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에 中 게임시장 ‘휘청’…국내 게임사 미칠 여파는

강한결 2022. 10.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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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적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IT기업을 대상으로 고강도 규제를 펼쳐온 시 주석의 입지가 공고해지면서, 중국 내 거대 게임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몇 년간 지속해서 규모를 키워온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세도 꺾이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3일 20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20기 1중전회)를 열어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한 정치국원 24명을 선출했다. 시 주석은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재선출되며 3연임을 공식화했다.

시진핑 3기가 확정된 이후 중국 IT 기업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텐센트 홀딩스 주가는 11.4% 급락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24일에는 텐센트를 비롯해 바이두, 알리바바, 샤오미, 넷이즈, 메이퇀 등 주요 IT 기업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가 약 25억 달러(3조 6000억 원), 인터넷·게임업체 넷이즈의 딩레이 창업자는 약 18억 달러(2조 5800억 원)의 재산 손실을 보게 됐다.

시 주석은 2020년 무렵부터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IT 기업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노골적인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펼쳤다.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상장을 중단시켰고,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데이터 보안을 이유로 디디추싱 등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에도 제동을 걸었다.

게임산업 역시 강도 높은 규제의 대상이 됐다. 중국의 게임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서는 지난해 8월 31일 18세 미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미성년자의 인터넷 게임 중독 방지 통지’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청소년들은 금요일과 주말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매일 1시간씩, 즉 일주일에 총 3시간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조치 시행 전 관영매체를 통해 “온라인 게임은 아편”이라고 비판하며,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또한 게임업체들에게 책임감 있는 경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게임업체들은 허가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자사의 게임에 안면 인식 인증 등 여러 장치를 추가해 지금까지 운용하고 있다.

중국의 판호 규제에 막힌 한국 게임.   일러스트=강한결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3월 발행한 ‘2022년 중국 게임산업을 이해하는 4가지 키워드’ 보고서에도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게임 판호(서비스 허가권)는 2020년 대비 50% 수준인 755건이고, 2021년 8월부터는 발급이 아예 중단됐다. 그나마 지난 9월 총 73종의 신작이 판호를 받았지만, 여전히 규제 이전에 비해 적은 수치다.

보고서에는 “중국 당국은 직접 관리가 힘든 수많은 게임업체들의 자진폐업과 사업청산을 유도하고 있으며, 게임시장을 정화하여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강도 높은 규제 정책으로 중국 게임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시장 조사 업체 감마데이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한 794억 7400만 위안이다. 성장률은 2021년 1분기의 5.23%에 비해서 다소 낮아졌다. 2022년 1분기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률은 2.72%로, 2021년 1분기의 6.25%에서 감소했다. 감마데이터는 미성년자보호 관련 규제 조치가 시행되며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게임시장이 침체된다면 국내 게임업계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분은 판호 승인 여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6월을 마지막으로 1년 넘게 외산 게임을 대상으로 한 외자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국내 게임사 다수가 중국 시장 개방에 기대를 걸고 준비태세를 갖췄지만 규제 장벽을 넘지는 못했다. 올해 국산 게임이 중국 문턱을 넘은 사례는 지난달 카카오게임즈 산하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이 개발한 ‘이터널 리턴’ 모바일 버전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중국 퍼블리셔를 통해 우회경로로 내자 판호를 받은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윤덕 의원은 지난 13일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14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중국게임은 국내에서 연간 1조6천억 원을 벌어 가는데 우리 게임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불공정한 문제를 WTO에 제소하자니 기존에 어렵게 중국에 진출한 게임들이 걱정인 판에 대책이 너무나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의 주요 게임사들이 시진핑 정부의 규제를 피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텐센트, 넷이즈, 호요버스(전 미호요), 빌리빌리 등의 주요 업체는 이전부터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해당 게임사들이 막대한 자본과 개발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사들도 이에 못지 않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경쟁력 높은 작품을 많이 선보였다”며 “자본과 인력으로는 이미 국내 게임사를 넘어서는 개발사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게임사도 과금구조 등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 및 플랫폼 다변화 등을 통해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며 “어느정도 체급을 키워야 한국시장 내에서 중국 게임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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