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좀 붙여주세요" 5만 개미 비명…청원 뜬 '금투세' 뭐길래

심새롬 2022. 10.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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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유예를 확정하여 일단 숨이라도 좀 붙여주십시오. 제발.”
지난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반드시 유예해줄 것에 관한 청원’ 내용의 일부다. 이 청원에는 일주일 만에 1만명이 동의했고, 이후 탄력이 붙어 게시 종료일(26일)까지 2주간 동의 상한선(5만명)을 달성했다. 이달들어 진행된 전체 청원(53건) 중 성립된 청원은 이를 포함해 단 3건뿐일 정도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덕분에 이 청원은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정식으로 회부됐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 홈페이지 캡처


금투세가 뭐길래 “숨이라도 붙여달라”고 쓸 정도로 애절하고, 수많은 사람이 이에 동의했을까. 금투세는 국내 주식 투자자에게 물리는 주식 양도소득세다. 쉽게 말해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얻으면 내는 세금이다. 주식 매매(주식형 공모펀드 포함)로 얻은 이익이 연 5000만원 이상일 때 그 초과분에 대해 22%가량의 세금을 부과하는 걸 골자로 한다.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이 확정됐지만 당시 주식시장의 혼란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정했는데, 시행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오자 ‘개미 투자자’를 중심으로 법 시행 시기를 또다시 늦춰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각종 주식 투자 카페 등에는 금투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다.

금투세 유예는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문제지만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선 자금 수사를 계기로 정국은 얼어붙은 상황이다. 27일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투세 유예를 포함한 ‘2022년 세법개정안’ 처리 가능성에 대해 “여야 간 이렇다 할 논의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며 “세법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에서 안 해주겠다고 하니 우리로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소득세 과세표준구간 개편 ▶종부세 완화 등 개정안 3대 쟁점에 대해 “초부자감세 저지”를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자본시장 공정회복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금투세를 둘러싼 여야 입장차는 지난 대선 때부터 극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올 1월 27일 페이스북에 ‘주식 양도세 폐지’를 제시, ‘동학 개미’로 불리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환영받았다. 대선 직후 증권가에서 “1·2위 간 표 차이(24만7077표) 중 중 최소 10만표는 금투세 폐지를 믿고 윤 대통령을 뽑은 ‘개미 표심’ 작동 결과”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윤석열 정부도 이에 부응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금투세 시행 2년 유예(2023년→2025년)’를 담은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문턱을 지키고 있는 169석의 다수당 민주당의 입장은 다르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자감세 반대”라는 논리로 금투세 도입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27일 금융시장 점검 차 한국거래소를 찾았을 때도 침체된 주식 시장과 관련해 “공매도 한시적 제한 등 조치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을 뿐 금투세 문제에는 말을 아꼈다. 세법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실제 주식으로 한 해 5000만원 넘게 버는 투자자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며 “연 6000만원을 번 사람에게 220만원을 과세하는 것인데, 더는 시행을 미룰 필요가 없다는 게 우리 당 기재위원들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위기 대책 마련 긴급 현장점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거래세 완화, 양도세 부과가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조언한다. 예정대로 내년 1월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게 조세정의에는 맞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문제가 단순히 조세 원칙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당정은 금투세가 불러올 수 있는 주식 시장의 혼란도 우려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법이 시행되는 만큼 올해 연말까지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가 많을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경제가 불안하고 주식시장의 어려움이 있다”며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한 유예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이 1년 6개월여 다가온 점도 여권 입장에선 부담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을 1년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선 공약 파기 논란을 불러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는 건 분명한 정치적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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