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린 그릇”…‘전설의 보물선’ 이야기에 1만명 몰렸다

백경서 2022. 10.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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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800년 전 해상교류의 흔적-고려 바다의 비밀’ 특별기획전에서 볼 수 있는 신안선 사진. 울산=백경서 기자

47년전 어민이 발견한 신안 보물
1975년 8월 전남 신안군 중도면 방축리 앞바다. 조업 중이던 어부 최평호(당시 35살)씨 그물에 고기 대신 도자기처럼 생긴 그릇 6개가 걸려 올라왔다. 최씨는 이 물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자신의 집 마루 밑에 보관해 두었다.

5개월쯤 뒤인 76년 1월 초등학교 교사인 최씨 동생이 최씨의 집을 찾아왔다. 동생은 이 도자기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곧바로 “평범한 물건이 아닌 것 같다”며 신안군에 신고했다.

문화재관리국(당시 문화재청) 조사 결과 최씨가 건져낸 그릇은 중국제 청·백자로 중국 송~원나라 시대 것임이 확인됐다. 문화재관리국은 곧바로 발굴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만 해도 신안선에서 막대한 유물이 인양된다는 소식에 도굴범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11년간 이어진 문화재관리국 발굴 결과 이 배는 14세기 최대 무역선 중 하나인 ‘신안선’으로 확인됐다. 고려 시대인 1323년에 중국 원나라를 떠나서 고려에서 청자를 싣고 다시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으로 추정된다. 신안선에는 중국 각지에서 생산된 공예품,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온 이국적인 향신료, 고려의 도자기 등이 실려있었다. 특히 도자기는 무려 2만5000점이 나왔다. 이중 고려청자는 7점이다. 배 밑 쪽에서는 동전도 28t, 대략 800만개가 발견됐다. 당시 신안선이 ‘보물선’으로 불렸던 이유다.

울산박물관 ‘800년 전 해상교류의 흔적-고려 바다의 비밀’ 특별기획전에서 볼 수 있는 신안선 사진. 울산=백경서 기자

한반도 서남해 주변에서는 신안선과 같은 고려 시대 난파선들이 제법 있다. 전북 군산에서 12세기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 십이동파도선과 1131년 침몰한 태안선, 1208년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태안 마도1호선 등이 있다. 난파선에 실린 고려청자와 일종의 화물목록을 적은 죽간·목간 등 출토 유물도 다양하다.

울산박물관 난파선 발견 유물 전시회
울산박물관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신안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11일까지 ‘800년 전 해상교류의 흔적-고려 바다의 비밀’ 특별기획전을 전시 중이다. 이 전시에서는 신안선에서 나온 도자기 등 출토 유물을 비롯해 고려 시대 바다를 통해 국내를 오갔던 여러 난파선에서 발견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려시대 해상운송·국제교류 상황과 당시 생활문화도 소개한다. 전시는 ‘너의 바다-신안선과 동아시아 해상교류’(1부), ‘나의 바다-고려의 해상교류’(2부), ‘하나의 바다’(3부)로 구성돼 있다.

울산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고려바다의 비밀' 특별전. [사진 울산박물관]

지난달 6일에 개막한 전시는 지난 13일 한 달 여 만에 관람객 1만명을 돌파했다. 이날 기준 관람객은 1만3000여 명이다. 울산박물관에 따르면 1만 번째 관람객은 부산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쑤후이준(27)이다.

쑤후이준은 “중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었다”며 “SNS에서 울산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전시를 보고 방문했는데, 1만 번째 관람객까지 돼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울산박물관 측은 전시를 통해 도기가 알려주는 역사도 설명한다. 울산박물관 관계자는 “사라진 뱃길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지만, 울산 울주 연자도 유적에서 발견된 도기가 전라도 난파선서 발견된 도기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바다 중심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신형석 울산박물관장은 “울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서남해 수중문화재를 이번에 선보이는 것”이라며 “수중고고학 성과를 즐기고 해상교류의 역사도 익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발견된 지 29년 만에 복원을 마치고 공개되는 신안선의 전체적인 구조.형태를 알 수 있도록 꾸민 내부 모형. 중앙포토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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