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팀, 항공기 조류 충돌 막는 매 닮은 비행 로봇 개발

강찬수 2022. 10. 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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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스위스 클로텐 인근 취리히 공항에 터키항공의 에어버스 A321 항공기가 착륙할 때 새 떼가 날아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항 주변에서 항공기와 조류 사이의 충돌을 막는 비행 로봇이 개발됐다.

매를 닮은 이 로봇은 무인항공기(드론) 등 기존 방법보다 조류 퇴치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대학과 네덜란드 공군, 이탈리아 투시아(Tuscia)대학 연구팀은 최근 자체 개발한 조류 충돌(Bird Strike) 방지용 '매 로봇'을 소개하는 논문을 '로열 소사이어티 인터페이스 저널(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발표했다.


프로펠러 2개에 무게는 245g


네덜란드 팀이 개발한 매 로봇(RobotFalcon). 위에서 본 보습(a)과 비행 중일 때 아래에서 본 모습(b), 새 떼를 쫓는 모습(c).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2022]
연구팀은 새들을 포식하는 맹금류인 매를 본떠서 원격 제어 비행 로봇을 제작했고, 네덜란드 월컴(Workum) 공항에서 새 쫓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색깔은 물론 날개·꼬리 등 모양·크기 등에서 진짜 매와 흡사한 '매 로봇(RobotFalcon)'을 제작했다.
몸체는 유리섬유로, 날개·꼬리는 발포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었고, 탄소섬유로 보강했다.

양쪽 날개 앞쪽에 프로펠러를 하나씩 붙였고, 엔진은 몸체 내부에 넣었다. 머리에는 카메라를, 꼬리에는 조향 장치를 붙였다.
로봇 무게는 245g, 날개 길이는 70㎝였다. 순항 속도는 초속 15m였다.

연구팀은 특히 매의 비행 특성을 연구, 매 로봇이 실제 매와 비슷한 방식으로 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5분이면 새 떼 쫓아낸다


매 로봇 실험 결과. 매 로봇은 드론에 비해 새를 더 빨리, 더 확실하게 쫓아내고, 새 떼가 되돌아오는 횟수도 크게 줄였다. [자료: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 2022]
성능 실험은 2019년 2~11월 사이 총 34일 동안 공항 현장에서 진행했다.

매 로봇은 출현 5분 이내에 새 떼를 완전히 쫓아냈고, 70초 이내에 새를 쫓아낸 경우도 절반이나 됐다.
한번 비행했을 때 새들이 다시 내려앉는 횟수가 드론의 경우는 2.6회였지, 매 로봇의 경우는 0.2회에 불과했다.

매 로봇은 50m 상공 등 높은 고도에서 접근할 때 더 효과가 있었다.
새들의 종류에 따라서 효과가 차이가 났는데, 까마귀와 갈매기 떼는 매 로봇이 훨씬 더 빠르게 쫓아냈다.
크기가 작은 흰점찌르레기의 경우는 드론이나 매 로봇이 별 차이가 없었다.

다른 공항(공군기지)에서 음향(소음)과 폭죽으로 조류를 퇴치했을 때 얻은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도 매 로봇은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됐다.
예를 들어, 흰점찌르레기와 댕기물떼새의 경우 퇴치 소음을 사용하면 각각 1.83시간과 1.1시간 효과가 있었지만, 매 로봇을 사용하면 4시간 정도 효과가 있었다. 까마귀의 경우는 소음이나 매 로봇 모두 1시간 정도 효과를 보였다.


계속 사용해도 습관화되지 않아


인천공항 야생동물통제대원이 인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조류 퇴치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인천공항공사 제공]
연구팀은 "3개월 동안 연속으로 사용했는데도 매 로봇에 새들이 적응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실제 매의 행동과 모양이 유사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해도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항 등에서는 소음이나 가스 대포, 거울, 폭죽 등 다양한 조류 퇴치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새들이 곧 익숙해지면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들이 습관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번갈아 사용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매 로봇이 효과를 보려면 훈련된 조종사가 필요하다는 점과 배터리 수명이 15분이라는 점, 비가 내리거나 강풍이 불면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는 있다"며 "왜가리와 같은 대형 조류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더 큰 포식자를 모방한 로봇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류 충돌로 연간 2조 원 손실


새와 충돌해 손상을 입은 항공기의 모습. 중앙포토
조류와 항공기 충돌은 항공기에 손상을 주게 되고 비행 지연·취소 등으로 인해 국제 민간 항공 산업에는 연간 14억 달러(약 2조 원)가 넘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에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탑승객을 태우고 마이애미로 향하던 유나이티드항공(UA) 보잉 737-900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와 충돌하며 엔진에 불이 붙어 급거 회항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4일에는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1대가 훈련 비행을 하던 중 항공 전자계통 이상으로 착륙 장치가 내려오지 않아 충남 서산 제20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동체 착륙한 일이 있었다. 당시 공군은 좌측 엔진 흡입구 쪽에 독수리과로 보이는 큰 새가 충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는 2018년 20건, 2019년 17건, 2020년 6건의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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