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서울광장 유감

강준구 2022. 10. 28.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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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시작된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에선 청년, 가족, 연인, 관광객이 알록달록한 빈백(bean bag)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광장 한쪽 끝 '아이·서울·유' 기념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배경에 이런 모습이 함께 찍히는데, 이게 꽤 세련돼서 가끔은 서울시의 시그니처 행사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서울도서관 앱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책읽는 서울광장 메뉴를 별도로 만들면 기다림 없이 바로 책을 들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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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사회2부 차장


올해 상반기 시작된 ‘책 읽는 서울광장’ 행사에선 청년, 가족, 연인, 관광객이 알록달록한 빈백(bean bag)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잔디 위를 뛰어놀고, 성인들은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다. 서울광장 한쪽 끝 ‘아이·서울·유’ 기념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배경에 이런 모습이 함께 찍히는데, 이게 꽤 세련돼서 가끔은 서울시의 시그니처 행사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한다.

다만 몇 가지 눈에 띄는 단점이 있다. 우선 주말 행사가 끝나고 나면 청사 정문 앞 큰 텐트에 빈백들을 몰아서 담아놓는다. 뜬금없이 잔디 광장 조망을 막고 있어 보기 흉하다. 잔디 광장도 훼손돼 며칠간 보수가 진행된다. 광장 진입은 막히고, 십자가 형태의 통행로만 다닐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외국인 관광객 커플이 아무도 없는 잔디에 들어가 덩그러니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걸 보면 객쩍은 느낌마저 든다. 볕을 막을 공간도 없어 오래 앉아 있으면 가을임에도 땀이 주르륵 흐른다. 사방이 차량으로 둘러싸인, 언제나 잔디를 보수 중인, 땡볕 아래 주말에나 앉아볼 수 있는 서울 한복판의 광장. 이게 서울광장의 현주소쯤 되겠다.

해외 선진국 수도의 시청 앞 광장은 대부분 관광 명소다. 스페인 마드리드 시청 앞 시벨레스 광장 분수대에는 사자가 끄는 마차에 올라탄 여신상이 있다. 프리메라리가 레알마드리드는 리그나 컵대회에서 우승하면 이곳에 와서 우승컵을 바치고 세리머니를 한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관광 명소를 넘어 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순례지가 된 지 오래다. 미주 유럽 등의 세계 각국 광장에는 이 같은 이야기, 아름다운 조경,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싶은 벤치, 그림 같은 카페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해외를 다니면 다닐수록 서울광장의 정돈되지 않은 날것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광화문광장이 재단장한 것처럼 이젠 서울광장의 변화를 모색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선 금·토·일요일에 진행되는 책읽는 서울광장 행사를 평일에도 열었으면 한다. 빈백은 시청 내부에 보관하고, 신분증이나 휴대전화 인증 등을 통해 대여하면 어렵진 않을 것 같다. 바로 앞 서울도서관에서 쉽게 책을 빌려나갈 수 있도록 모바일 예약제도 활용하면 좋겠다. 서울도서관 앱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책읽는 서울광장 메뉴를 별도로 만들면 기다림 없이 바로 책을 들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안 본들 뭐 어떤가.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 후 커피 한잔 들고 빈백에 앉아 쉬다 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정책이 될 터다.

벤치나 미니 카페처럼 차분히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청년 소상공인들이 다양한 먹거리를 팔도록 한다면 괜찮을 것 같다. 시 일각에서는 이런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노숙인이나 부랑자들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이 이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약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무성의한 일이다.

휴식 공간 주변에는 나무가 있었으면 한다. 광화문광장에 녹지를 대거 확충했더니 주말마다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울광장에도 그런 공간이 생긴다면 세종대로를 따라 긴 녹지 축이 만들어질 것이다.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광장, 서울광장을 지나 청계천, 을지로 맛집 탐방으로 이어지는 반나절 여행 코스는 꽤 즐길 만할 것 같다. 바쁜 일상 중에 큰맘 먹지 않고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하나둘씩 늘어났으면 한다. 그리고 가을은 정말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

강준구 사회2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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