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단독 플레이' 아니었다…野 '청담동 술자리 닥공' 이유

김준영 2022. 10. 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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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계속 매달리고 있다. 김의겸 의원이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한 이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지난 7월 19일 서울 강남 청담동의 고급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다.

여야에서 “허무맹랑한 이야기”(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김 의원의 작전 미스”(조응천 민주당 의원)라는 비판이 따랐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담동 술자리 진상규명 TF’(가칭) 출범까지 검토 중이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28일 중앙일보에 “국민적 의구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의혹을 계속 파고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뉴스1

강공 왜?…①김의겸 사전 보고 ②한동훈 태도 ③지지층 결집 ④후속 제보


“빨리 거둬들이고 사과해야 한다”(최재성 전 의원)는 당내 우려에도 지도부가 강공 드라이브에 나선 건, 처음부터 김 의원 개인의 판단만으로 의혹 제기가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복수의 지도부에 따르면, 김 의원은 국감 전 간접적으로 당 최고위원회의에 이 사안을 사전 보고했다. 한 참석자는 “국감이 열리기 전 술자리 의혹이 지도부에 공유됐다”며 “다만 모두가 적극 찬성한 것까진 아니고,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적어도 김 의원 혼자 독단적으로 공론화한 건 아니란 뜻이다.

그렇게 김 의원의 의혹 제기가 있던 날, “한 장관의 강한 부정에서 오히려 ‘뭔가 있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여러 지도부 관계자는 주장했다. 당시 한 장관은 “제가 저 자리에 없었다는 데 장관직을 포함한 앞으로 있을 모든 직을 다 걸겠다. 의원님도 걸라”라며 “찌라시 수준도 안 되는 것으로 국무위원을 모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도부뿐 아니라, 우상호 의원도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은 그냥 ‘저 안 갔다’ 이러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고발을 언급한다”며 한 장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28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7주년 교정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자극적인 소재와 ‘야권 지지층 내 대표적 비호감’인 한 장관의 강한 대응이 시너지를 일으켜,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 대표 측 관계자)이라는 판단도 있다. 각종 검ㆍ경 수사로 이 대표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이를 ‘반격 수단’으로 삼자는 의견도 많다. 각종 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술자리 의혹’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 탄핵 집회를 요구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당 내에선 “김 의원 의혹 제기 이후 당에 여러 제보가 쏟아지면서 의혹의 신빙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복수의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보된 내용을 종합하면 한 장관까진 몰라도 윤 대통령과 김앤장 변호사들이 만난 건 맞는 것 같다”, “술자리 참석자가 30명이 넘는데, 결국 양심선언을 하는 이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쏟아냈다.


尹 “유치한 가짜뉴스”, 與 김의겸 징계안 제출…野 일각도 ‘한숨’


민주당이 판을 계속 키우자, 그간 관련 언급을 않던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이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출근길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서 관련 질문을 받자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입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 자체도 국격에 관계되는 문제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사자인 한 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김 의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할 땐 저질 가짜뉴스를 뿌려도 되는 분위기였는지 묻고 싶다”며 “민주당이 이 저질 가짜뉴스에 올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비판한 우 의원에 대해선 “5ㆍ18에 NHK 룸살롱에서 여성에게 쌍욕 한 걸로 알려진 분 아니냐”고 맞받았다. 2000년 ‘5ㆍ18 20주년 전야제’ 때 우 의원 등 386 운동권 정치인들이 광주 ‘새천년 NHK’라는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임수경 전 의원에게 욕설 한 사건을 꺼내든 것이다. 이는 우 의원도 “가장 후회하는 일”로 꼽는 사건이다. 우 의원이 가장 아파하는 급소를 한 장관이 찌른 모양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룡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날 총공세를 폈다. 국회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 등 20명은 이날 ‘국회의원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사유로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에 제출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의원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며 “삼류 저질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물론 민주당 내에도 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은 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검찰 수사로 불안한 이 대표를 달래려, 당 전체가 말도 안 되는 의혹에 매몰돼 있다”며 “이러다 한동훈 대통령을 만들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진 의원도 중앙일보에 “여러 경로를 통해 지도부에 만류 메시지를 보냈지만 먹히지 않는다”며 “대다수 국민은 우리 당을 비상식적인 당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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