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녀’ 변우석의 진심이 완성한 첫사랑 그리고 청춘 [일문일답]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아련한 첫사랑이 제대로 떠오른다.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에서 청춘과 첫사랑의 감성을 새롭게 그려낸 배우 변우석이다.
지난 21일 공개된 ‘20세기 소녀’는 1999년도를 배경으로 17세 소녀 보라(김유정 분)가 절친 연두(노윤서 분)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드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관찰 로맨스다. 변우석은 극 중 보라와 같은 학교 방송국 부원인 풍운호를 연기하며 특유의 아련하고 따뜻한 첫사랑의 설렘과 감성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인터뷰 장소에 작품 속 보라를 바라보던 촉촉한 눈빛을 그대로 들고 온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붓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며 “‘20세기 소녀’는 처음이 많은 작품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첫 영화 주연작이라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주연으로 선 첫 영화다. 항상 모든 걸 쏟아붓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지만 유난히 이번이 더 그랬다. 약간의 부담감이 주는 스트레스를 즐기는 편이라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화면 속 풍운호를 보며 어땠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큰 화면으로 영화를 봤는데 더 감격스러웠다. ‘부국제’ 자체를 가보고 싶었기도 했지만 운 좋게 내 영화로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순간을 즐겼고 ‘진짜 나에게 이런 일이?’ 싶었다.” -‘부국제’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모든 순간이 특별했고 재미있었는데 너무 한순간에 훅 지나갔다. GV도 처음 해 봤다. 긴장했지만 관객과 소통할 기회가 있어 좋았다. 3일 있었는데 하루 있던 느낌이다. 사실 ‘부국제’에 갈 기회는 있었는데 계속 안 가려고 했었다. 그 이유는 내 영화로 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내가 표현한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봤는데 장면 장면이 예뻤다. 이 타이밍에 이렇게 좋은 작품이 올 수 있나 설렜던 기억이 있다. 보자마자 선택했다.”
-배역과 실제 나이 차이가 꽤 있었는데. “교복 입는 것에 부담도 있었다. 의상팀에 ‘이래도 괜찮냐’ 말하기도 했다. 어린 캐릭터라 ‘어떻게 더 젊게 보일까’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운동을 덜 해서 살을 더 뺐다. 2~3kg 정도 감량했다. 영화 찍을 때도 30대였다.”
-실제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운호보다 더 활발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밥 빨리 먹고 농구, 축구를 하러 가던 학생이었다. 거의 매일 운동만 했다. 운호처럼 자신의 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준비하는 친구는 아니었다.”
-인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정말 인기가 없었다. 남고를 나왔다. 항상 청춘 드라마, 영화를 보면 버스에서 주인공이 아름답게 이루어지는데 나에겐 그런 일이 없었다. 안타깝지만 운동만 했다.”
-영화를 찍으며 공감대를 느낀 부분이 있나. “실제 5살 위 누나가 있다. 어깨너머로 본 부분이 영화에 많이 녹여져 있었다. 비디오는 어렸을 때 빌려서 자주 보던 사물 중 하나다. 그때 비디오방에 가면 항상 잘 나가는 비디오는 거꾸로 꽂혀 있었다. 함께 출연하는 친구들에 비해 영화에 편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국민 여동생’의 첫사랑 남으로 나오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이래도 될까’하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캐릭터를 최대한 열심히 소화해보자는 생각이 더 컸다. 특히 운호의 감정을 이해하려 많이 노력했다. 실제로 나는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 운호는 항상 말투와 표정이 정제되어 있고 안으로 응축된 인물이다. 초반에는 어려웠지만 운호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맞았다.”
-김유정과 호흡은 어땠나. “활동을 늦게 시작해서 항상 같이 촬영하는 상대 배우들이 연차가 높았다. 그중에서도 유정이는 더욱 베테랑이라 무서웠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많이 배려해줬다. 서로 ‘김 선배, 변 후배’ 하면서 편하게 대했다. 누구보다 대본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는 배우였다.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 활발하고 쾌활한데 연기할 땐 진중하다.” -이 작품을 통해 첫사랑 아이콘 이미지를 추가했는데. “어렸을 때 첫사랑의 이미지를 가진 선배들을 많이 보고 자랐다. ‘그 수식어가 나에게 어떻게 온다고?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작품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감사하고 신기하다.”
-캐릭터를 위해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운호는한 번 더 생각해서 말하는 친구다. 초반에 캐릭터가 튀지 않도록 가려져서 나와야 하는 부분이 있어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일부러 냉소적인 표정도 지었다.”
-첫사랑의 이미지를 어떤 느낌으로 주고 싶었나. “‘노트북’ 영화 속 노아 캐릭터를 좋아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치는 인물이다. 운호도 비슷하다. 보라를 항상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사람들이 봤을 때 ‘운호가 보라를 진심으로 사랑했구나’ 받아들이지 않을까 했다.” -요즘의 사랑표현 방식과는 다른 느낌의 영화인데. “시대를 단정 짓고 작품에 임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생각할 때 각자의 방식이 있는 것처럼 과거, 현재, 미래든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변우석의 실제 첫사랑도 궁금한데. “정확히 말하기 부끄럽지만 중학교 때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다. 친한 친구였는데 고백도 못 하고 짝사랑을 했다. 그러다 보니운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경험을 돌이켜보면 나는 마음이 가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
-결말이 아쉽지는 않았나. “마지막 장면에 21세기 보라와 20세기 운호가 나오는데 감독이 그 시대 안에 있는 각자가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다 말했고 공감했다.”
-로맨스 작품을 많이 선보였는데 다른 장르와 캐릭터에 욕심은 없나. “현재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는데 악역 캐릭터를 맡았다. 로맨스도 좋아하지만 악역도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었다. 앞으로 다른 걸 계속 도전해볼 것이다. 하나의 모습보다는 다양함을 보여주고 싶다.”
-변우석만의 연기 무기는 무엇인가. “순간에 드는 감정을 최대한 즐기고 몰입하면 보는 사람에게도 감정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20세기 소녀’를 찍을 때도 대사보다는 감정에 집중했다. 현장에 갔을 때도 감정에 집중해 있었다. 전 작품에서도 누군가를 좋아하고 혼자 짝사랑하는 역할을 맡았어 그 부분이 도움됐던 것 같다.” -캐릭터를 보는 기준이 있나. “서사가 있는 캐릭터가 좋다. 사랑받는 것도, 버림받는 것도 좋다. 이루어져서 아름다운 사랑도, 이뤄질 수 없는 사랑도 배울 것이 다 있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데뷔했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일하다 보면 힘든 순간이 있다. ‘이 일을 그만둘까?’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버티고 묵묵히 해왔던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물론 행복한 때도 있었지만 일이기에 마냥 좋을 순 없었다.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 만난 모든 작품이 도움됐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더 잘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았다. ‘나와 잘 맞는 일인가. 계속할 수 있는 일인가.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는 건 아닌가’ 고민했다. 좋아서 하는 일도 힘든 경우가 될 때가 있더라.”
-변우석에게 ‘20세기 소녀’는 어떤 작품인가. “나에게 이 정도의 관심을 둬 준 작품은 처음이다. ‘처음’이 많은 작품이다. 첫 영화, 첫 주연, 첫 ‘부국제’, 첫 관심이다. 한 단어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작품이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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