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 격랑에 빠진 한반도…"안보 전략 재설정 시급"
한미일 3국 공조에 제동 건 러시아
"안보전략 재설정…실리외교 시급"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장희준 기자] 미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북한과 한국에 각각 경고를 날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출렁이고 있다.
때마침 중국에선 시진핑 장기집권체제가 열렸다. 주변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이 결국 한반도로 번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경제·군사·안보 분야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한반도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외교가에선 주변 강대국들의 ‘신냉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재설정이 더욱 시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북핵 강력 경고로 한반도 억제력 확대
미국은 중국을 국가 안보 ‘최대 위협’, 러시아를 당면한 ‘중대 위협’, 북한을 핵심 동맹 ‘상존 위협’으로 각각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 태세를 예고하고 있다. 러시아도 미국을 겨냥,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파탄 날 것으로 경고했다.
미국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국방전략서와 핵태세검토보고서,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중국을 미래의 가장 개연성 있는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했고, 러시아는 ‘당장의 위협’으로 상정했다. 북한에 대해선 국제 테러단체 등과 함께 기타 상존하는 위협으로 분류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지속해서 증대되면서 그에 따른 위협도 커지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미사일 방어와 확장억제 등을 통해 미국 본토와 동맹국을 방어하겠다는 전략 방침을 제시했다. 미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사용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재차 핵 문제를 강력 경고한 것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끝낸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미·러 갈등과 미·중 경쟁 심화로 한반도 정세 유동성이 커진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한반도 정세 불안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 북한 위협을 이유로 전술핵무기 도입이나 핵 공유 등 강경한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정부는 미 행정부의 강력한 반대와 제재를 우려해 독자적 핵무장 옵션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 행정부가 공동 이익을 위해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 문제에 대해 양국 간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비공개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 對韓 경고…한반도 영향력 확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한국에 대해 ‘관계 파탄’까지 언급할 정도로 고강도 경고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과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합의에 거의 도달했으나, 미국이 입장을 바꾸고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한 뒤 한국을 거론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외한 방탄 헬멧, 천막, 모포 등 군수물자와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했지만 살상 무기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가 한국에 대한 선제 경고에 나선 것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3국 공조를 강화하면서 한반도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러 및 미·중 갈등 고조에 따라 우리 정부가 안정적인 한반도 정세 유지와 국익을 위해 실리적인 외교에 나서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외교가의 관측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북·중·러 관계는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의 개입이 커질수록 공고해지는 구도로, 우리가 미국의 압박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개 수출했다간 러시아가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도울 우려도 있다"며 "한러관계는 상당한 고비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실익을 고려해 신냉전 구도에 빨려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 국가의 정당한 무기 수출 및 판매는 고유한 권리인데 러시아가 위협한다고 우리가 흔들릴 필요는 없다"며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 사용 의지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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