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보여준 노래들 [나, (여자)아이들]

김예슬 2022. 10.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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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여자)아이들은 솔직한 팀이다. 말하려는 메시지와 콘셉트를 주저하지 않고 명확하게 제시한다. 때로는 과격하고 직설적인 노랫말을 넣어 대중을 놀라게 한다. 2018년 5월 발표한 데뷔곡 ‘라타타’부터 지난 17일 발표한 ‘누드’까지. 언제나 어떤 음악을 하는지 직관적이고 뚜렷하게 보여준 (여자)아이들. 이들의 메시지가 선명히 담긴 몇몇 노래들을 짚어봤다.

‘어-오(Uh-Oh)’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어-오(Uh-Oh)’ - “이곳의 보석은 나야”

2019년 6월 발매한 (여자)아이들의 두 번째 디지털 싱글의 동명 타이틀 곡. 사랑과 이별 등 다양한 주제를 노래하던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나 자신’에 주목하기 시작한 곡이다. 정통 힙합 사운드 기반에 직설적인 가사를 더해 그들의 개성을 드러냈다. 처음엔 관심을 주지 않다가 뒤늦게 친한 척하는 사람들을 재치 있게 비꼬는 주제에서 출발했다. “난 좀 당황스럽네요, 친한 척 말아줘”, “착한 척 말고 꺼져”, “박쥐 같은 팔로워, 내 성공을 점쳤다는 라이어” 등 공격적인 메시지가 눈에 띈다. “말했지 이곳의 보석은 나야, 투자해 어서”, “넌 번쩍거린 것만 찾느라 여길 번쩍 들어 올릴 난 못 찾았어” 등의 가사에선 강한 자신감이 나타난다.

‘라이언(LION)’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라이언(LION)’ - “I'm a lion I'm a queen”

2019년 8월 방영한 Mnet ‘퀸덤’ 최종 경연에서 발표한 곡. ‘라이언’은 (여자)아이들을 상징하는 곡이다. 자신을 사자에 빗대어 “아무도 가둘 수 없는” 여왕으로 올라섰다는 내용의 노랫말로 화제를 모았다. 밀림에 군림하는 사자를 표현한 퍼포먼스는 노래가 전하는 주제의식에 힘을 더한다. “감히 또 누가 날 막고 또 누가 날 조종해”라는 가사는 이들의 패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걸그룹에 한계를 규정하는 인식에 반기를 든 (여자)아이들은 도발적인 선언으로 마침내 스스로를 왕좌에 올린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개척하는 길, 그걸 해내고서야 받는 박수는 더 짜릿한 맛이지, 그걸 맛봤고 이제 부정할 수 없어, I'm a queen.”

‘오 마이 갓(Oh my god)’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오 마이 갓(Oh my god)’ - “결국 너를 품으니 난”

2020년 4월 발매한 (여자)아이들의 미니 3집 ‘아이 트러스트(I trust)’ 타이틀 곡. (여자)아이들은 나를 믿는다는 제목의 앨범을 대표하는 곡으로 ‘오 마이 갓’을 택했다. 현실에 맞서 나를 믿어야 한다고 깨닫는 과정을 담은 곡이다. 불안해하는 ‘나’는 이성을 깨부수고 제멋대로 들어온, 데일만큼 사랑하게 만든 ‘너’를 품는다. ‘그녀’로 타자화된 ‘너’는 사랑 등 모든 감정에 충실한 또 다른 ‘나’를 의미한다. 뮤직비디오에는 이 같은 은유가 더욱 선명히 담겼다. 영상은 각 멤버가 이성을 지키는 천사와 감성에 휘둘리는 악마로 대비되는 모습을 비춘다. 영상 도중 삽입된 라틴어 ‘Ab imo pectore(마음 가장 깊숙한 곳으로부터)’는 스스로를 믿고 마음속에 품은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하겠다는 (여자)아이들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톰보이(TOMBOY)’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톰보이(TOMBOY)’ - “This is my attitude”

2022년 3월 발매한 (여자)아이들의 첫 정규 앨범 ‘아이 네버 다이(I NEVER DIE)’ 타이틀 곡. 록 사운드에 기반한 ‘톰보이’는 강렬한 악기 사운드와 당당한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넌 나를 못 감당한다”며 노래의 포문을 여는 민니를 시작으로 “미친 연이라 말하”라는 미연, “나는 인형이 아니”라 하는 소연, “사랑 따위 상처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는 우기와 “나는 ‘톰보이’가 될 것”이라고 일갈하는 슈화까지. ‘톰보이’에서 (여자)아이들은 가장 직접적으로, 당당하게 선언한다. ‘톰보이’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냥 나, 아이들”이라는 가사로 끝난다. 직설적인 가사는 중독성 있는 사운드를 타고 차지게 흘러간다. 뮤직비디오 역시 볼거리다. 영상 속 (여자)아이들은 남자 바비인형 ‘G’를 제거한다. 카메라는 G를 제거한 이후 ‘I-DLE’과 ‘I’M TOMBOY’라 적힌 차량 번호판을 비춘다. (G)I-DLE로 통용되던 (여자)아이들은, 스스로 G를 없애고 아이들이자 ‘톰보이’로 우뚝 선다. 

‘누드(Nxde)’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누드(Nxde)’ - “다신 사랑받지 못한대도”

2022년 10월 발매한 (여자)아이들의 미니 5집 ‘아이 러브(I love)’ 타이틀 곡. 변화를 거듭하던 (여자)아이들은 ‘누드’로 보는 음악에 다다른다. ‘누드’는 노랫말과 멜로디와 함께 이미지까지 소비할 수 있는 곡이다. 누드라는 도발적인 소재를 제시하며 편견에 시달리던 이들을 은유한다. (여자)아이들은 가사를 통해 “꼴이 볼품없대도, 망가진다 해도, 다신 사랑받지 못한대도” 솔직함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뒤이어 누드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이끌린 이들에게 “변태는 너”라고 일침을 가한다. 뮤직비디오에는 매릴린 먼로와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감독 하워드 혹스), 영화 ‘물랑 루즈’(감독 바즈 루어만) 등을 오마주한 흔적이 만연하다. 영상에 숨은 메타포를 적극적으로 듣고, 보고, 탐구하며 청자는 이들의 의도에 점차 가까워진다. 앞으로도 솔직한 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여자)아이들의 선전포고처럼 보인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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