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쓰면 정권 종말 볼줄 알라" 중간선거 앞둔 美 강력경고
미국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다음달 8일 중간선거 전에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차단 조치에 나섰다. 북한이 28일 2주만에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또 다시 도발의 수위를 끌어올린 가운데 선거 전까지 적극적 상황 관리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核사용하면 北정권 종말"
2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는 "북한이 미국 또는 미국의 동맹ㆍ우방을 상대로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정권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2018년 NPR에도 포함됐던 대목으로 북핵 위협에 대한 가장 강한 수위의 대응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외교차관 협의에서도 3국은 "북한이 끝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전례 없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이날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전했다.
이와 함께 한ㆍ미는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실시한다. 총 240여 대의 군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되는데, 한·미 양국이 대규모 공중 훈련을 벌인 것은 4년 10개월만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한ㆍ미 연합공중훈련은 지난달 로널드 레이건 핵항모 전개보다 북한에 훨씬 위협적"이라며 "북한이 핵실험 등 중대 도발 감행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만약 연합공중훈련 기간 북한이 이례적으로 도발한다면 이는 도발의 차원 자체가 달라진 것으로, 북한이 핵능력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로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공중훈련 등 압박
주요 전력의 한반도 주변 전개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며 세계 최강의 군용 무인드론으로 꼽히는 미 공군의 'MQ-9 리퍼'가 최근 일본에 배치됐다. 지난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하는 데 쓰였던 무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압박 조치로 해석된다.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잠수함 스프링필드도 최근 일본 요코스카항에 전개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외교가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불리한 중간선거 판세에 북한 이슈까지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대형 도발 가능성에 대한 사전 차단에 나선 거란 분석도 있다.
국정원은 미국 중간선거 전날인 다음달 7일까지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기에 유력한 시기"라는 정보 판단을 지난달부터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당대회가 지난 22일 막을 내린데다 과거 6번의 핵실험이 보통 가을(3번)과 겨울(2번)에 이뤄졌다는 걸 감안할 때 기후 여건에도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는 언제든 김 위원장이 결단만 하면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파악된다.
"본질적 해법 필요" 지적도
다만 북한이 한ㆍ미의 예상을 의도적으로 빗겨갈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 "북한에서 핵 기폭장치 실험이 여러차례 진행됐다"는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정보 당국은 핵실험 예상 날짜까지 특정해 대비했지만 북한은 핵실험에 나서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을 사전에 공개하는 건 북한이 결국 한ㆍ미의 감시망 안에 있다는 걸 강조하고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북한 입장에서도 핵실험 카드는 손에 쥐고 있을 때 그나마 더 힘이 있다는 걸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만약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사이버ㆍ수출통제ㆍ해운 등 분야별 추가 제재 등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둔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대부분 과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꺼냈던 카드들로, 북한의 실질적 핵폐기를 달성하기 위한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대화든 압박이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핵 보유국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만든 역사적인 사례가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이며 언제든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전략자산 전개 등 기존 방식에 대한 총체적 재검토,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새로운 대안 마련 등 본질적 해법 모색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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