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에서의 힐링과 치유, 언제나 열린 상담실로 오세요!
[신재용 기자]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0~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언제부턴가 '힐링', '소확행', '욜로', '탕진잼', '시발비용' 등의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들 단어에는 현 상황이 불만스러우니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들어 있다. 현실이 힘드니까 치유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지금 당장의 행복을 추구하고, 낭비하는 행위에서 재미를 느끼며, 지출하지 않을 비용을 스트레스를 받아서 홧김에 '지른다'.
학생이라고 다를까. 이들에게도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 학교폭력 등 어른 못지않은 어려움이 있으며, 대한민국의 청소년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2008년부터 'Wee 프로젝트'를 시행해 여러 상담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육청에서 학생들을 만나 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전문상담사다. 교육공무직 노동자 일곱 번째 인터뷰로 강원도 홍천 양덕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전문상담사 최윤미 선생님을 지난 25일 학교 상담실에서 만났다.
▲ 홍천 양덕중학교 전문상담사 최윤미 선생님 |
ⓒ 신재용 |
"홍천 양덕중학교에서 전문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최윤미입니다. 2008년에 평생교육사로 입사했고, 2014년에 전문상담사로 전직해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의 홍천지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직이 어려운데, 그 당시에는 정원보다 현원이 많으면 전직이 가능했어요. 평생교육사로 발령받았던 곳의 정원이 2명이었는데 제가 가면서 3명이 돼서, 전직할 수 있는 직종을 찾다 보니 홍천 지역의 전문상담사가 가능하더라고요. 제가 상담 교원 자격증을 갖고 있기도 해서 전직해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죠. 특별한 경우이긴 해요."
- 과거에는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이유로 상담받는 자체가 낯선 일이었는데요. 최근에는 상담이나 심리치료 등이 대중과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상담이 왜 중요한지,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의 중요성을 말해주세요.
"옛날보다 사회가 많이 바뀌었어요. 가정의 모습도 달라졌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데 무리가 없었는데, 이제는 삶의 목적이 다양해졌죠. 이런 시대적 상황에 상담이 필요하게 됐다고 봐요.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빡빡한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현대인이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돌아볼 여유를 깨달은 결과 아닐까요?
학교에서의 상담은 예방적 차원이에요. 학생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도록 돕고,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상담이죠. 청소년 시기에는 또래 관계에 관심이 많고, 요즘은 '소통'에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아요. 그 사이에서 상호 작용을 잘하게 하거나 의사결정 능력도 개발하도록 돕죠.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학생의 전인격적인 발달을 촉진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거죠."
- 상담실에는 어떤 학생들이 오나요?
"다양합니다. 상담하러 오는 건 기본이고, 쉬러도 와요. 배고파서 오기도 해요. 간식좀 달라고(웃음). 쉬는 시간에 친구들끼리 와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보드게임을 하거나, 자신들끼리 소통하는 장소로 만들죠. 상담실 자체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을 때가 아닌 이상 조용해요. 그래서 공부하러 와도 되는지, 책을 읽으러 와도 되는지 묻는 학생도 있어요.
▲ 양덕중학교 상담실 내부. 푹신한 방석과 보드게임, 책 등이 갖춰져 있다. 최윤미 선생님은 상담실에 학생들이 편하게 왔다 갈 수 있게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 신재용 |
"상담은 학생들의 전반적인 모든 것을 다뤄요. 친구 관계가 가장 크고, 학업 문제, 진로와 관련된 고민이 있는 친구도 많고, 가끔 우울하다고 하는 친구도 있어요. 불안, 분노, 자신감, 가정 내의 갈등으로도 오고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직원 대상으로 개인 상담을 진행하는데, 학부모님을 상담할 때는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지 논의하고 자문하죠.
집단 상담도 진행하는데, 주제가 다양해요. 자존감 향상이나 대인관계 향상, 감정 조절, 적응력 향상 등이 있죠. 제가 직접 하거나 외부 강사를 모셔서 진행하기도 하죠. 상담을 위해 심리검사도 하고요.
