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대 총장 선거, 구성원 투표 비율 극적 합의

김일곤 2022. 10. 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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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교육공무원법 취지 살려... 11월 24일 선거 치르기로

[김일곤 기자]

 국립한국교통대학교
ⓒ 교통대
교수, 직원, 조교, 학생의 차기 총장 선거 투표 비율 합의가 안 돼 전임 총장 임기 만료 후 넉 달이 지나도록 후임 총장을 뽑지 못했던 한국교통대가 27일 구성원 투표 비율을 합의했다.

'8대 교통대 총장선거 선거권 참여 범위 및 비율합의체'(이하 '합의체') 각 구성원 대표 위원인 교수회 한철희 교수, 직원회 김학표 회장, 학생회 곽도경 총학생회장은 27일 전임 총장인 성기태 총동문회 회장이 중재자로 나선 가운데 차기 총장선거 투표 비율을 교수 67%, 직원·조교 24%, 학생 9%로 합의하고 11월 24일 총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2018년 2월 교통대 총장 선거와 비교하면 교수는 14% 포인트(2018년 81% → 2022년 67%)가 줄었고, 직원·조교·학생 등 비 교원은 14% 포인트(2018년 19% → 2022년 33%) 늘었다. 특히 학생 투표 비율은 2018년 2.3%에서 이번에 9%로 6.7% 포인트 상승했다.

교통대 총장선거 구성원 투표 비율 확정 과정에 내부 갈등이 극심한 것으로만 알려졌으나 오히려 지난해 바뀐 교육공무원법 개정 취지에 충실한 토론 과정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해 바뀐 교육공무원법 24조 3항 2호 "총장 직선제를 할 경우 해당 대학교수, 직원,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로 해야 한다"의 의미는 국립대 운영에 교수, 직원, 조교, 학생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고,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학자치'를 바탕으로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 개정 취지가 어느 구성원의 일방적 주장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게 됐다.

더구나 그동안 총장선거 과정을 독점해온 교수 사회가 투표 비율을 줄여나가는 과정은 진통 없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교통대 구성원의 합의 과정과 결과는 개정 교육공무원법 취지에 어느 정도 부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교통대는 합의체가 구성된 지 7개월, 전임 총장 임기 만료 4개월이 지난 10월 중순까지 투표 비율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직원들이 1인1표제를 요구하는 집회와 1인 시위를 벌였다. 교수회도 직원과 학생이 투표 비율 합의안을 발표하자 합의체 대표 변경을 요구하는 등 내부 갈등이 지속되어 왔다.

교통대 교수, 직원, 학생 대표가 참여한 '합의체'는 때로는 극심한 내부 갈등으로 운영이 일시 중단된 적은 있었지만,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토론하고 논쟁한 결과 이번에 투표 비율을 합의할 수 있었다.

국립대 대학회계 직원이 가입한 전국 단위 산별 노동조합인 국공립대노조 안병성 위원장(국공립대노조 한국교통대 지부장)은 "교육공무원법 개정으로 교원만의 권한이 구성원으로 확대되어 보다 민주적인 선거 참여를 기대했으나 교수의 대학 내 기득권을 혁파하기에는 부족했다"면서 "지난 2018년 선거 비율보다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는 것에 이번 투표 비율 합의의 의미를 두고 싶다"라고 말했다.

개정 교육공무원법 무력화시킨 경우도
 
 [표] 2022년 현재 국공립대학 총장선거 구성원 투표 비율(굵은 글씨 올해 선거 확정)
ⓒ 김일곤
 
한편,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거나, 교수단체가 꼼수를 써서 개정 교육공무원법을 무력화시킨 경우도 있었다.

충북대는 투표 비율 확정을 위해 구성원 단체들이 30여 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교수회가 교수 투표 비율을 70%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며 교수 70%, 비 교원 30%를 고수하고 있다.

군산대는 지난해 12월 개정 교육공무원법이 발효되기 며칠 전에 서둘러 총장선거를 치러 기존 교수 독점 총장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북대와 한국체육대는 교수가 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평의원회에서 총장선거 구성원 투표 비율 처리를 밀어붙여 개정 교육공무원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가 끝나 총장선거를 준비하는 국립대는 교통대, 충북대, 목포대, 공주대, 서울대, 순천대, 안동대, 전북대, 한국체대, 서울시립대, 광주교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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