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바이러스, 차가운 북풍 타고 날라온다…"바다 건너 대만 감염"
겨울철 동아시아에서 차가운 북풍이 불 때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도 함께 날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기 중 AI 바이러스가 이동하는 새의 종류와도 관련이 있어 철새 종을 모니터링하는 것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국립 핑둥(屏東) 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27일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 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만 최대의 습지인 아오구(鰲鼓) 습지 주변 공기에서 AI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아오구 습지는 대만 남부에 있으며 면적은 약 1500㏊ 정도다.
327개 시료 양성률은 8~19%
매번 24시간 동안 분당 20L 속도로 공기를 테플론 여과지로 걸렀고, 여과지에 걸린 AI 바이러스 RNA는 역전사 정량 유전자 증폭기술(RT-qPCR) 방법으로 분석해 A형과 H5, H7, H9형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A형 바이러스의 양성률은 19%(68/357)였다. 세 가지 아형 중에서는 H7의 양성률이 12%(44/357)로 가장 높았다. H5는 8%, H9은 10%였다.
공기 중 평균 농도는 A형이 ㎥당 72개(copy), H5가 6개, H7이 17개, H9은 65개였다. 기하 평균 농도는 A형이 ㎥당 0.79개(copy), H5는 0.19개, H7은 0.34개, H9은 0.24개였다.
철새 이동 계절에 검출 잦아
온도가 높을수록 바이러스가 적었고, 온도가 높을수록 적었다는 의미다.
차가운 기단의 영향을 받는 날은 바이러스 양성 비율이 27%로 찬 기단의 영향을 받지 않을 때보다 높았다.
H9의 경우 찬 기단의 영향을 받는 경우 바이러스 농도가 평균보다 더 높았다.
H7의 경우 조류 이동 계절(9월~4월)에 양성 비율이 23%로, 배경 계절(5~8월)보다 훨씬 높았다.
또 조류 이동 계절에는 평균 농도가 ㎥당 0.42개로 배경 계절의 0.1개와 큰 차이를 보였다.
습지에서 발견된 새의 종류와 바이러스 종류를 비교해 보면, 고방오리·쇠오리·흰뺨검둥오리·홍머리오리·댕기흰죽지·뒷부리장다리물떼새·저어새·갯가마우지 등은 H9형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 쇠오리·넓적부리·홍머리오리·댕기흰죽지·뒷부리장다리물떼새·저어새 등은 H7형과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분변 시료 조사보다 양성률 높아
다른 연구에서 조류 분변 시료에서 A형 바이러스의 양성률은 4~11%인데, 공기를 분석한 이번 연구에서 A형 바이러스 양성률은 19%였다는 것이다.
다만 넓은 야외 공기 중에서 시료를 채취한 탓에 기존의 실험들에서 측정한 가금류 농장 실내 공기(오리 농장 18만개/㎥, 닭 농장 12만개/㎥)보다 훨씬 낮았고, 황사 먼지가 붙어왔을 때(270개/㎥)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H9형의 경우 찬 기단의 영향을 받는 날 양성률과 기하평균 농도가 모두 찬 기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날보다 높았다"며 "이는 H9이 풍상(風上) 지역인 중국이나 한국에서 기단을 통해 풍하지역인 대만으로 장거리 이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졸 통한 감염 가능성
연구팀은 "공기 중의 AI 바이러스와 일부 철새 종 사이에 중요한 상관관계 있는 것을 확인했고, H7형의 경우 조류 이동 계절과 배경 계절 사이에도 H7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이는 특정 종의 철새가 공기 중 AI 바이러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오래 생존할수록 에어로졸을 통해 새로운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며 "공기 중의 AI 바이러스는 전염 위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에어로졸 샘플링은 어떤 바이러스 변이가 돌아다니는지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 발생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경북 예천군 개포면종오리 농가에서 H5N1 고병원성 AI가 발생, 종오리 9500여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22일에는 같은 지역의 육용종계 농장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왔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 육용 오리 농장의 의심 사례도 27일 H5N1형 고병원성 AI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방역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AI 예방을 위해 철새 이동을 감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탐색 레이더를 활용하는 방안과 초경량 비행장치(드론) 등을 활용해 철새의 종류를 식별하고, 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 철새 이동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사람도 감염돼
지난 1월에는 영국 최초로 H5N1 인체 감염이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 H5N1형 AI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863명이며, 이 가운데 456명이 사망해 치사율이 53%에 이른다.
다만, 감염된 다수의 조류를 장기간 집 안과 주변에 두고 매우 밀접하게 접촉하다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일반 대중이 AI에 감염될 위험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허난성에서는 H3N8형 AI에 의한 첫 인간 감염 사례가 나왔다.
감염된 사람은 허난성주마덴 시에 거주하는 4세 남자아이로 발병 전 아이의 집에서 닭과 까마귀를 키웠고, 집 주변에 물오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수만, 방 불러 현금으로 용돈 준다”…SM 실세, 최정예 그들 | 중앙일보
- "형부와 만나라" 그 보살은 형부였다…처제에 반해 아내 살해 | 중앙일보
- The JoongAng Plus 런칭기념 무료 체험 이벤트
- 죽기 직전 뭘 봤길래…죽여달라던 암환자 "살고 싶어요" 절규 | 중앙일보
- 한동훈 "민주당 '김의겸 저질 가짜뉴스'에 올인 안타깝다" | 중앙일보
- "작은 아들은 계획 없었는데…" '광명 세모자 살해' 남편의 자백 | 중앙일보
- 독신남 160억 유산, 존재도 모르던 친척 119명 횡재…1인당 얼마? | 중앙일보
- 강남 비키니 오토바이 남녀, 결국 불구속 송치...혐의는? | 중앙일보
- 'n번방' 조주빈, 이은해에 옥중 편지...계곡살인 검사도 놀란 내용 | 중앙일보
- '9만원 바가지 회' 논란 월미도 횟집, 인근 횟집에 고소 당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