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분쟁지역의 구세주 노릇 … 머스크 훈수는 선의 아닌 이익 때문?
테슬라 생산 중국 의존도 커서 중국 요구에는 민감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세계 최고의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최근 국제 정치와 관련된 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머스크는 지난 4주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방안을 제시하고 이란 인터넷 피싱 우려를 띄우며, 중국의 대만 지배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등 국제사회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머스크의 이런 행동이 평화나 정의를 바라는 선의가 아닌 자신의 이익에 기반에 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가 최근 전 세계 지정학적 갈등 현장에 끼어든 사례를 분석하면서 숨겨진 동기로 사업 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최근 세계 정치 무대에서 혼란 유발자가 됐다면서 그만큼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부호는 일찍이 없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언급하며, 머스크가 발언하는 의견과 사업 이익을 분리하기 어려우며 특히 테슬라 사업 비중이 큰 중국 문제에 민감하다고 비판론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특히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치면 그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기에 머스크 비판론자들은 갈수록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테슬라를 고려할 때 트위터에 그의 의견이 보다 많이 반영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머스크의 부는 주로 테슬라 주식이 원천이지만 그의 세계적 영향력은 그가 소유한 스페이스X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덕분이다.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를 이용해 인터넷을 유지하는 것처럼 스타링크는 전 세계 분쟁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이자 독일마샬재단 국장인 카렌 콘블루는 "기술이 세계 정치의 핵심"이라며 "일론 머스크가 그 중심에 있는 것은 흥미롭지만, 골치 아프게 됐다"고 말했다.
◆ 기술이 세계 정치의 핵심 … 중심에 있는 머스크는 골칫덩이
최근 한 달여 간 그의 발언 중 크게 주목받은 것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의견이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를 중립국화하고 크림반도는 러시아 영토로 정식 인정하자는 종전안을 이달 3일 제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반발했지만,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스크의 눈치를 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에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찬사를 받았지만, 이미 일부 비용은 미국과 폴란드 정부 등이 부담하고 있으며 추가 비용 전가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는 아스펜에 있을 당시 이란 문제에도 개입했다. 시위 확산에 이란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자 자신이 구세주처럼 등장해 위세를 과시했다. 그는 미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이 시위대를 지원하도록 제재를 완화한 후 "스타링크를 가동한다"고 트윗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머스크는 어떻게 해야 스타링크를 가동해줄 수 있는지, 언제 가능한지, 이란 정부의 어떤 제한 때문에 스타링크 서비스가 이란에 이뤄지지 않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이란에 반입된 장비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스타링크 접속이 가능한 상태지만 이는 위성 접속 신호 추적 위험이 있는 방법이다.
2009년 이란을 탈출한 디지털 권리 전문가 아미르 라시디는 머스크의 이란 지원 방법이 "너무 무책임하다"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좋은 일을 한다'며 갑자기 끼어드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 중국과 대만 긴장감 높아지면 머스크 사업에 악영향
머스크는 대만 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이 높아지면 머스크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테슬라는 상하이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며 신차 물량의 약 50%를 이곳에서 생산할 정도로 중국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에 중국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를 해왔다.
머스크는 최근 자신이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음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중국 정부가 중국에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머스크는 긴장 완화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머스크는 이달 7일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홍콩보다는 더 관대한 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만에 대한 통제권을 중국에 넘기자는 '특별 행정구론'을 들고나왔다.
머스크의 주장은 미국 및 동맹국들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대만 정계의 큰 반발을 불렀다. 대만 민진당 소속 의원 차오티엔린은 머스크의 발언 취소를 요구하면서 "취소하지 않으면 대만은 물론 전 세계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든 소비자가 테슬라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과 대만 간 군사 충돌이 발발할 경우 요청이 있더라도 머스크의 현 입장이나 중국과의 관계를 보면 대만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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