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 감사청구 서명”…국회 앞 장사진 만든 ‘게이머들’

강한결 2022. 10. 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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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게임위 감사청구 서명을 위해 국회를 찾은 게이머들.   사진=강한결 기자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국회의사당에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서울, 경기, 충청, 경남 등 출발지는 달랐지만, 이들은 ‘게임위 감사청구 서명’이라는 목표로 현장을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은 29일 정오께부터 국회 앞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자체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하기 위해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의원실에 따르면 게임위는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하청 업체가 엉터리 전산망을 만들어 제출했음에도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당시 게임위는 이 사업에 38억원이 넘는 예산을 써 하청 업체에 용역을 맡겼는데, 2년여의 작업을 거쳐 2019년 건네받은 전산망 시스템은 지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해당 사안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국민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서는 18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의 수기 연명이 필요하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국회의사당에는 서명에 참여하려는 이용자들이 모였다. 현장 관계자는 “가장 일찍 온 이용자 분은 오전 10시 쯤 도착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워낙 많은 분들이 오셔서, 원 계획보다 40분 앞당긴 오후 12시 20분부터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에서 서강대교 인근에서 국회1문까지 약 1.3Km의 장사진을 이룬 게이머들.   국회 홈페이지 화면캡처

기자가 현장을 찾은 오후 3시 40분 국회 옆 인도는 서명에 참여하려는 인파들로 장사진이 형성됐다. 대기 줄은 국회대로를 지나 좌측 여의서로, 국회박물관을 돌아 국회 도서관 앞까지 이어졌다. 직선거리로 측정하면 대략 1.3Km 가량이다.

관계자는 “이미 2시 이전에 감사원 감사 청구 조건인 국민 300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2~3시 무렵 오신 이용자 분들께서는 줄이 너무 긴 탓에 ‘마음이라도 보태겠다’며 발걸음을 돌리신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의원실이 국회 1문 앞에 마련한 서명대.   연합뉴스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 앞 국회1문 앞 서명대에는 의원실 관계자들이 이용자 서명을 받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진성 게이머로 잘 알려진 이도경 보좌관은 “이렇게 많은 이용자 분들께서 와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면서 “오후 3시 30분 정도 기준으로 1300여명이 넘는 분들이 서명에 참여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이날 연서명을 받아 오는 31일 감사원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시작으로 해결되지 않는 의혹은 검찰 수사까지 계속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장을 찾은 이용자들은 한 목소리로 게임위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부천에서 온 ‘블루 아카이브’ 이용자는 “이번 사태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게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현장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300명도 간신히 넘기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게임위도 이러한 많은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게임위 감사청구 서명을 위해 국회를 찾은 게이머들.   사진=강한결 기자

모자가 함께 서명에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게임개발자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강남구 거주 21살 이용자는 “최근 게임위가 블루 아카이브를 비롯한 서브컬처 게임의 이용자등급을 갑작스레 상향 조정한 것이 직접적인 참여 계기”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근본적으로 볼 때 게임위가 게임종사자와 게이머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심의 프로그램 관련 비리 관련 논란도 명백히 밝혀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함께 동행한 어머니는 “이번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아들이 진로를 희망하는 게임산업이 좋은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마음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온 대학생 김 모(24)씨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게임은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시선이 좋지 못한 것 같다”며 “이러한 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임위가 오히려 더 부정적인 시선을 키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공개된 여러 가지 비위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게임위 감사청구 서명을 위해 국회를 찾은 게이머들.   사진=강한결 기자

한편 이날 현장에는 장시간 줄을 선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생수를 제공하고, 종량제 봉투를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자원 봉사자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양천구에서 온 이현구(19) 군은 “일찍 와서 서명을 끝냈는데, 줄을 서신 분들이 생수병이나 일회용 커피잔을 들고 계신 것을 보고 쓰레기를 수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군은 “이번에 블루 아카이브 사태의 경우 심의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과정도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번 계기로 게임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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