주의 등 시 주석의 외교기조를 특유의 화려한 언변과 '쇼맨십'으로 충실히 구현한 만큼 나이 문제까지 극복할 정도로 시 주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국원 승진과 함께 중앙군사위원회 제2부주석에 임명된 허웨이둥 상장은 대만과 마주 보는 푸젠성에서 근무했다. 푸젠성에 근무할 당시 시 주석이 해당 부대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전구 부사령관을 거쳐 동부전구 사령관을 지냈다. 동부전구는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부대로 유사시 대만 공격의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허 부주석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데 항의해 중국군이 대만을 사방에서 봉쇄하고 벌인 고강도 무력시위를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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