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제곡, 게임 배경 음악…AI가 작곡했다고? 포자랩스 도전기
최근 성황리에 끝난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주제가 역시 AI 작품이다. 이 AI 작곡가를 만든 곳은 놀랍게도 한국 스타트업 포자랩스다. 창업자는 허원길 대표. 연세대 인공지능 대학원 재학 중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보며 영감을 받아 AI 작곡 사업을 시작했다.
허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SF 소설과 영화를 보며 인공지능 기술로 내가 상상하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 꿈꿨는데 바로 지금이다 싶었다.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 사업 기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음성 합성, 신약 개발, 챗봇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실패도 했다. 시행착오 끝에 일상생활과 보다 맞닿아 있는 아이템을 찾아 사업화하고 싶었고, 그렇게 AI 음악 개발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음악 창작은 아직까지 전문가들의 영역이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창업했다. 사용자가 직접 만든 음악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추억을 쌓고, 또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 음악 창작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자랩스가 만드는 콘텐츠 산업의 미래. 어떤 그림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배경음악이 필요한 고객사(클라이언트)에 포자랩스 AI가 생성한 음원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업 모델이다. 건당 30만원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게임업계에서 게임, 신사업 등에 필요한 배경음악을 제공하거나, 공중파 드라마 사운드 트랙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광고업계에서도 많이 찾는다. 화장품 회사나, IT 회사가 만드는 TV, 소셜미디어 광고 영상에 쓰일 배경음악을 작곡해 제공한다. 올해 9월 매일경제에서 주최한 세계지식포럼 주제가를 만들기도 했다. 세계지식포럼이 제작하는 다양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또 포럼 현장 이곳저곳에서 포자랩스가 만든 주제가가 사용됐다. 피아니스트 윤한과 함께 AI 기술을 활용해 만드는 수면음악은 앨범 제작이 완료되면 앨범 발매를 통한 수익도 기대하고 있다.
Q. SaaS(구독형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저작권 걱정 없는 AI 배경음악 구독 서비스 ‘비오디오’가 대표적이다. 개인,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상 제작에 필수 요소인 배경음악을 포자랩스 AI가 만들어 라이브러리 음원을 제공하고, 구독료를 받는다. 크리에이터들은 늘 새롭고, 다양한 음악을 찾는데, 올해 9월 비오디오 론칭 이후로 꾸준히 구독자가 증가하고 있다.
Q. 해외에서는 이런 사업 모델이 많이 보이는데.
AIVA가 가장 널리 알려진 AI 음악 회사다. 프랑스-룩셈부르크 지역에 기반을 뒀다. 세계 최초로 저작권 협회(프랑스-룩셈부르크 저작권 협회)의 인정을 받은 AI 작곡가로 유명하다. 2017년 EU는 AI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으로 인정하기로 한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AIVA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 외 에이아이뮤직(AI Music)은 애플에 인수됐고 쥬크덱(Jukedeck)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에 인수됐다.
Q. 해외 업체가 각광받는 건 악재인가, 호재인가.
당연히 호재다. 빅테크 기업이 AI 음악에 관심을 갖고, 개발과 투자에 집중한다는 사실은 저희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AI 음악 작곡 기술이 기존의 작곡 기술의 훌륭한 보조 역할을 할 수도, 또 색다른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글로벌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국내외 경쟁사 대비 차별점은 뭔가.
뉴 에이지, 재즈 등 ‘이지 리스닝’ 장르 곡은 AI 작곡이 용이한 편이다. 악기 사용이 다양하지 않고, 멜로디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아서다. 다만 영화 음악, 락, 힙합, 국악 등 장르가 다각화돼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포자랩스는 현재 록음악, 힙합, EDM, 재즈, 시네마틱, 유아동, 국악 등 전 장르의 음악을 인공지능이 만든다. 음악 품질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전문 작곡가, 평론가를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글로벌 인공지능 음악 개발사의 음악과 견줘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또한, 포자랩스는 AI 학습 데이터를 모두 직접 만든다. 기존의 저작권이 있는 곡들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경우,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학습 데이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지난한 작업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데이터의 윤리적 사용 이슈는 인공지능업계에게 늘 중요한 해결 과제라 생각한다.
Q. 창업 후 유의미한 경영 성과나 숫자, 계약 건이 있다면.
올해 9월,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 학회 뉴립스(NeurIPS)에 포자랩스가 작성한 논문이 채택됐다. 뉴립스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만이 등재 가능한 저널이다. 이번에 제출한 ‘AI 음원 샘플 생성’ 관련 논문이 뉴립스에 채택됨에 따라 전 세계의 저명한 석학들로부터 포자랩스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Q. 향후 어떤 기업으로 키울 것인가.
전 세계인이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즐기는 미래를 꿈꾼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이것을 공유하는 세상. 즉,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음악을 소유하고자 할 때 포자랩스의 인공지능 기술 서비스가 가장 먼저 생각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
한편 포자랩스는 최근 CJ ENM으로부터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CJ ENM관계자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포자랩스와 협업을 통해 창작 인프라가 강화되고 신규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디지털 콘텐츠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투자를 지속해서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CJ ENM이 제작하는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를 통해, 포자랩스의 AI 음원을 전 세계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며, “국내외 사용자들을 위한 AI 작곡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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