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돋보기] 먹는 피임약이 뇌졸중 유발?…“흡연·만성질환자 주의”
식약처 “35세 이상 담배 피우는 여성 피임약 복용 말라” 권고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혀 뇌 일부가 손상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뇌 속에 혈액이 고이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는 한 번 손상되면 완전 회복이 어렵고 낫더라도 반신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치명적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무엇보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치료가 중요하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조현지 교수의 도움말로 뇌졸중에 대한 궁금증 몇가지를 풀어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뇌졸중에 쉽게 걸리나.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뇌졸중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니지만 간접 원인이기는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거나 혈관이 수축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음주나 흡연의 빈도가 높아질 수 있어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끼쳐 뇌졸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코를 고는 사람은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높은가.
“코골이가 심할수록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지고 있다. 코골이는 고령이나 비만, 원래 턱이 작은 얼굴형, 편도가 비대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잠을 자며 일시적으로 숨이 멎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반복적으로 뇌혈류가 감소하면서 뇌에 저산소증을 일으키고, 뇌혈관 내부에 변화가 일어나며 혈압을 상승시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진다. 또 장기간 수면무호흡증에 노출될 경우 고혈압이나 비만,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이 나타날 수 있고 이런 질환들은 이차적으로 뇌졸중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경구(먹는) 피임약이 뇌졸중 위험요인으로 꼽히는데.
“경구 피임약은 별도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어 간편한 피임법으로 젊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피임 외에도 생리 주기를 조절하거나 생리통 완화, 생리전 증후군과 생리불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경구 피임약 복용이 크게 무리가 없지만 뇌혈관질환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피임약뿐 아니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도 약으로 복용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간에 영향을 미쳐 중성지방 생산량이 높아지고 혈소판의 응집(뭉침)을 증가시켜 그 결과로 혈액이 뭉치는 혈전(피떡)이 나타나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막아 뇌혈관 질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경구 피임약 복용 시 혈전 관련 질환의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절대적 위험도가 큰 것은 아니다. 젊은 비흡연 여성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흡연이나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같은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을 때는 경구 피임약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5세 이상 흡연자의 경우 피임약을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뇌졸중 발생 시 응급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뇌졸중 중에서도 특히 뇌경색은 응급치료로 정맥 혈전용해제 투여 또는 기계적 뇌내 혈전제거술을 받을 수 있다. 이 치료로 혈전을 없애 막힌 혈관이 뚫리고 피가 뇌로 공급되면 뇌 손상을 막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뇌 손상이 광범위해져 혈관이 다시 열리더라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막힌 혈관을 뚫는 치료를 한다 해서 모든 환자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하지 못할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 치료 결과를 봐도 치료받은 환자의 30~50%는 호전돼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뇌졸중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방이나 기름기가 많은 육류와 버터, 코코넛유나 팜유를 사용한 튀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염증을 유발한다. 또 혈관에 동맥 경화반(지질 찌꺼기가 뭉침)이 생기는데, 이는 뇌혈관을 막거나 손상시켜 뇌에 원활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게 만든다. 여기에 동물 내장이나 닭껍질, 생선알, 햄과 베이컨류도 뇌졸중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당분이 높은 음식도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반면 규칙적인 운동은 뇌졸중을 약 2.7배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4~5회, 한 번에 30분~1시간 정도 꾸준히 하면 뇌혈관질환 위험이 줄어든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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