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까이… 산봉우리 올라 하나님 만나다 [우성규 기자의 걷기 묵상]

⑬설곡산 다일공동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산 다일공동체 뒤편의 능선 아래 작은 연못의 전경. 오른쪽 바위틈으로 터져 나오는 샘물이 연못을 이룬 곳에서 최일도 목사가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가을 걷기 묵상의 행선지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설곡산 다일공동체이다. 서울 잠실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1시간이면 가평군 설악터미널에 도착한다. 다시 마을버스에 올라 30분을 달리면 성곡마을, 거기서 30분을 걸어야 설곡산 입구에 당도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빠르고 편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소수는 여전히 대중교통을 고수하며 도보여행에 나선다.

설곡산 진입로에 고급스러운 카페 ‘베드로’가 보였다. 은퇴 선교사들을 위한 생명의 빛 예수마을(하룡 목사)의 붉은 소나무 예배당 등이 한국교회 성도들을 맞이한다. 남서울은혜교회 성도들과 후원자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마련된 곳이다. 침묵과 묵상을 통해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자 하는 성도 누구에게나 개방된 시설이다.

아름다운 예배당에서 잠시 기도한 뒤 설곡산 다일공동체 경내로 향한다. 설곡산 둘레길로 명명된 영성의 길이 순례객을 맞이한다. 영성목회와 영성신학을 추구하는 모임 ‘영성나무’의 대표인 이경용 청주 영광교회 목사와 함께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의 안내로 최근 설곡산 이 산길을 걸었다. 최 목사와 이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신학과 동기로 오랜 친구 사이다. 이 목사는 산에 오르며 시편 120편에서 134편까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내가 환난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내게 응답하셨도다’(시 120:1)로 시작해 15편 연속으로 이어지는 시편을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고 합니다. 다윗과 솔로몬과 유대인들이 해발 760m에 위치한 예루살렘 성전에 지금의 예배인 제사를 드리러 긴 오르막길을 올라가며 불렀던 노래입니다. 걷기 묵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찬양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실족하지 아니하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이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시 121: 1~3) 말씀을 되뇌며 경사지를 오른다. 능선 바로 아래 거대한 바위가 쪼개진 틈에서 샘물이 솟아나 작은 연못을 이뤘다. 다일공동체를 이끄는 최 목사가 말했다.

“공동체 식구들이 하늘정원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바위에서 물이 솟아 겨울에도 콸콸 흐릅니다. 우리는 절대 침묵 속에서 이곳에 올라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곤 합니다. 암반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샘물 소리를 들으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낍니다. 자연 친화적 영성 수련이 버팀목이었습니다. 밥퍼 등 34년 넘게 도심 한복판에서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사역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주말 이곳 봉우리에서 침묵하고 사색하고 기도하는 일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산에 오른다는 건 하늘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다. 예수님도 다양한 사역을 하시다가 이따금 홀로 혹은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올라 하나님과 은밀히 교제하고 교통하는 일에 열중하셨다. 최 목사의 안내로 일행은 설곡산 다일공동체와 생명의 빛 예수마을 등이 한꺼번에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올랐다. 다일공동체는 이곳을 ‘응답봉’이라고 불렀다. 이런 글귀가 순례객을 맞이한다.

“참된 기도는 바라는 것이 이뤄지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을 기쁨으로 실천합니다. 천사의 가게는 열매가 아닌 씨앗을 판다고 합니다. 당신의 소망이 씨앗입니다. 지금부터, 여기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실천한다면 당신은 응답받은 것입니다.”

설곡산 다일공동체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나를 만나고 자연을 만나고 하나님을 만나는 다일영성 생활수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청량리역을 비롯해 세계 10개국 빈민촌에서 매일 5000명 이상을 먹이는 밥퍼 사역은 뿌리 깊은 영성 수련과 성찰과 기도의 힘에서 나온 것이다.

가평=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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