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불황대비 M&A·인프라확충 바쁜 해운사들

김지애 2022. 10. 29.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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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으로 호황 누리던 해운업계
인플레 탓 물동량 줄면서 운임하락
게티이미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호황을 누렸던 해운업계에 본격적으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물동량이 줄면서 해운 운임은 하락세를 탔다. 해운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세계적 해운사들은 닥쳐올 ‘추위’에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다만 대응 방향은 극과 극이다. 한쪽에서는 ‘덩치 키우기’가 활발하다. 인수·합병(M&A)을 기반으로 항공·육상 물류까지 넘보고 있다. 종합물류 기업으로 확장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반대쪽에서는 해운업이라는 본업에 충실히 한다는 전략을 내세운다. 사업 확장은 주로 글로벌 해운업체 사이에서 활발하다. 한국 해운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흐름을 살피고 있다.

28일 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의 MS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의 CMA CGM 같은 상위권 대형 해운사들이 물류기업을 발빠르게 사들이고 있다. MSC는 프랑스 물류기업인 볼로레 로지스틱스의 아프리카 사업부를 57억 유로에 품었다. 인수 대상에는 아프리카 8개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16개 터미널, 80여개 대리점, 철도운영권 등이 포함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LF로지스틱스의 아시아 계약물류 사업을 36억 달러에 사들이면서 아시아 시장에서의 ‘육상 인프라’를 확보했다.


이뿐 아니다. 해운사들이 항공사를 인수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항공물류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프랑스 해운사인 CMA CGM은 지난해에 ‘CMA CGM 에어카고’라는 항공물류 자회사를 세웠다. 이 회사는 비행기 4대를 구매한 데 이어 보잉 777 2대도 추가로 사들였다. 에어프랑스-KLM의 지분을 확보하며 주요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스위스의 MSC는 아틀라스에어와 손잡고 화물항공사 MSC 에어카고를 출범했고, 내년에 항공물류 서비스를 시작한다.

항만 터미널을 확충하면서 인프라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CMA CGM은 23억 달러를 들여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FMS를 인수했다. MSC는 지난해 말 57억 유로를 들여 볼로레로지스틱스의 아프리카 사업부를 사들였다. 이 사업부는 아프리카에 있는 42개 항구에 터미널만 16개를 갖고 있다. MSC, 머스크, CMA CGM이 지난 1년간 사들이 전용 항만 터미널은 28개에 이른다.

왜 ‘공룡 해운사’들이 몸집 불리는 데 전력투구를 할까. 전문가들은 ‘규모의 경제’를 첫손에 꼽는다. 동시에 해운시장의 불확실성,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항공물류, 육상물류로 눈을 돌린다고 진단한다. 다만 불안의 불씨는 여전하다. 머스크, CMA CGM(컨테이너선 부문), 하파그로이드, 코스코(컨테이너선 부문) 등 전 세계 주요 해운사는 올해 2분기에 역대 최고 이익을 거뒀다. 엔데믹 이후 해상물류 수요가 폭발한 데다 공급망 정체로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거세지면서 ‘물동량 축소, 해운 운임 하락, 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할 가능성이 커지는 중이다. 실제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에 700~800선을 유지하다 지난해부터 크게 올라 올해 1월 5109.6을 찍었지만 지난 21일에 1778.69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공룡’과 달리 한국 해운사들은 본업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인다. HMM은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선박, 터미널 물류시설 확충에 나선다는 중장기 성장전략을 짰다. 컨테이너선 선적 능력을 현재 82만TEU에서 2026년까지 120만TEU까지 늘리고, 벌크선 선단을 29척에서 55척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해운 노선 확보 및 다양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벌크선에 주력하는 팬오션도 2024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9척 추가 등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해운사들도 국제적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상위권에 포진한 해운사들이 종합물류 기업으로 확장하는 모습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변하는 게 적절한지, 아시아의 해운사들처럼 본연의 업에 집중하는 게 맞는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해운사들은 과거 한진해운 사례를 걱정한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100척, 벌크선 44척을 보유한 한국 1위, 세계 7위의 컨테이너 선사로 성장했지만 업황 악화와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경영난을 겪다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듬해 2월에 최종 파산했다.

전문가들은 ‘변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세계적 컨테이너선 선사들은 원래 해상운송 서비스가 주력이었지만 약 10년 전부터 종합물류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추세를 보인다”면서 “우리 국적 선사들도 글로벌 해운사들과 경쟁하려면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채가 많고 자기자본이 부족해 경영 부실화가 우려되는 경우 직접 투자하는 대신 항공사나 육상물류 기업들과 협력하는 식으로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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