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변호사의 게임별곡] 게임과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스토킹 범죄 '어찌하오리까'
국내의 PC나 모바일 게임 이용 순위를 보면, 타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꼭 필요한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나 FPS(1인칭 슈팅) 게임 등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를 기점으로 '제2의 삶'을 바탕으로 하는 메타버스 서비스까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온라인 스토킹 등 사이버 성범죄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이버 범죄는 어떻게 다뤄야 하고 또 입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게임을 포함한 다수의 사이버 분쟁을 다루고 있는 이승우 변호사(법률사무소 현강)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스토킹 범죄란?
지난 9월 14일에 벌어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사랑과 애정이라는 이름 아래 무서운 집착으로 결국 한 여성이 희생된 이 사건에 대해 국민의 공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전부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대응과 사법당국의 처벌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만 1년이 채 안되어 또다시 강력 스토킹 범죄가 터진 것이다.
스토킹 행위란 어원대로 '남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작년 말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스토킹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이 조항에서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 5가지의 구체적인 스토킹 행위를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스토킹 행위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행하여질 때는 스토킹 범죄가 된다고도 적시하고 있다.
늘어나는 게임, 메타버스, 온라인상의 스토킹 범죄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사이버 성범죄는 지난 2019년에 2,698건에서 2021년에 잠정 4,349건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중 20~25% 정도가 게임이나 메타버스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각한 점은 온라인 게임이나 메타버스 내에서 성희롱이나 강제추행의 유형도 늘어나고 있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 또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내에서 성적인 대화로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에 의해 고소되는 것도 이제 예삿일이고, 더 나아가 메타버스 내 아바타의 일상생활을 염탐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말을 걸거나 아바타의 앞길을 막는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의 양상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SNS를 이용한 스토킹 또한 점점 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사칭한 계정을 만든다던지, SNS상에서 상대방의 아이디나 신상, 사생활을 유포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와 관련된 음란한 내용들을 올려 성적 수치심을 주기도 한다. 전화와 카카오톡 대화를 차단한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이메일을 보내거나, 계좌이체로 1원씩 송금하여 '보내는 사람'란에 짧게 협박 문구를 적어 스토킹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승우 변호사는 "이처럼 사이버상의 스토킹은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그 공포감은 기존의 스토킹 범죄에 전혀 뒤지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스토킹 방지법 등 입법 움직임.. 논의 활발
기존의 스토킹 구성 요건은 추상적이어서 스토킹 행위가 물리적으로 직접 도달하지 않는 온라인상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많았다.
현행법대로라면 메타버스 상에서의 스토킹 행위의 양상에 따라 스토킹 처벌법,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청소년보호법 등 여러 가지 법이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두 다 빈틈과 맹점이 있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러한 지적 때문인지 지난 10월 1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에서 온라인 스토킹 처벌 규정을 새로 포함하였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온라인에서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해악을 끼칠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 배포, 게시하는 행위, 사칭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는 것이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특히 신당역 살인사건의 발생 원인 중 하나로 비판받던, 반의사 불벌죄 조항도 폐지될 것으로 입법예고된 상황이다.
기존 게임과의 영역 구분도 불가피
다만, 온라인 스토킹 처벌과 관련된 입법이 있더라도 기존 게임과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사이버 세상을 일률적으로 정의한 현 입법 방식이 기존의 게임과 크게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든어택'으로 다른 이용자를 공격했는데 난 살인자가 되는 거냐", "'리니지'에서 길막 했는데 '스토킹'으로 구속되는 거냐"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온라인 스토킹 방지법에 대한 조롱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게임 영역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성범죄에 대한 정의를 수립하고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존 게임 이용자들을 대부분 '성범죄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게임 내에서 칼을 휘둘러 상대방의 가슴을 여러 번 공격했을 때, '구속이 꼭 필요한 성추행범이 될 수 있다', '전투 중에 쫓아갔는데 스토킹으로 구속당할 수 있다'라는 식의 괴담 등이 오르내리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성범죄 관련 입법에 상당한 거부감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 발달에 따른 성범죄 예방에 대한 입법은 꼭 필요하지만, 기존의 게임이나 온라인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철저한 분리가 꼭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입법은 오히려 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만약 게임이나 메타버스상에서 스토킹을 당했다면?
최근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스토킹을 당한 경우에도 ‘잠정조치’나 '긴급 응급조치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가해자의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도 이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반인으로서는 여러 형태의 스토킹 행위를 당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스토킹 처벌법에 해당하는지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으니 여러 증거들을 나름대로 채증한 후 변호사에게 상담을 청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사이버상의 스토킹은 추후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염려가 많으니 하루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빠르게 법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어떠한 법이 나오더라도 게임과 메타버스 이용자들의 스스로의 자성 없이는 공허한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도 사이버 예절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이용자들도 사이버 범죄에 대한 중대성을 깨닫고 스스로 자제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게임업계나 메타버스 사업자도 스스로가 아동 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나 스토킹 등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경찰에 의무적으로 신고하거나 자체적으로 계정을 정지시키도록 하는 등 제도적 정비가 꼭 필요하다. 욕설 방지처럼 성범죄에 해당하는 말 등을 필터 처리되거나 혹은 자동 누적하여 신고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도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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