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쏙 빠진 이재명...일각선 "초조함에 갈팡질팡 모습 보여"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압박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화재 피해를 입은 대구 도매시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다.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과 여의도 중앙당사 압수수색 등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다시 민생 행보를 통해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 관리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피해 상인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민주당도 신속하고 확고한 피해 복구·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예산·입법국회가 시작되면 전통시장 현대화와 화재예방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 확보에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잇따른 사건·사고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데 이런 때일수록 여·야·정이 정쟁을 보류하고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며 “여·야·정 국민안전대책회의 같은 초당적 협력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쟁에 빠져서 정치보복, 야당탄압에 국가역량을 소모할 것이 아니라 초당적 정치로 국가적 위기를 넘어서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도 촉구했다.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지역상인들과의 간담회도 했다. 상인 한 명이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무슨 힘이 있느냐. 아무리 예산을 주고 싶어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대표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민주당은 민생정당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꼭 제 말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잘 찾아내서 해결방안을 만들겠다”며 “정부·여당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현장 최고위를 연 것은 지난달 30일 광주 이후 한 달 만이다. 이 대표 측 인사는 “매주 한 번씩 현장 최고위를 여는 것을 계획했지만, 측근 구속과 당사 압수수색 등으로 일정을 미뤄왔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입법에 반영해 최대한 성과를 내고, 결과적으로는 검찰수사와 야당 탄압에 몰두하는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진태 발 금융위기 사태 긴급진상조사단’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밤샘회의를 해서라도 불안한 국민과 기업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의 민생 행보에 민주당 지도부가 발을 맞춘 모습이다.
살 빠진 이재명…당 일각 “초조함에 갈피 못 잡아”
그러나 이 대표의 최근 발언을 놓고 당내에서는 불안감도 읽힌다. 불법대선자금 의혹 관련한 수사 압박이 세지자 이 대표의 대응이 갈팡질팡하는 측면이 없지 않아서다. 지난 24일 당사 압수수색에 눈시울을 붉히는 등 감정적 대응을 한 일이나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다”며 양립이 어려운 두 가지를 동시에 주장한 일이 대표적이다.
친이재명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조만간 소환을 통보해 자신이 곧 포토라인에 설 수도 있다는 현실을 이 대표도 잘 알고 있다”며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대한 초조함 때문에 메시지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불안한 모습이 자주 표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투쟁을 외치던 이 대표가 갑자기 눈시울을 붉힌 맥락을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밤잠도 통 못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이 대표 측 인사는 “이 대표가 잠에 쉽게 들지 못하고 식사도 잘하지 못한다”며 “갈수록 수척해지고 있어 안타까워하는 측근들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민주당 당직자 사이에서도 지난 대선 때와 비교할 때 얼굴 살이 확연하게 빠진 이 대표의 모습이 주된 이야깃거리라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21일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원래 78㎏쯤 하다가 지금은 70㎏을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 살이 빠져서 피곤해 보인다고 하시는데 건강을 위해 체중관리를 하다 보니 살이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심리가 다소 불안하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늦기 전에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합리적 성향의 다선 의원들을 앞세워 검찰 공세를 방어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같은 당내 기구에 다선 의원을 더 포진시켜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며 “특히 인지도가 높고 중도·합리 성향의 전직 지도부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규탄대회에서 이 대표가 최전선에 서는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5일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을 때 이 대표는 민주당 침묵시위가 벌어진 본청 계단 맨 앞줄에 섰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자칫 국민들은 ‘이 대표가 방탄용 시위를 벌인다’고 볼 수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은 뒤로 빠지고 다른 의원들을 통해 메시지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를 만났다는 중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정심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라.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없다’고 조언했다”며 “이 대표가 정치보복에 대한 반격에 매몰되지 말고 외교·교육 등 다양한 어젠다에 집중하는 게 민심을 얻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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