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견제? 친윤들 배려? 與 전대가 늦어지는 진짜 이유

성지원 2022. 10.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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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 재정비에 착수하면서 차기 전당대회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집권여당이 확실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선 당원협의회를 비워두고 운영할 수는 없다”며 조강특위에 “내후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빠른 시일 내에 조직정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조강특위는 현재 당협위원장이 없는 ‘사고당협’ 69곳을 대상으로 심사를 하게 된다.

당연직으로 김석기 사무총장(위원장)과 이양수 전략기획부총장, 엄태영 조직부총장이, 임명직으로 배현진(서울 송파을)ㆍ최춘식(경기 포천ㆍ가평) 의원과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함인경 변호사 등이 조강특위 위원으로 포함됐다. 당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지낸 배 의원, 당선인 상근보좌역을 맡았던 함 위원장 등 ‘친윤’ 위주 구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이 전 대표를 보좌했던 김철근 전 대표 정무실장이 각각 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서울 노원병과 강서병도 ‘사고 당협’으로 분류돼 이번 정비 대상에 포함됐다.

정 위원장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결정 후 당 안정화를 목표로 내걸고 조직 재정비를 예고해왔다. 정 위원장은 주변에 ‘김병준ㆍ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다 조강특위를 했지 않느냐.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 내에선 “정 위원장이 조직 정비를 통해 자신의 당 장악력을 높이면서 ‘친이준석계’를 쳐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초선 의원)고 의심하는 기류가 있다.

당내에선 정 위원장이 현역 의원을 포함해 253개 전체 당협을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실시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경우 당 대표의 조직 장악력이 더 커지고 차기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기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당협 줄세우기”(14일 윤상현 의원)라는 반발도 나온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방침이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2020년 이후 한 번도 당무감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 필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는지 논의는 필요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 비대위원은 “당무감사를 하되 천천히 순차적으로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체 당협을 대상으로 한 당무감사가 실시될 경우 전당대회도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헌ㆍ당규 상 당무감사를 하려면 60일 이전에 공고를 하도록 돼있다. 그럼 실제 감사를 한두 달 하게 되면 비대위 존속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정진석 비대위’ 출범 초기에는 연내 조기 전대를 해야한다는 주장과 내년 1~2월에 전대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경합했다. 그러다 비대위 안팎에서 “빨라도 내년 3~4월은 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가 이제 “내년 5~6월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첫 본예산을 다루는 예산국회와 당무감사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당내에선 “전략적 미루기”라는 분석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준석 사태’를 겪으며 어렵게 비대위를 구성해 이제야 겨우 당이 안정됐는데, 전대를 치르면서 ‘내전’을 만들면 가뜩이나 어려운 윤석열 정부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장외에서 ‘메시지 정치’를 펼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지지율 1위를 기록중인데, 다른 주자들에게 ‘역전의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전당대회를 늦추면 정부에 참여 중인 인사들에게 문호를 더 열어주는 효과도 있다.
최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나경원 전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전체는 위기고 야당은 집요하게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며 “지금 당권 레이스가 바로 불붙는 것이 좋으냐, 이런 것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영세(통일)ㆍ원희룡(국토교통) 장관 등도 최대한 늦은 전대를 원할 것”이라며 “‘윤핵관’ 이미지가 강한 데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권성동 의원도 전대 시기가 빨라지는 건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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