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비대위 비유’‘반중 언론 탓’ 싱하이밍 中대사에 조용한 여야

허진 2022. 10. 2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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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함과 뻔뻔함이 극에 달했구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6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담은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싱 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미·중 관계 등 여러 현안에 관한 관훈클럽(한국 중견 언론인 모임) 회원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 않느냐”고 말하는 등 평소 중국 정부의 입장과 결이 다르지 않은 입장을 주로 내놨다.

문제는 일부 ‘튀는 발언’이 나왔다는 점이다. 싱 대사는 최근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고 지도부가 측근으로 물갈이된 것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시 주석의 3연임과 지도부 구성은) 완전히 룰에 따른 것”이라며 “한국도 한국의 룰을 바꾸고 당규를 바꿔서 비대위 출범하고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헌을 개정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킨 상황을 시 주석 문제에 빗댄 것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 내의 반중(反中) 정서와 관련해 “한국 일부 언론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 보도를 한 점이 현재 양국 국민 감정의 불화를 초래한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 언론 상당수는 싱 대사의 발언을 ‘논란’으로 소개하고, 몇몇 신문사는 싱 대사의 인식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하지만 문제의 토론회가 끝난 지 만 이틀이 다 됐지만 정치권은 조용하다. 시 주석 3연임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언급된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조용했다. 만 하루가 흐른 지난 27일 늦은 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출신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페이스북에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며 “싱하이밍 대사의 그런 태도는 중국과 한국은 물론, 싱하이밍 대사 자신에게도 좋지 않다”고 적은 게 거의 유일하다.

2018년 7월 25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해리 해리스(왼쪽) 주한 미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 중앙포토


이런 기류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월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정부의 남북 교류 확대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시도에 대해 “향후 (국제)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낫다”고 발언했을 때와 사뭇 다르다. 당시 해리스 대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인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직후 해리스 대사의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이해식)는 민주당 대변인의 공식 논평도 나왔고, “해리스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이냐”(송영길)와 같은 강성 발언까지 이어졌다.

물론 당시 해리스 대사의 발언과 이번 싱 대사의 발언은 겨냥한 대상과 무게감이 다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정치권의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문제가 많은 중국 대사의 발언에 다들 아무런 말을 안 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국에게 이렇게까지 지나치게 저자세로 하는 건 오히려 한·중 관계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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