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 ‘행복회로’의 올바른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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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는 어떤 절차를 거쳐 표준어로 인정받을까? 국립국어원에서는 2014년부터 홈페이지 '알립니다' 게시판을 통해 표준어와 관련한 개정된 내용을 발표하는데, 자고 일어나면 튀어나오는 신조어 중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은 어휘들이 이런 식으로 표준어 목록에 추가된다.
예를 들면, '그녀는 이번 시험에 반드시 붙을 거라고 행복회로를 돌리며 잠들었다.' 혹은, '그는 너무 잘 생겨도 인생이 피곤하니 자기 정도 외모가 딱 적당하다며 행복회로를 돌리곤 했다.' 이런 식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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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는 어떤 절차를 거쳐 표준어로 인정받을까? 국립국어원에서는 2014년부터 홈페이지 ‘알립니다’ 게시판을 통해 표준어와 관련한 개정된 내용을 발표하는데, 자고 일어나면 튀어나오는 신조어 중에서 오래오래 살아남은 어휘들이 이런 식으로 표준어 목록에 추가된다. 매우 엄격한 잣대로 심사가 이루어지므로 독자님들이 자주 쓰는 대부분의 신조어는 아직 표준어가 아니다. 이를테면 여사친이나 남사친은 아직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며, 심지어 여친과 남친도 표준어가 되려면 멀었다.
신조어 중에는 마치 사자성어처럼 보이는 어휘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자강두천’. 혹시 들어보셨는지?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준말이다. 토론에서 두 논객이 치열하게 대립할 때 이 표현을 쓸 수 있겠다. ‘인자강’이라는 표현도 있다. ‘인간 자체가 강하다’는 뜻인데, 유별나게 강한 육체를 가진 사람에게 종종 쓰는 말이다.
필자는 ‘행복회로’라는, 신조어라는 분류가 머쓱할 정도로 오래된 표현을 참 좋아한다. 두 가지 정도의 뜻이 있다. 앞으로의 일을 낙관적으로 기대할 때도 쓰고, 썩 좋지 않은 현재의 처지를 애써 좋게 받아들이는 상황에도 쓴다. ‘돌린다’는 동사가 주로 함께 쓰인다. 예를 들면, ‘그녀는 이번 시험에 반드시 붙을 거라고 행복회로를 돌리며 잠들었다.’ 혹은, ‘그는 너무 잘 생겨도 인생이 피곤하니 자기 정도 외모가 딱 적당하다며 행복회로를 돌리곤 했다.’ 이런 식으로 쓴다.
불과 몇 년 전 자산 가격 폭등기에 이런 한탄을 정말 많이 들었다. 삼성전자 7만원일 때 올인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 5000만원일 때 하나만 사둘걸! OO아파트가 10억일 때 영끌했어야 했는데! 그 가격이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산하락기인 지금, 삼성전자도 비트코인도 OO아파트도 다 그 가격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정도를 넘어 훨씬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사람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인간의 심리란 그런 거다. 반대로, 급락하는 자산 가격 때문에 여기저기 비명이 난무한다. 그렇다면, 자산을 별로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이럴 때 행복회로를 돌려야 할까? 안 사길 잘했다며? 그러다가 자산 가격이 갑자기 오르면? 주식 부자 동료를 보며 또 불행해지고?
행복회로를 이런 식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나는 100년 전 유럽 왕실에서 타던 차보다 훨씬 더 좋은 성능의 차를 타고 있다. 나는 50년 전의 재벌이나 권력자들보다 더 발전한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있으며 기대수명도 건강수명도 더 길다. 나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 좋은 핸드폰을 쓰고, 20세기 스타들보다 더 쉽게 더 많은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어떤가? 행복이 상대적인 감정일 수밖에 없다면, 굳이 같은 시대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렇게 좋은 기능을 하는 ‘행복회로’가 얼른 표준어로 인정받아 더 많은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 커피 꽤나 좋아하셨다는 고종황제는 엄두도 못 냈을 만큼 질 좋은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아, 행복해.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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