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을 화면에 그대로 옮겨 놓은 장면

김동근 2022. 10. 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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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 20세기 소녀 >

[김동근 기자]

 영화 <20세기 소녀> 포스터
ⓒ 넷플릭스
 
누구에게나 그리운 시기가 있다. 그때의 공기, 촉감 감정들이 순간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때가 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일 수도 있고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일 수도 있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시절의 기억은 마음속에 남는다. 아픈 기억과 즐거웠던 기억이 교차로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그때의 분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그건 어쩌면 현재의 나를 만든 과거이자 지금의 감정을 만들어낸 작은 조각이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첫사랑이다.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과거의 존재는 결혼으로 결실을 맺기도 하지만 대부분 헤어짐으로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첫사랑은 그리움과 아련함의 대상이기도 하다. 

1999년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영화

넷플릭스영화 < 20세기 소녀 >는 1999년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영화다. 그때 사용했던 삐삐와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해 서투르지만 풋풋한 감정들을 화면에 옮겼다.

주인공 보라(김유정)는 수술 때문에 잠시 미국으로 떠나는 친구 연두(노윤서)를 대신해 연두가 짝사랑하는 현진(박정우)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현진의 단짝 친구 운호(변우석)와 안면을 트게 되고 그를 향한 감정이 싹튼다. 영화는 보라의 감정선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영화 <20세기 소녀> 장면
ⓒ 넷플릭스
 

멀리 떨어진 친구 연두와 보라의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건 메일이다. 다음 한메일의 초창기 웹사이트 모습이 화면에 등장하고 하나둘씩 주고받으며 쌓여가는 메일의 모습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발달했기 때문에 굳이 이메일을 쓰지 않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언제든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비싼 전화비를 대신할만한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메일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아주 저렴하게 멀리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굉장히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이메일에 가입하고 아이디를 만들어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보라가 현진의 정보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현진과 운호와도 친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연락에 사용되는 건 삐삐와 공중전화다. 무선 호출기인 삐삐는 1999년 즈음에 한참 유행하기 시작해 핸드폰이 나오기 전까지 많이 썼던 통신기기다. 삐삐에 번호나 음성이 남겨지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삐삐의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성을 듣는 일들이 꽤 자주 벌어졌다. 삐삐는 단순한 연락 수단보다는 그 당시 사람들의 감정이 같이 담긴 연락 수단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로 메시지를 녹음하고 또 어떤 메시지가 담겼을지 궁금해하며 공중전화를 향했을 사람들의 기대감이 삐삐라는 수단에 담겨 있었다. 당시의 풍경들은 보라가 현진의 삐삐 번호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묘사된다.  

이메일, 삐삐, 공중전화 그리고 비디오 대여점

영화에서 보라의 아버지는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비디오 대여점은 그 당시 동네 골목 곳곳에 하나씩을 있었던 추억의 장소다. 그 비디오 대여점은 보라와 운호의 첫사랑을 이루어지게 한 장소이고 특히 영화 <정사>의 비디오테이프는 그 둘의 마음을 확인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야기 속에서 운호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영상으로 많은 것을 찍는다. 특히나 보라와 운호 모두 방송반에 속해있기 때문에 사진이나 영상 촬영장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여기에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장소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기대감과 감정이 두 사람 사이의 사랑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메일, 삐삐, 공중전화 그리고 비디오 대여점은 1999년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영화는 영리하게 이런 도구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영화 <20세기 소녀> 장면
ⓒ 넷플릭스
 

영화에는 성인이 된 현재의 보라(한효주)가 등장한다. 과거의 첫사랑에 대한 물건을 우편으로 전달받고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의 감정을 느끼는 보라의 모습은 그 이야기를 보는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첫사랑의 감성에 딱 맞는 배우 김유정

영화의 후반부는 로맨스 장르답게 조금은 신파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건 조금은 어리숙한 보라가 느끼는 사랑과 감정들을 초반부터 차근차근 쌓아 터뜨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첫사랑의 감성은 1999년의 복고적인 느낌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배우 김유정의 연기는 주인공 보라가 느끼는 희로애락을 아주 발랄하게 전달한다. 다른 어떤 인물들보다 김유정이 연기하는 보라가 이 영화의 감정들을 무척 잘 살리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방우리 감독은 영화의 각본을 쓸 때부터 보라 역할로 김유정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김유정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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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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