가끔 특별교육이라는 걸 진행해요. 어쩔 수 없이 일이 벌어져서 할 수밖에 없는 상담이죠. 예를 들자면 '학업중단숙려제'가 있는데요. 학업을 중단하려는 모든 학생은 이 숙려라는 제도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상담(특별교육)도 거쳐야 해요. 학교폭력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상담, 특히 가해자에게 하는 교육도 특별교육에 속해요.
상담 외의 여러 활동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예를 들자면 홍보 목적으로 보드게임 대회를 열어요. 학생들이 학기 초에는 학교나 친구들이 낯설잖아요.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서, 상담실에 편하게 들어오게끔 하기 위해서 하죠."
-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서 상담의 방향이나 기법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학생을 그때그때 어떻게 대하는지 예시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례나 주제가 달라도 상담 프로세스는 비슷해요. 그 안에서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기법이 달라지지만 '이럴 때는 이런 기법을 쓴다'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여러 이론을 같이 적용하거든요.
상담실에 오는 학생은 어려움이든, 고민이든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와요. 상담실에 들어왔다는 것 하나만으로 격려해줘야 해요. 여전히 상담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내가 문제 있는 학생으로 찍힐까 봐, 상담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다른 학생들에게 보일까 봐. 눈에 띄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아요. 어쩌면 학습된 경험이죠. 주변에서 '상담실은 그런 곳이야'라고 말하거나, 어떤 부모님에게서 '우리 아이는 학교 상담을 원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상담받는 아이로 보이는 게 싫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했어요.
상담실 분위기는 상담하러 온 사람이 편하게 말할 수 있게 허용적이어야 해요. 교무실과는 다른 곳이죠. 상담하러 온 학생은 어른인 저를 처음부터 다르다고 느끼진 않아요. 그런데 제가 다른 선생님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면 이 친구는 상담에서 많은 도움을 받지 않겠다고 느끼겠죠. 학생의 모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다, 마음껏 말해도 된다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요. 공감하며 듣는 태도를 보여야 해요. 이게 상담의 기본이에요. '잘 들어주고 있어', '그랬구나'. 감정표현도 하고요. 그러면서 신뢰 관계가 만들어지죠.
비자발적으로 오는 학생들도 있는데, 그 친구가 불편한 마음을 갖게 만들면 안 돼요. 따뜻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아이가 말하는 모든 것을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그다음에 내담자의 여러 이야기를 듣고 원인을 파악하고, 사례를 개념화하고 상담 목표를 정해요. 그리고 그 친구가 어려움을 해결하게끔 인지적, 행동적, 정서적 변화를 촉진하도록 여러 상담 기법과 이론을 제가 적절하게 적용하는 거죠. 그게 상담 과정이에요.
상담자는 내담자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통찰할 수 있게 질문하는 역할을 해요. 질문할 때는 내담자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탐색할 수 있게 격려하면서 이끌고 가요. 취조하듯 하면 안 돼요. 어떤 상담사는 자기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데, 아이들은 그걸 느껴요. 적절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상담 이론과 기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체화하고 있어야 해요. 그만큼 상담사의 연륜과 수련 정도가 중요한데, 고도의 수련과 학습이 필요하죠. 그래서 상담사들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슈퍼비전(기자 주 : 상담자의 상담 수행을 지도, 감독받는 활동)을 받아야 하고요. 교육청에서 역량강화 연수를 시켜주기도 하지만, 자기 비용으로 수련받는 사례가 훨씬 많아요. 교육청에서 하는 연수가 부족해요."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인데 없던 단어가 유행하고, 고민을 털어놓거나 상담하는 예능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존재했지만 느끼지 못했거나 애써 외면해온 감정과 생각, 욕구를 분출하고, 치유를 바라는 사회 분위기는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
사회가 바뀌면서 상담받는 사람도 많아졌다. 상담받는 사람은 한 명이지만, 상담사는 하루에 몇 명의 이야기를 듣고, 격려하고, 공감하며 감정이입을 하기도 한다. 상담사 역시 사람인지라 지치고 소진되며, 적절한 치유나 연수, 노동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상담도 결국 사람을 대하는 노동인데, 상담노동자로서 상담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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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 세계>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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