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로 낙인찍힌 요원들의 통쾌한 반격

김상화 2022. 10. 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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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OTT 이야기] 애플TV <슬로 호시스>

[김상화 기자]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1
ⓒ 애플TV+
 
정보 기관의 암투를 다룬 첩보물은 TV, 영화, 소설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소재 중 하나다. 특히 영상물로 옮겨졌을 경우 제대로 만들기만 한다면 초대박 성공으로 이어지곤 한다. 설명이 필요없는 '제임스 본드' < 007 >을 비롯해서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시리즈 등은 가장 대표적인 첩보물로 손꼽히곤 한다. 애플TV+가 지난 4월 1일 전 세계 동시 공개했던 6부작 <슬로 호시스> 역시 정보기관 내 감추고 싶은 비밀을 소재로 치밀한 두뇌 싸움이 펼쳐지는 작품 중 하나다.

역시 영국 출신 작가 믹 헤론의 동명 소설을 옮긴 <슬로 호시스>는 영국산 첩보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기관은 MI5다. 존 르 카레 원작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미션 임파서블> 등에서 자주 소개된 MI6가 해외 첩모 업무를 주로 다루는 영국 정보 기관이라면 MI5는 자국 내 대 테러, 정보 수집 등을 맡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능력자로 찍힌 요원들의 집합체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1
ⓒ 애플TV+
 
<슬로 호시스>는 영국식 촌철살인급 대사가 난무하는 가운데 냉소적인 유머 등이 종종 베어나면서 할리우드산 대작 블록버스터와는 차별화를 도모한다. 동시에 최첨단 무기, 호쾌한 액션, 쾌감 넘치는 자동차 질주 등 흔히 첩보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조직 내에서 '무능'하다고 낙인찍힌 인물들로만 구성된 '루저'(Looser)가 <슬로 호시스>의 주요 인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다.

낡고 평범한 가옥 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서류, 모니터 등으로 채워진 '슬라우 하우스'(Slough House)는 MI5 내에선 버림받다시피한 부서이다. 작전 중 큰 사고를 냈거나 알코올 중독, 불륜, 기타 성격 문제 등 정상적인 조직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요원들만 이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본부로 불러들여진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스스로 그만두거나 비밀 업무에 차출된 후 영영 사라진다.  

이 곳의 책임자는 잭슨 램(게리 올드먼 분). MI5 내의 전설적인 요원이었지만 어떤 일로 인해 이 곳에 온 후 그저 출근 후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시간만 때우는 믿기지 않는 일상 생활을 보내고 있다. 다른 요원들도 본부에서 맡기 꺼려 하는, 감시 대상자의 쓰레기통을 뒤진다거나 극우 성향 기자의 노트북 내 자료를 USB로 빼오는 업무를 맡는 게 기본이었다.

납치극 속 숨겨진 MI5의 더러운 행태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1
ⓒ 애플TV+
 
혈기 왕성한 신입 요원 리버 카트라이더(잭 로던 분)가 특수 작전 훈련 도중 큰 실수를 범해 이 곳으로 내쳐지면서 <슬로 호시스> 속 사건은 좀 더 구체화된다. '앨비언의 아들들'이라는 단체가 파키스탄 유학생을 참수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벌어진다. TV 방송을 지켜보던 램은 이 사건 뒤에 뭔가 흑막이 있음을 눈치챈다.   

이어 리버가 슬라우 하우스로 보내지고 왜 기자의 동태를 파악하고 '루저'와는 거리가 먼 재능있는 요원 시드 베이커(올리비아 쿡 분)이 이곳에 발령되었는지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 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는 MI5의 야심만만한 부국장 다이애너 태버너(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가 존재하며 필요에 따라선 '슬라우 하우스' 요원 전체를 희생양 삼겠다는 의도를 산전수전 다 겪은 램이 꿰뚫어보게 된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테러, 납치 사건 등을 자작극 수준으로 구상하는 영국 정보 기관의 썩어 빠진 행태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다. 회당 50분 안팎 6부작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슬로 호시스>는 영상이 재생되는 시간 동안 잠시도 한눈 팔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다. 최첨단 무기·화끈한 액션이 없음에도 회를 거듭할 수록 극중 캐릭터들의 사연이 하나 둘씩 드러나며 납치극 이상의 음모, 사건을 예고한다.  

더 큰 음모가 도사리는 시즌2, 12월 공개 예정
 
 애플TV+ '슬로 호시스' 시즌2
ⓒ 애플TV+
 
'슬로 호시스(느린 말)'은 낙오자를 뜻한다. 그럼에도 오합지졸로 여겨지던, 문제점 투성인 '슬라우 하우스' 내 요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낸다. 이 과정에서 여타 스릴러 물에 견줘 부족함 없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 긴박감 넘치는 연출, 출연진의 빼어난 연기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시즌1 마지막회를 통해 램과 리버 할아버지(조나단 프라이스 분)의 추악한 과거사가 벗겨진 가운데 성공적으로 납치 사건을 해결한 '슬라우 하우스' 팀에겐 이제 또 다른 위기가 닥친다. 냉전 시대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줄 알았던 러시아 범죄 집단의 위협이 런던 전역을 덮치게 된 것이다. 위험에 빠진 램 이하 요원들의 활약상이 시즌 2에서 다뤄진다. 시즌2는 오는 12월 2일 전 세계 동시공개될 예정이다. 

동서 화해 무드가 시작될 무렵 요원 네트워크가 무너지면서 동료를 여럿 잃게 된 램이 왜 절친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야만 했는지, 슬라우 하우스의 고참 요원 캐서린(샤샤 리브스 분)은 왜 반역죄 혐의로 조사 대상이 되었는지 등 시즌1 속 궁금증이 어떻게 풀릴 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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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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