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유승민만 빼고 모였다, 與당권주자 5인이 간 뜻밖 장소

성지원 2022. 10.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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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갑은 보수에겐 험지 중 험지다. 진보계열 후보가 난립한 18대 총선을 제외하곤 16대 총선부터 최근까지 보수계열 정당이 당선된 적 없다. 그런 경기 고양갑에 28일 국민의힘의 시선이 쏠렸다. 차기 당권주자 중 5명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기고양시갑 당협위원회 당원연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경기 고양갑 당원협의회의 당원교육에는 조경태ㆍ김기현ㆍ윤상현ㆍ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참석했다. 권순영 경기 고양갑 당협위원장은 “개별적으로 부탁을 드렸는데 다들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다섯 사람은 모두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날 각각 40분씩 진행한 강연에서도 연사로 나선 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마치 유세 현장 같은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윤석열 정부 시대정신과 국정과제’를 강연 주제로 삼은 안철수 의원은 “소개는 필요없습니다. 접니다. 안철수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안 의원은 당원 표심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 여러 번 전당대회에 나왔던 분들은 신세진 분들이 굉장히 많다. 우리 당이 총선에 참패했던 100퍼센트의 이유가 공천 파동 때문이었는데, 저는 누구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공천 파동은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기도당 고양시(갑) 당원협의회 당원연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은 당원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당 소속감을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엊그제(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 추도식이 국립 현충원에서 있었다”며 “제가 가급적이면 참석하고 있고 이번에도 갔는데, 참 안타까운 게 우리 당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안 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사업과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비교하며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이런 이야기를 하면 맨날 극우라고 하지만, 극우가 아니라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원내대표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했던 "(북한)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문 전 대통령이 가고 나니 이재명 대표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나열하면서 보수정당의 자긍심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아직도 이념 논쟁 하느냐, 철 지난 색깔 논쟁 하느냐 하는데 저는 이념이 밥 먹여 준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역사를 보면 잘못된 사상을 채택한 나라가 쫄딱 망하지 않았느냐. 이념이 밥 먹여준다. 당당하게 이념투쟁, 가치투쟁, 사상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저는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말을 나눈다. 대통령 되시고도 만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다”며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저는 내후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 태평양에서 빠져죽을 작정”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열린 경기고양시갑 당협위원회 당원연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2.10.28/뉴스1

‘리더십’을 주제로 삼은 윤상현 의원은 당원들과 질의응답 중 “정당의 대표와 대통령 후보는 다르다. 민주당도 당 대표를 뽑을 때는 9(당원 투표) 대 1(일반 여론조사)로 한다”며 차기 전대에서 이른바 ‘역선택 방지조항’을 경선 룰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사를 맡은 조경태 의원은 최근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수준낮은 정치공작”이라고 한 걸 언급하며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당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선 ‘21대 총선이 부정선거로 치러진 것 아니냐’는 질문이 여러 차례 나왔는데, 이에 대응하는 당권 주자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증거가 많다. 그것부터 수사의뢰를 했어야 한다”며 답변을 우회했다. 윤 의원은 “부정선거라면 어떻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이 됐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증거를 갖고 해야지, 우파에서 이 문제로 분열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토론회 - 동의없는 녹음, 이대로 좋은가?'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날 당권 주자들이 경기 지역에 집결한 걸 두고는 최근 여론조사 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등 여론조사업체 3곳이 실시해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선 유 전 의원이 26%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는데, 호남(38%)을 제외하면 서울(27%)ㆍ경기(28%)권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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